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의 필름에 대한 애착은 굉장하다. 그 힘으로 기업을 지속하면서, 사진 문화 직조에 매진해온 후지필름이 자유 보도사진가 그룹인 매그넘에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단 2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제안이었다. 첫째, ‘Home’이라는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할 것. 둘째, 후지필름의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할 것. 주어진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소재를 사용해 담아낼 것인가는 모두 매그넘 사진가들의 몫으로 뒀다. 줄곧 거대한 세상 이야기를 담아온 매그넘 사진가들의 카메라를, 그들의 내밀한 곳으로 돌린 것이다. 후지필름이 매그넘 사진가 16명과 손을 잡고 시작한 프로젝트 ‘Home’은 그렇기에 모두에게 친숙하고 모두에게 새롭다.
프로젝트 ‘Home’은 지난해부터 세계 7개 도시에서 전시되었다. 한국에서는 지난 3월 8일부터 전시가 진행 중이다. 엘리엇 어윈, 알렉 소스, 데이비드 앨런 하비, 마크 파워, 토마스 드보르작, 알렉산드라 상기네티, 모이세스 사만, 알렉스 웹, 히로지 쿠보타를 비롯한 매그넘 사진가 16명은 각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이 주제를 탐구했다. 그들을 통해 ‘고향’ ‘집’ ‘가족’ ‘마음’ ‘민족’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어 탄생한 프로젝트 ‘Home’은 서울과 부산에서, 이례적으로 연동형 전시로 진행 중이다. 매그넘 사진가들이 ‘Home’을 주제로 개별 작업한 사진 1백86점,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20편의 영상, 사진책이 공개된다. 서울은 후지필름 X갤러리, 부산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5월 8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
WEB www.home-magnum.com
INSTAGRAM @home_fujifilm
가장 내밀하고 보편적인 장면의 힘, 마크 파워
마크 파워는 오랜만에 아내와 딸, 아들이 함께 사는 자신의 집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처음 후지필름이 제안한 주제 ‘Home’을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떠오른 것은 무엇이었나?
어린 시절이다. 레스터가 고향인데, 영국의 중심부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내륙 지방이다. 자연스럽게,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서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지금의 ‘Home’을 찍어야겠다고 말이다.
딸 ‘칠리’가 런던의 대학에 합격해 독립하기까지의 시간을 촬영했다.
칠리의 독립은 잠시 떠올리는 일만으로도 초조해지고 속상해서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문제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후지필름 프로젝트 마감일이 칠리가 집을 떠나는 날과 같았다. 운명이 아닌가 생각했다. 날것 그대로, 집의 곳곳에 숨어 있는 순간들을 찍고 싶었다.
이번 작업 중에는 칠리가 화장이 번진 채 서 있는 장면도 있다. 칠리의 ‘가장 멋지고 좋은 순간’과는 분명 거리가 멀다. 당신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노출시키고 공개해야 했는데.
아무 모습이나 찍을 수 있는 권한을 가족으로부터 부여받고 시작했다. 모두 나의 작업 의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었다. 칠리는 멋지게도, 자신의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이나, 보편적인 기준으로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순간에도 촬영을 허락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칠리가 검지손가락을 들어 단호하게 촬영을 막은 건 단 한 번뿐이었다.
이미 익숙하고 가까운 것을 진부하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겠다.
솔직함이 가장 중요했다. 또 어떻게 하면 나와 내 가족의 사진이 다른 이들에게 흥미로울 수 있을지 고심했다. 이를 위해 최대한 보편적인 작업을 하려 했다.
매그넘의 동료 작가들이 완성한 프로젝트들도 보았을 거다. 매그넘 사진가들에게 ‘Home’이라는 키워드를 해석할 기회가 있었던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두가 다른 해석으로 작업을 완성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앙투안 다가타의 작업이 가장 인상적이다. 굉장히 용감하고, 더할 나위 없이 개인적인 작업이다. 자신의 약물중독에 관해 다뤘으니까. 그토록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마주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매그넘 사진가들의 기존 미션은 대개 사회의 거울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작업의 미션은 무엇이었을까?
후지필름이 기획하고 선정한 주제이기 때문에 미션에 관해서라면 그들의 의도가 더 중요하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아주 자유로웠다. 기업이 커미션과 함께 제안해온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도 자유로웠다. 사진가로서, 누군가 믿어주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경험이다.
전시 오프닝에서, 사진가의 작업에 대해 소설을 쓴다든가 시를 쓰는 일에 빗대어 말했다. 사진가로서 카메라를 사용해 소설이나 시를 쓰는 일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어떤 일의 한 부분이 되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고, 그렇게 세상 속에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내 작업 중 일부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살아남아, 중요한 작품이 된다면 좋겠다.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래 세대가 지금 이 세대를 이해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작업이길 바란다는 뜻이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