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을 타고 길을 달리면 즐겁다. 변하지 않는 대명제다. 그렇더라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기 달라진다. 배기량에 따라, 장르에 따라, 시트 위치에 따라. 두 바퀴라는 공통점 외에 각각 질감 다른 재미를 뽐낸다. 그게 또 모터사이클의 매력이다. 할리데이비슨 팻밥과 BMW 모토라드 R 1250 GS는 가격대가 비슷하다는 것 빼고는 다 다르다. 달라서 더 놓고 볼 만하다. 극단으로 성향이 갈리니까.
R 1250 GS
배기량 1,254cc / 엔진 수랭 수평대향 2기통 / 변속기 수동 6단 / 무게 249kg / 최고출력 136마력 / 시트고 850~870mm / 가격 3천70만원부터
BMW MOTORRAD R 1250 GS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의 제왕이 진화했다. R 1250 GS는 BMW 모토라드의 대표 모델이다. GS는 독일어 오프로드인 겔랜데(Gelände)와 온로드인 스트라세(Straße)의 앞 글자를 땄다. 어느 길이든 다 잘 달린다는 뜻이다. 해서 듀얼 퍼포스로도 불린다. 1980년대 다카르 랠리에서 활약한 R 80 GS가 시작이다. 그사이 변한 세월만큼 GS의 생김새도 달라졌다. 이제는 R 80 GS의 형태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어느 길이든 다 잘 달리는 정체성만은 쌓인 세월만큼 강화됐다. 전 모델인 R 1200 GS는 ‘우주명차’로 통했다. 소유주의 과장법이 담뿍 담긴 표현인 건 맞다. 하지만 그만큼 올라운드 모터사이클로서 막강한 능력을 뽐냈다. 장거리에서 편안하고, 고속에서 빠르며, 오프로드에서 든든하다. 못하는 게 없다. 경주마 같은 풍채가 시내에서 불편하다지만, 동양인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기골 장대한 유럽인에게는 적당한 크기니 시내에서도 딱히 불편할 건 없다.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독일 기계공학의 진수를 R 1200 GS 역시 보여줬다.
그 R 1200 GS의 신형이 R 1250 GS다. 이름의 50 차이는 배기량 차이. R 1250 GS는 1,254cc로, 1,170cc인 전 모델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반면 체감은 사뭇 다르다. 새롭게 적용한 가변 밸브 시스템이 변화의 핵심. 최고출력을 높이면서도 저속 토크를 강화했다. 저속 토크가 든든하게 깔려 저속에서 편해졌다. 부담이 줄어드니 차체가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차체 균형이 뛰어나다는 걸, 잠깐만 타도 몸이 알아챈다. 최고출력이 증가했으니 고속 만족도도 상승했을 터. 우주까지는 과장이더라도 어드벤처 명차라는 지위는 여전히 확고하다. 외관 변화가 크지 않아 보기만 해선 신형다운 자극을 잘 느끼기 힘들다. 이미 완성형으로 불리던 모델의 신형이기에 변화 폭이 적을 수 있다. 그만큼 어떤 정점에 오른 뒤 차이를 만들어내는 게 힘든 일이니까. 하지만 시동 걸고 스로틀을 감아보면 신형만의 기름진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접하고 보면 R 1250 GS의 섬세한 진화에 혹할 거다. 이렇게 명성은 계속된다. 그 역사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 또한 계속된다.
+UP 엔진이 바뀌니 많은 게 달라졌다.
+DOWN R 1200 GS 타던 사람이면 그냥 참고 타겠지?
Fat Bob 114
배기량 1,868cc / 엔진 공랭 V형 2기통 / 변속기 수동 6단 / 무게 296kg / 최대토크 15.8kg·m / 시트고 710mm / 가격 2천9백만원
HARLEY-DAVIDSON Fat Bob 114
2018년은 할리데이비슨이 탄생 1백15주년을 맞은 해였다. 그에 맞춰 새로운 라인업을 발표했다. 서울모터사이클쇼에선 실물도 공개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시선이 한참 머문 모델이 있었다. 새로 싹 바뀐 팻밥이었다. 예전 다이나 계열의 모델. 이제는 다이나와 소프테일을 합쳐 소프테일 라인업에 속한다. 어디에 속하든 말든 신형 팻밥은 전체 모델 중 가장 돋보였다. 전통과 미래를 할리데이비슨만의 시각으로 담았달까. 조금 달라서 더 매력적이었다. 그 느낌의 중심에는 사각형 헤드램프가 있다. LED 알알이 박힌 사각형 램프는 언뜻 미래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체 형상과 맞물리면 그 미래가 말끔한 인상은 아니다. <매드맥스> 시리즈에 나올 법한 모터사이클로 보인달까. 아포칼립스 세계관과 맞닿았다. 이 지점에서 전통과 미래의 적절한 배합이 떠오른다. 여전히 쇳덩어리 붙여놓은 양감을 살리면서 새로운 감각으로 다듬은 셈이다. 할리데이비슨이 세련된 미래 느낌은 아니니까. 헤드램프에서 발화한 독특한 느낌은 차체 전체로 퍼진다.
짧고 굵은 형태는 타이어부터 연료탱크, 머플러, 리어 타이어까지 일관되게 이어진다. 시종일관 알 굵은 근육이 연상된다. 원래 할리데이비슨 하면 양감이 뛰어나지만, 팻밥은 더욱 꾹꾹 눌러 표현했다. 밀도 높은 쇳덩어리. 굴리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다. 팻밥은 107과 114로 나뉜다. 엔진 배기량 차이다. 114는 배기량 1,868cc를 뽐낸다. 빅 트윈 엔진의 정점이다. 팻밥 114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면, 몸 전체가 떨린다. 선 굵은 박력은 공랭 빅 트윈만의 정체성이다. 부드러워졌다지만 여전히 걸걸하다. 할리데이비슨 정체성이니까. 팻밥은 다른 할리데이비슨 크루저 모델보다 공격적이다. 그게 또 신선하다. 넓고 (상대적으로) 낮은 핸들 바를 쥐고 수그리면 엔진 회전수를 높여 달리고 싶은 기분도 든다. 회전수 낮출수록 고동감 짙은 할리데이비슨인데도. 포워드 스텝에 발끝 대고 뚱뚱한 연료탱크에 무릎 세워 붙이면 공격적인 자세도 제법 어울린다. 자동차 타이어처럼 굵은 앞뒤 타이어의 느낌까지 가미되면 중전차가 따로 없다. 마치 커스텀이라도 한 듯 더 젊고 세련된 중전차. 팻밥이 할리데이슨에서 차지한 위치다.
+UP 좌우 흔들면 오뚜기처럼 달리는 주행 질감.
+DOWN 가격과 덩치가 반비례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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