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The World News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예술적 자세

지금 런던에서는 ‘머물러야 할까? 아니면 떠나야 할까?’라고 묻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브렉시트 반대 시위의 일환이지만 단순히 그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UpdatedOn May 31, 2019

/upload/arena/article/201904/thumb/41832-365133-sample.jpg

Stefana McClure Protest Stones (Brexit) Paper-wrapped stones Left 6×11×8cm, right 9×12×9cm 2016.

 

녹색 천 조각 하나가 화이트 큐브에 덩그러니 걸려 있다. 영국 지도를 닮은 그 천 조각은 밑으로 갈수록 형체를 잃고 기운 없이 축 늘어져 볼품없고 외로워 보인다. 영국의 아티스트 수잔 스톡웰(Susan Stockwell)의 작품 ‘Jerusalem-Br-Exit’으로 유럽연합과 마주하고 있는 영국의 모습, 브렉시트 이후의 좌절과 디플레이션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처럼 런던의 패트릭 하이데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Should I Stay or Should I Go>에서는 브렉시트 이후의 혼돈을 표현한 작품들이 가득하다. 지금의 절망적이고 혼란스러운 분위기, 브렉시트라는 초현실적인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 속 개인, 단체, 기업 그리고 영국이라는 국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Michał Iwanowski From the Go Home, Polish series Photographs 2018.

Michał Iwanowski From the Go Home, Polish series Photographs 2018.

Michał Iwanowski From the Go Home, Polish series Photographs 2018.

Varvara Shavrova Blankets Project 120×220cm each 2018

Varvara Shavrova Blankets Project 120×220cm each 2018

Varvara Shavrova Blankets Project 120×220cm each 2018.

Susan Stockwell Jerusalem-Br-Exit Knitted wool and dressmaking pins 118×40×10cm 2018.

Susan Stockwell Jerusalem-Br-Exit Knitted wool and dressmaking pins 118×40×10cm 2018.

Susan Stockwell Jerusalem-Br-Exit Knitted wool and dressmaking pins 118×40×10cm 2018.

영국 언론 <데일리 미러>는 지금 영국의 상태를 이렇게 요약했다. ‘대책 없고 희망도 없고 단서도 없으며 자신감도 없다(No Deal, No Hope, No Clue, No Confidence).’ 본래 3월 29일이었던 브렉시트 발효일이 4월 12일로, 그리고 다시금 10월 31일로 연기됐다. 하드, 소프트, 노딜 브렉시트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지, 유럽연합에 잔류하게 될지,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다. 전시는 이 격변의 원인 그리고 전례 없는 사건으로 야기될 수만 가지 문제들을 은유적이고 보다 거시적인 시선으로 다루려고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 다양한 배경과 국적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전시의 제목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폴란드 아티스트 미하우 이바노스키(Michał Iwanowski)의 ‘Go Home, Polish’일 것이다. 작가는 브리스톨에서 고국인 폴란드로 걸어가는 여정 자체를 이미지로 담아냈다.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지만 그 속에 드문드문 등장하는 하얀 깃발과 경계선 등이 어딘지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데이비드 코넌(David Connearn)의 ‘Calais Flags’는 난민 문제를 꼬집었다. 칼레의 난민 수용소 깃발에서 영감받은 색들로 촘촘하게 채운 캔버스, 그 사이를 불안정하게 가로지르는 하얀색 선은 현재 칼레 아동 난민들의 상태와 처우를 상징한다.

그 외에도 지도를 재료로 삼아 실제적 지형과 심리적 거리감을 표현한 스위스의 소피 부비에르 아우스랜더(Sophie Bouvier Auslander), 인쇄 매체를 사용해 그 내용을 파괴하거나 반대 의견을 붙여놓는 식으로 현재의 사회 정치적 상황을 비평한 독일의 마이크 마이어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사실 런던은 세상에서 가장 다인종적이고 다문화적인 도시다. 브렉시트 전에도 런던은 물론 유럽 전체, 특히 외국인 거주 지역 내에서 소속감과 정체성, 포용과 배제, 책임과 참여 등은 뿌리 깊은 이슈 중 하나였다. 때문에 이 전시는 브렉시트, 지금의 정치적인 현실을 논평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현 상황을 초래한 근본적인 이유를 묻는 것에 가깝다. 머물러야 할까? 아니면 떠나야 할까? 결국 이건 브렉시트 이후의 이야기이자 브렉시트 이전의 이야기인 셈이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권민지(프리랜스 에디터)
PHOTOGRAPHY 패트릭 하이데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

2019년 05월호

MOST POPULAR

  • 1
    WEEKDAYS
  • 2
    운명적인 우연과 올리비아 마쉬의 바람
  • 3
    2025 F/W FASHION WEEK
  • 4
    향이라는 우아한 힘
  • 5
    차주영, "답이 없을 때마다 나만큼 진심으로 할 사람은 없다는 마음으로 밀어붙였죠."

RELATED STORIES

  • LIFE

    봄, 봄, 봄!

    봄 제철 식재(食材)를 활용한 한식 다이닝바 5

  • LIFE

    호텔보다 아늑한 럭셔리 글램핑 스폿 5

    캠핑의 낭만은 그대로, 불편함은 최소화하고 싶다면.

  • LIFE

    그 시절 내가 사랑한 안경남

    안경 하나 바꿨을 뿐인데!

  • LIFE

    Live is Still Here!

    티켓 한 장으로 여러 라이브 클럽을 오가며 공연을 즐기는 홍대 앞의 축제 ‘라이브 클럽데이’가 10주년을 맞았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홍대 앞을 지키는 라이브 클럽, 아티스트, 관객은 한목소리를 낸다. 라이브는 영원하다고.

  • LIFE

    INSIDE OUT, 국동호

    구석구석 들여다본 <솔로지옥 4> 국동호의 가방 속.

MORE FROM ARENA

  • ARTICLE

    2017 S/S Panorama

    이미지와 키워드로 보는 이번 시즌 트렌드.

  • FASHION

    STUNNING

    넘치는 신발장 속에 하나라도 더 채워 넣고 싶은 네 가지 신발들.

  • FASHION

    NEW NORMAL

    재기 발랄한 로에베의 관점으로 본 일상 재발견.

  • INTERVIEW

    유승호의 선택

    배우 유승호가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출연한다. 오랜 연기 경력에서 첫 번째 연극 출연이다. 전략적 도전인 줄 알았는데 알 수 없는 끌림으로 택했단다. 계획보다 순간의 설렘을 중시하게 된 그에게 이번 선택은 어떤 의미일까.

  • REPORTS

    펼쳐 보여주고 싶어

    모든 페이지를 다 펼쳐서, 감춰놓았던 상자를 열어서.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