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CARUSO
올해로 32년 된 카루소야말로,‘대한민국 남성복 컬렉션의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계는 ‘거대한 접시’라고 표현한 디자이너 장광효. 이번 시즌엔 마스터 셰프가 되어 ‘그란데 피아토(Grade Piatto: 이탈리어로‘큰 접시’란 뜻)’를 테마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브라운 컬러 클래식 수트를 차려입고 나온 배우 성훈을 시작으로, 둥근 형태의 어깨 라인이 강조된 재킷, 카루소 특유의 드레시한 셔츠들, 맥시멀한 코트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후반에 이를수록 이번 시즌 테마를 좀 더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듯, 한 폭의 그림 같은 에이프런 시리즈를 선보였다. 디자이너 장광효의 섬세한 심미안은 물론 그간의 내공이 느껴지는 의미 있는 성찬이었다.
DAY 2 MAXXIJ
서울에서도 ‘아방가르드 룩’을 논할 수 있게 됐다. 2018 S/S 제너레이션 넥스트로 데뷔한 이래, 이번 2019 F/W를 시작으로 서울 패션위크의 본무대로 입성한 디자이너 이재형은 패션을 통한 표현적, 실험적, 해방적 경험을 추구한다. 해체와 조합을 아우르는 대담한 실루엣과 실험적인 소재의 사용. 그간 ‘안정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던 기성 디자이너들과 분명한 차이를 두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발터 반 베이렌동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길 소망하며, 다음 시즌 역시 기대해본다.
DAY 3 COTTWEILER
이번 서울 패션위크가 좀 더 특별했던 이유는, 런던의 듀오 디자이너 벤 코트렐과 매튜 데인티의 서울 컬렉션 데뷔다. 소재의 활용과 실루엣이 장기인 브랜드인 만큼 벨벳, 모, 염색된 양털 등 다양한 직물을 절제된 실루엣으로 풀어내며 소셜 미디어로 인한 대면적 상호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서에 맞는 주제였음은 물론, 테일러에 기반을 두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답게 완성도에서 훌륭한 면모를 드러냈다. 서울의 신예 디자이너들이 다분히 지적받는 부분에 대해 이들이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준 것. 영국패션협회와 교류를 통해 성사된 코트와일러 쇼는 서울의 크리에이터들에게 귀감이 된 이벤트였다.
DAY 4 BEYOND CLOSET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태용의 옷은 젊다. 서울의 젊은 아티스트들과 이를 따르는 팬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 비욘드 클로젯은 어느덧 서울 패션위크를 이끄는 중견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고태용은 그간 함께 나이 든 고객은 물론 새로운 고객을 위한 레이블 ‘네이비(Navy)’를 새로 론칭한다고 밝혔고, 이에 대한 프리뷰 형식의 쇼를 선보였다. 본인이 만든 옷의 과거를 들여다보고, 현재를 반영한 것. 베이식한 실루엣의 코트에 나일론 퍼 후드를 노련하게 더하는가 하면, 그만의 위트를 가미한 세서미 스트리트와 협업 아이템을 선보이며 디자이너로서 그의 내공을 면밀하게 확인시켜줬다. 고태용의 비욘드 클로젯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라면 공감할 거다. 결코 ‘반짝’하고 사라질 옷들이 아님을.
DAY 5 VIBRATE
오버사이즈 실루엣, 스트리트 패션, 스포티즘. 바이브레이트의 2019 F/W 쇼를 통해서 새로운 세대가 열광하는 옷이 무엇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아이템들이 눈에 띄었는데, 토종 브랜드에 입힌 바이브레이트 만의 스트리트 무드는 꽤나 조화로웠다. 과거와 현재의 결합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이번 시즌 테마에 걸맞게 프로스펙스와의 완벽한 협업을 통해 ‘윈-윈’ 효과를 누린 것. 데뷔전을 치렀던 2019 S/S 시즌보다 더욱 명확해진 콘셉트로 쇼의 퀄리티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할 수 있다. 더불어 한·중·일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세운 것 또한 관전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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