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RIBUTING EDITOR 강예솔
스포티파이가 한국 음원 시장에 낼 작은 균열을 기대하며
애플 뮤직이 한국에 진출할 때도 이와 유사한 원고를 요청받은 적 있다. 스포티파이는 미국 프리미엄 계정으로 10년 가까이 쓴 정말 좋아하는 서비스지만,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문장을 써야겠다. ‘국내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애플 뮤직의 점유율이 스포티파이를 넘겼다. 여전히 세계 점유율은 스포티파이가 1위지만 애플 뮤직이 한참 늦게 발표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서운 성장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 TV와 같은 애플 뮤직이 포함된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라는 점이다. 윈도를 쓰는 사람들은 내장된 익스플로러를 썼고 경쟁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는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다.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가 넷스케이프를 굳이 새로 설치해야 할 만큼 익스플로러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넷플릭스처럼 독점 콘텐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서비스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국내 1위 사업자는 멜론. SKT에 속해 있을 때 이동통신사 결합 할인으로 이용자를 모은 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 1위 메신저 카카오톡의 카카오다음에 인수되었고 둘의 결합 역시 활발해질 예정이다. 멜론이 사재기 논란을 일으킬 만큼 차트의 지표가 된 이상, 현재로서 멜론을 쓰는 이가 스포티파이로 옮겨 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스포티파이는 동등한 경쟁을 위해 두 가지 벽을 넘어야 한다. 참고로 애플 뮤직은 넘지 못했다. 멜론의 음원 유통사 카카오M이 보유하고 있는 음원 확보. 19금 음원 서비스를 위한 휴대폰 개인 인증 방식 추가. 여기에 스포티파이만의 약점도 있다. 가사를 제공하지 않는 것.
이러한 상황에도 스포티파이가 경쟁 우위를 가지는 분야가 있다. 바로 무료 서비스. 광고를 듣고 몇 가지 기능을 제한받는 대신 쓸 수 있다. 자신이 듣는 곡에 따라 인공지능이 새로운 곡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전 세계에서 스포티파이를 따라갈 만한 곳이 없다. 무엇보다 스포티파이 한국 진출이 반가운 건 음악가다. 스포티파이는 음악가가 직접 음원을 비독점으로 업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를 클로즈드 베타로 운영하고 있다. 유통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거기에 아티스트 관리자 페이지는 국내 어느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뛰어나다. 좁은 국내 시장에 머무르기보다 해외 진출을 하려는 음악가가 많아지는 요즘, 스포티파이와 유튜브의 전 세계를 아우르는 통계는 훌륭한 가이드다. 국내에서 성공할 것 같지 못했던 넷플릭스가 케이블 사업자와 손잡고 <킹덤>을 내놓으며 한국의 미디어 시장에 작은 균열을 내고 있다. 멜론 차트 수성을 위한 ‘스밍’과 ‘음원 사재기 논란’ 그리고 카페에서 흐르는 매번 똑같은 차트 음악이 슬슬 지겨워지고 있지 않은가?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분명 한국 음원 시장도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WORDS 하박국(영기획 대표, ‘기술인간’ 유튜브 채널 운영자)
좋지 않은 시대의 노래
종종 리뷰나 신보 소개 글을 읽기 위해 해외 음악 매체나 블로그에 접속한다. 글만 있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친절하게 링크를 삽입해둔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사운드클라우드와 유튜브다. 광고 유무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둘 다 무료로 음악 감상이 가능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링크가 스포티파이에 연결된 경우, 아직 한국에서는 그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스포티파이 한국 진출 소식이 반가웠던 첫 번째 이유다. 한국 음원 서비스 중에서는 두 가지를 가입했다. 용도는 명확하다. 한국 음악을 듣기 위해서다. 차트 상단의 아이돌 그룹 신보나 물리적 음반을 구하기 힘든 오래된 음악을 직접 찾는다. 그러니까 사운드클라우드나 유튜브가 우연히 ‘만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 한국 음원 사이트는 우연히 만날 일이 없다. 직접 들어가서 직접 로그인하고 고른다. 광고 없는 플레이리스트가 필요할 경우 틀어두기도 한다. 역시 직접 찾아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스포티파이는 이런 유튜브의 개방적 측면과 음원 사이트의 (차트와 플레이리스트를 비롯한) 서비스 장점을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언뜻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갖춘 완벽한 시스템이라, 만약 한국에 진출한다면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유튜브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 절대 강자다. 물론 영상 기반 서비스인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플레이리스트나 믹스 등을 유튜브로 이용하는 것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모바일 이용 행태 보고서를 살펴보면, 음악 감상 시 유튜브 앱을 주로 쓴다고 답한 비율이 43%에 달했다. 유튜브 뮤직과 광고 없고 백그라운드 재생이 가능한 유튜브 레드의 조합이 노리는 지점 또한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서비스 측면에서라면 스포티파이는 충분히 비교 우위가 있다. 한국에도 진작부터 스포티파이를 쓰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한국 음원 사이트에 없는 음악을 듣고 싶어서, 혹은 스포티파이가 자랑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Daily Mix’와 ‘Discover Weekly’ 플레이리스트를 이용하기 위해.
즉, 굳이 분류하자면 음악 애호가로 구분할 만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스포티파이가 이 사용자 그룹만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론칭한다면 문제는 없다. 다만, 그 너머를 바라본다면 비슷한 강점의 애플 뮤직이 지금 한국 시장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통사와의 권리 문제는 여전히 일정 부분 유효하고, 시장점유율도 저조하다. 과연 스포티파이는 한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아니, 진짜 한국에 진출할까? 지난 4월 9일,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이 사실 무근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불과 몇 주 전 국내 저작권 신탁 단체들과 접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였다. 한편 지난 연말 멜론과 결별하고 출범한 SKT의 새 음원 서비스 플로(FLO)가 여러 마케팅 전술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한다. ‘플로’란 이름처럼 ‘내가 원하는 음악이 물 흐르듯 끊임없이 흘러나온다’는 모토로 인공지능을 내세웠다. 여러모로 스포티파이에 좋은 시기처럼 보이진 않는다.
WORDS 유지성(음악 칼럼니스트, DJ)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