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움 슬로우 푸드 팩토리 이로운 것만이 살아남는다
경북 청도의 맑은 땅에 자리를 튼 작은 식품 공장. 발효 식품과 지역의 제철 곡물, 과일 등 먹거리를 만들어 판다. 오동엽 대표는 전통 장 사업을 하던 모친의 지병이 악화하자, 어머니를 돕고자 나섰다. 발효 식품 제조법은 그때 처음 익혔다. “어머니께서 2012년에 돌아가셨어요. 어떻게든 그 혼을 이어나가고 싶었습니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아내, 딸과 함께 메우며 ‘이로움’이 시작됐다.
이로움은 한 지역에서 소량 생산되는, 질 좋은 원재료를 사용한다.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원재료에는 눈을 두지 않는다. 일반 콩보다 알이 2배 굵은 경북 영주의 부석태를 사용한 장류, 무농약 인증을 받은 전남 고흥의 유자와 경북 문경의 생오미자로 만든 청류, 영천과 청도에서 나는 아삭한 복숭아로 만든 병조림, 4가지 곡물의 색과 맛을 그대로 담은 조청 등 원재료가 간직한 맛과 향, 식감, 색 등을 그대로 담아 완제품을 만든다. 그러기에 각 지역의 품질 좋은 원재료, 색다른 원재료를 골라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이로움은 ‘직접 가공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묻는다. 원재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생산 역시 직접 해내야 한다.
이로움은 생강청을 만들 때 물을 섞지 않은 생강즙만을 쓴다. 무엇을 첨가해서 얻는 변화된 맛보다, 원재료가 지닌 자연스러운 맛을 원하기 때문이다. 원재료를 구하는 단계, 제품을 판매하는 단계는 최소화한다. 원재료는 되도록 현장에서 직접 가져오는 것, 복잡한 유통 구조에 의탁하지 않는 것, 직접 판매하는 프로세스를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로움이 선택한 이 시스템은 사업 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 시장은 소리 없이 계속해서 변하고, 식품 업계는 진입 장벽이 낮다. 이런 환경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원재료의 특성을 잘 알고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이로움은 원재료의 생산자를 직접 만난다. 제품 판매 또한 자체 웹사이트 마켓과 SNS 계정만을 채널로 쓴다. 소비자에게 생산자의 생각을 온전히 전하는 일이 우선이다. 대형 마트에 제품을 펼쳐놓기 위해 대량 생산하는 방식 역시 이들의 길이 아니다. 어떤 갈래에서든 천천히, 단순하게, 작게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다. 미각은 기억을 품는다. 어릴 때 느낀 맛이 쉽게 잊히지 않는 것처럼. 냄새로, 혀끝으로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먹거리야말로 가장 훌륭하다. 이로움을 지탱하는 생각이다.
WEB www.slowfoodfac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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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는 엄마생각 생강청, 베스트셀러는 엄마생각 복숭아 병조림. 이로움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이로움은 회사 이름이고 브랜드 명칭은 엄마생각이다. 이로움이 만드는 모든 제품에는 엄마생각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이롭지 않으면 음식이 아니다’라는 오동엽 대표 모친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마켓 레이지헤븐 낭만과 철학을 지키는 법
과일과 채소에도 품종이 존재한다. 보통 우리가 많이 먹는 딸기는 설향이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딸기들도 유통되고 있다. 장희, 금실, 죽향, 아리향, 메리퀸…. 설향은 관습적으로 가장 잘 팔아온 품종이다. 유통하기 쉽고 생산량이 많아서다. 딸기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판매되는 감자의 80%는 수미종이다. 농산물의 대다수는 오랜 유통 관습을 따라 한 가지 품종, 한 가지 맛만이 널리 알려졌다. 지난여름, 마켓레이지헤븐(이하 마레헤)은 자연 재배 포도 세트를 판매했다. 품종은 토파즈와 베니바라도. 토파즈와 베니바라도의 재배 적정 시기가 끝날 때쯤엔 거봉, 그다음에는 적령을 소개했다. 자연 재배 복숭아로는 마도카와 경봉(백도), 황도와 차돌(백도)을 순차적으로 팔았다. 가을이 되자 밝은 노란빛이 도는 껍질의 황금배와 풍수배, 추황배를 나누어 전개했다. 소비자에게는 완성할 요리나 취향에 맞는 맛에 따라 품종을 선택하게 하고, 농부에게는 수많은 품종의 과일과 채소의 홍보와 판매를 도와서 대중적이지 않은 품종에도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농산물에도 유행이 있다. 마레헤는 판매할 농산물을 선택할 때, 유행보다 자신을 겨냥한다. 그들이 지금 먹고 싶은 것 혹은 필요한 농산물, 경작법에 집중한다. 판매할 품목을 정할 때 타협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걸 찾을 땐 타협하지 않으니까. 연초가 되면 새 탁상 달력에 매달 어떤 작물이 제철인지, 그중에 어떤 것을 꼭 맛봐야 할지, 먹고 싶은지를 고민하며 적는다. 메모한 작물을 다루는 농가들을 두루 찾고, 주변 농가들에게 추천도 받는다. 무작정 전국을 돌아다니며 농장을 발굴하는 것이다. 지금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가를 인지할 수 있는 농산물들, 어떤 사람의 손에서 자라 어떠한 과정을 거쳐 식탁 위에 올랐는지 알고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계절의 맛, 지역의 특색, 시골의 정서, 한국의 전통을 충분히 느끼고 보존하며 사는 삶이, 낭만과 철학을 지키며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마레헤는 그러한 삶을 꿈꾸며 시작되었습니다.”
마레헤는 농부의 태도, 농작법, 다양한 품종을 취급하는가를 살핀다. 농부와 시간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농사짓는 현장을 꾸준히 방문한 후에 판매를 결정하는 농장이 있는가 하면 한눈에 반하는 농장도 있다. 판매할 작물과 시기가 결정되면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고객에게 정보를 노출하고 온라인 스토어에서 한정 수량만 판매한다. 마레헤가 다루는 거의 모든 작물은 농부 한두 명이 운영하는 작은 농장에서 생산된다. 그 양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농장에서 수급한 작물의 2차 검품과 포장, 발송은 직접 한다. 한정 수량 판매 방식을 고수하는 또 다른 이유다.
WEB marketlazyheaven.com
INSTAGRAM @market_lazyheaven
STEADY & BEST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는 가공 농산물인 들깨 가래떡과 들깨 절편 그리고 복숭아다. 단기간에 수확해 판매하는 복숭아는 마켓 오픈 시 30초~1분 내에 품절될 정도로 인기다. 복숭아 덕에 ‘과일의 명가 마레헤’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다. 들깨떡 역시 오픈과 동시에 품절되던 품목이었으나 현재 제조 시설을 2곳으로 늘려 원활한 판매가 가능해졌다.
미래식당 더욱 간결한 미식을 위하여
오탁민 대표는 여행을 즐겼다. 여정의 끝에는 각지에서 좋은 음식들을 샀고, 돌아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일이 커다란 기쁨이었다. 미래식당은 오탁민이 즐겨온 이 여행 습관을 온라인 서비스로 만든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중심의 외식업을 온라인화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좋은 음식이 지닌 이야기를 발굴하고 모바일에서 잘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래식당은 직접 고른 로컬 푸드 생산자들과 그들의 생산물을 소비자와 연결한다. 크든, 작든 진심을 쏟아 만드는 브랜드들을 알아보고 이것들을 고객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 결과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에서 투자 유치를 받으며 조금씩 벤처 기업 형태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사업 규모는 지난 4년간 외형적으로 매년 3배씩 커졌다.
“미래식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음식 사업을 온라인에서 펼쳐가는 방식과 노하우, 축적된 데이터가 가장 큰 자산이에요.” 판매 품목을 정하는 기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했다.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고수하는 원칙은 한 가지. 직접 먹어본 음식만을 소개한다는 것. 좋은 생산자를 발굴하고 플랫폼을 통해 소개하기 이전에 앞서 상품팀이 모든 음식을 직접 시식한 후, 운영진이 직접 ‘미식 후기’를 남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삶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30년간 늘 같은 자리에 있던 노포를 알아보는 안목이 이제야 우리에게 생긴 것 같아요. 음식 생활에 기대하는 바 역시 크게 변하겠죠. 이제는 좋은 로컬 푸드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변화하는 음식 생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요. 더 단순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요.”
WEB meesig.com
STEADY & BEST
꾸준히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는 품목은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들이다. 춘천의 닭갈비, 속초의 닭강정, 포천의 이동갈비, 지역 유명 베이커리의 빵 등. 최근 1~2년간 눈에 띄게 판매량이 상승한 카테고리로는 국과 찌개가 있다. HMR(Home Meal Replacement)라 불리는 메뉴들이다. 전통주 구매량도 점차 늘고 있다.
솔직한 농부 농부가 직접 소개하는, 숨김 없이 좋은 농산물
솔직한 농부는 직접 농사를 짓는 이은민이 만들어가는 ‘농부 브랜드’다. “판매 이전에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제가 농사를 지어 수확한 농산물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소개합니다.” 이은민은 농부의 아들이다. 미술을 전공해 미술 교사를 거쳐 디자이너, 마케터의 길을 걸었다. 직장 생활 중에도 부친을 도와 농사일을 지속했다. 농산물 수매 가격이 폭락해 대다수 농가들이 어려움에 빠진 시기에 그는 아버지의 논밭에서 시련을 함께 겪었다. 뜻밖에도 이은민은 그때 시골에서 미래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농부가 자신의 농산물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화려한 마케팅, 특별한 포장, 주목받을 만한 시스템이 없으면 판로 등 여러 요인에서 어려움을 겪죠.” 이은민은 많은 것을 버리기로 했다. ‘솔직한 농부’라는 이름을 걸고 본질만 남겨서, 농산물의 맛과 품질,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농부의 관점으로 풀기로 했다.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다. 통일성을 갖추기 어려운 품목이다. 완벽한 농산물이란 존재하기 어렵지만, 신뢰 높은 농산물은 어디엔가 있다. 그러기에 솔직한 농부는 농부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일에 집중한다. “농산물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예요.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솔직해야 하고, 솔직한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생산자의 철학과 애착, 열정이니까요.” 솔직한 농부의 대표 상품은 직접 농사짓는 쌀과 잡곡이다. 뜻이 맞는 주변의 여러 농부들과 직접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자 관점으로 소개하면서 지난 6년간 판매하는 품목이 차츰 늘었다. 지금은 토마토와 고구마를 비롯한 제철 농산물과 사과, 배 등 과일, 채소까지 1백여 종의 농산물을 다룬다.
WEB www.solgik.com
STEADY & BEST
스테디셀러는 순결한 백미. 어떤 기관의 인증을 받지도 않았고, 통상적으로 알려지거나 생산성이 높은 품종도 아니며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도 재구매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품목이다. 베스트셀러는 농부들과 협의해 가장 맛있을 때 적기에 소개하는 제철 과일들이다. 지난해에는 차돌복숭아, 단감을 비롯해 새롭게 소개한 품종인 사과대추, 백향과, 블랙사파이어포도 등이 잘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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