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세계의 대도시들에 비해 예스러운 감성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아직도 LP와 CD를 파는 매장이 꽤 많고, 날로 번창하는 츠타야 같은 책방을 보면 다른 나라의 대도시들과 매우 비교된다. 하지만 이곳도 아마존의 강풍은 피할 수 없어서 작은 책방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 도쿄 서점계의 큰 사건 하나가 롯폰기의 아이콘인 아오야마 북 센터의 폐점이었다. 1980년 탄생해 디자인 및 아트 서적과 다양한 외국 서적을 취급하고 심야에도 운영해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하지만 결국 매출 감소를 이겨내지 못하고 6월 말 문을 닫게 되었다. 당시 많은 매체들이 뉴스로 다뤘고, 폐점을 아쉬워하는 인파가 연일 줄을 이었다.
그렇게 책과는 인연이 끝인 듯하던 아오야마 북 센터 자리에 지난 12월 새로운 콘셉트의 책방이 문을 열었다. 바로 분키츠(文喫) 서점이다. 일본어로 기사텐(喫茶店)이 ‘차를 마시는 곳’을 뜻하듯 ‘글과 문화를 음미할 수 곳’이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란다. 분키츠는 책과 관련된 전시를 진행하고 잡지 및 인기 서적을 소개하는 매장 입구를 제외하고는 1천5백 엔의 입장료를 내야만 이용이 가능하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커피나 차가 무한 제공된다. 배가 고프면 수프 스톡 도쿄 등으로 잘 알려진 스마일스(Smiles)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식사도 가능해 맘만 먹으면 하루 종일 머물 수도 있다. 약 3만 권의 책을 보유한 분키츠는 책의 구성도 특이한데, 베스트셀러 중심이 아닌 보다 깊은 문화를 성찰하고 한 가지 주제를 심도 높게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을 주로 비치했다. 여행 서적을 보자면 가이드북은 없고 여행지의 문화를 자세히 소개하는 책을 통해 여행 경험을 제공해주는 식이다.
원할 경우 미리 주문하면 방문객의 취향에 맞는 책 선택 서비스도 경험할 수 있다. 돈을 내고 입장하는 책방의 콘셉트가 생소할 수 있지만, 분키츠는 주말에는 1시간 정도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직도 책의 가능성을 믿고 새롭게 풀어낸 서점을 탄생시킨 분키츠를 보며, 도쿄의 상징적인 문화 공간을 지켜낸 기획자들(Your Book Store, Smiles)에게 박수를 보낸다.
주소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 6-1-20
웹사이트 www.bunkitsu.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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