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말하지 않아도

분재 아티스트 고바야시 겐지는 말 없는 식물과 매일 대화를 나눈다.

UpdatedOn April 12, 2019

/upload/arena/article/201903/thumb/41646-362179-sample.jpg

식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아름다움을 찾아 가꾸는 것. 분재는 지금 국내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오르는 중이다. 그 시작에는 국내에 분재 문화를 전파하는 복합 문화 공간 에세테라가 있다. 얼마 전 에세테라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분재 아티스트 고바야시 겐지가 내한해 직접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25년 전, 자신의 브랜드 시나지나를 통해 경치 분재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시한 그는 부유한 사람들만 즐기던 분재 문화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실용적인 문화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다. 그에게 분재의 매력과 분재를 즐기는 방식에 관해 물었다.

우선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분재 아티스트 고바야시 겐지입니다. 25년 전, 저의 분재 브랜드 시나지나를 통해 경치 분재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활동 중입니다. 주로 분재를 만들어 판매하지만, 일본식 모던 정원을 조성하는 일도 겸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분재 문화가 이제 막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분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분재를 뭐라고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분재는 인간이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을 작은 화분 속 식물을 통해 바라보는 문화입니다. 이를 통해 계절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도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문화도 생겨나고 있고요.


25년 전 처음으로 새로운 장르의 분재를 창시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예전에는 분재를 귀엽다고 표현하는 것이 금기에 가까웠습니다. 즐긴다기보다는 작품으로 바라보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분재 작품을 보면서 ‘귀엽다’ 혹은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먼저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젊은 사람도 향유할 수 있게 된 거죠. 좀 더 적극적으로 분재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하는 중입니다.


전형적이고 클래식한 것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새로운 유형의 분재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분재를 처음 배운 곳은 미국이었어요. 만약 일본에서 분재를 배웠으면 저도 전통적인 방법을 시도했을 거예요. 미국에서 기를 수 있는 식물로 시작해 제한을 두지 않고 작업을 하다 보니 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형성된 것 같아요. 그래도 기본적인 원칙은 지키려고 합니다.


주로 어떤 환경에서 분재 작업을 하는 편인가요?
낮에는 시나지나 직원들과 다 같이 작업을 하는데, 신나는 록 음악을 들으면서 해요. 창문도 열어서 바깥 공기도 들어오게 하면서 낮의 분위기를 만끽하려고 해요. 반대로 저녁에는 주로 혼자 작업하는데 주로 재즈 음악을 틀어놓죠. 주로 풍경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데, 혼자 작업을 할 때마다 예전에 여행했던 장소 사진을 자주 봅니다.


분재 작업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사람도 하나하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기 다른 모습을 지닌 식물을 바라보다 가장 예쁜 부분을 찾아냈을 때가 신나요. 식물의 진짜 가치를 찾아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혹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분재나 컬래버레이션 작업이 있을까요?
컬래버레이션을 많이 시도하는 편인데, 아직 안 해본 영역이 있어요. 그림이나 설치 미술 안에 분재가 들어가는 작업은 어떨까 해요. 아직 식물의 초록색이 한정적인 영역과 공간에서 사용되는 것 같은데 생각하지 못한 곳에 분재 작품을 두는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밥을 먹는 플레이트 위에 놓는다든지요.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인 유형의 작품에 비해 분재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매력인데요. 변화하는 식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마치 아이를 키우는 기분입니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아요. 그러면서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목격하기도 하고요.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낍니다.


분재를 하면서 삶의 변화를 겪었나요?
식물은 말을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말하지 않는 것과의 소통에 대해서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이제 막 분재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분재를 즐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만 말씀해주세요.
분재는 사람 손을 계속 거쳐야 살아나갈 수 있어요. 잠깐이라도 자주 분재와의 시간을 가져야 해요. 사람도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망가지기 쉽잖아요. 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강예솔
PHOTOGRAPHY 이우정

2019년 04월호

MOST POPULAR

  • 1
    위스키를 준비했어!
  • 2
    열아홉 나의 꿈은
  • 3
    The Scent Mate
  • 4
    전설의 시계
  • 5
    서울의 밤 그리고 바

RELATED STORIES

  • INTERVIEW

    <아레나> 12월호 커버를 장식한 세븐틴 조슈아

    캐시미어 브랜드 배리와 함께한 조슈아의 <아레나> 12월호 커버 공개!

  • INTERVIEW

    장 줄리앙과 장 줄리앙들

    프랑스 낭트 해변가에서 물감을 가지고 놀던 소년은 오늘날 세계에서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이 됐다. 100만 명 넘는 팔로워가 주목하는 작가, 장 줄리앙이다. 선선한 공기가 내려앉은 초가을. 장 줄리앙이 퍼블릭 가산에서 열리는 새로운 전시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을 위해 서울을 다시 찾았다. 전시 개막 첫날 저녁, 우리는 장 줄리앙을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새하얀 벽 앞에 선 그는 어김없이 붓을 들었고 자신이 그린 또 다른 장 줄리앙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이어지는 대화는 장 줄리앙이 보여주고 들려준 그림 이야기다.

  • INTERVIEW

    무한한 이태구

    배우 이태구가 <끝내주는 해결사>에서 미워할 수 없는 미소를 지었을 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서 비밀을 숨긴 채 정의로운 척 굴던 때도, 이태구의 모든 얼굴이 좋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얼굴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그의 모습이 무궁무진하다.

  • INTERVIEW

    오늘을 사는 김정현

    촬영이 있어도 아침 운동은 꼭 하려고 한다. 여전히 촬영장엔 대본을 가져가지 않는다 . 상대 배역을 잘 뒷받침하는 연기를 지향한다. 숲보다 나무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대본을 더욱 날카롭게 해석하고 싶다 . 그리고 이 순간을 감사하게 여긴다. 배우 김정현의 지금이다.

  • INTERVIEW

    김원중의 쓰임새

    모델왕이라 불리는 남자. 15년 차 베테랑 모델 김원중이 신인 배우로 카메라 앞에 섰다. 모니터 속 김원중은 프로 중의 프로였지만, 그는 여전히 현장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공개를 앞두고 배우 김원중이 들려준 이야기.

MORE FROM ARENA

  • LIFE

    쿨하지 못해 미안해

    젠지들이 꼰대스러워질 때는 언제일까. 설문조사를 통해 행동 양상을 세 항목으로 분류했다.

  • FASHION

    목에 거는 지갑

    작고 소중한, 그리고 유용한 케이스와 지갑.

  • LIFE

    식물이 놓인 자리

    식물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식물 전문가들을 만났다. 그들은 공간과 식물의 조화에 대해 말했다.

  • FASHION

    기대와 주목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 패션 업계의 젊은 세대를 이끌어가는 창창한 브랜드. 그들과의 직설적인 이야기.

  • FASHION

    다니엘 헤니의 아메리칸 클래식

    해밀턴이 브랜드 앰배서더 다니엘 헤니와 함께한 2021 캠페인을 공개했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