지금의 음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마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의 음악이다. 정의 내릴 수 없는 것, 장르의 경계가 없는 것을 두고 우리는 요즘 음악이라 부른다. 이를테면 재즈와 리듬 앤 블루스, 힙합이 뒤섞인 싱어송라이터 퍼센트의 음반 <PVC> 같은 것 말이다.
“원래는 통기타를 치면서 포크송을 노래했어요. 롤 모델은 존 메이어였고요. 그런데 한 가지 장르로 저를 한정 짓고 싶지 않았어요. 그보다 모든 장르에서 저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더 좋았고, 지금의 사람들과 음악적으로 소통하기에 좋은 장르를 이번 음반에서 풀어낸 거예요.”
이렇게 그가 다양한 시도를 거침없이 할 수 있었던 데는 5년간 미스틱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쌓은 음악적 내공이 큰 역할을 한다. 장재인의 소개로 미스틱에 합류해 ‘리슨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그는 하나의 길을 걷기보다 음악이라는 넓은 범주 안에서 자신을 만드는 방식을 배웠다. 또 그 안에서 음악을 즐기는 법도 놓치지 않았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정말 단순해요. 재미있어서 시작했고, 그 생각을 지금까지 고수하려고 해요. 그래서 어떤 시도를 하든 흥미를 가지는 편이에요. 음악이라면 뭐든 좋거든요. 또 재미 요소 중 하나로 저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 있는데요. 작업하거나 녹음할 때 그 장르에 맞춰서 신발을 갈아 신는 거예요. 작업실에 신발이 열몇 켤레 정도 있는데요, 곡의 분위기에 따라 이것도 신어보고 저것도 신어보는 게 저의 음악 놀이 중 하나예요. 이번 음반의 ‘캔버스 걸’에서는 아디다스 이지를 신었고, ‘래빗홀’ 때는 오프화이트의 조던1을 신었어요. 왠지 어울리지 않나요? 하하.”
속이 들여다보이는 소재 ‘PVC’를 음반명으로 지은 것도 자신이 음악을 만든 방식처럼 듣는 사람도 투명한 PVC 가방 속에서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듣고 싶은 음악을 꺼내 들어도 좋다는 의미에서다. 7곡의 트랙은 정해져 있지만, 듣는 순서나 그날의 음악은 모두 듣는 사람의 몫이다. 다만 그 안에는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그래서 퍼센트의 음악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접근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의 음악에는 장르의 벽도 없고, 공감할 수 없는 어려운 세계도 없다.
“가능하면 제 음악을 넓은 시선에서 즐겼으면 해요. 심지어 장르뿐만 아니라 음악이라는 경계도 허물어보고 싶어요. 그냥 예술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마음대로 즐기는 거예요. 그래서 음반 커버나 뮤직비디오 같은 비주얼 작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앞으로 <PVC>로 하게 될 공연도 마찬가지고요. 기회가 된다면 무대 위에서 현대 미술 작품과 협업해서 음악을 들려주는 시도도 해보고 싶어요. 장르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니, 언젠가 음악의 경계도 허물고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 움직임을 제가 벌이고 싶고요.”
퍼센트의 음악에는 지금 혹은 미래의 예술이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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