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아시아 커뮤니티가 지금처럼 뜨겁게 팽창된 적이 있었던가 싶다. 아마도 대중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것은 리치 치가의 ‘Dat $tick’ 뮤직비디오부터였을 거다. 분홍색 폴로 셔츠에 힙색을 찬 동양 소년이 뿜어내는 스웨그가 유튜브를 강타했다. 이 영상을 기점으로 리치 치가는 리치 브라이언으로 이름을 바꾸고 하이어 브라더스, 키스에이프, 조지 등과 작업했다. 이들의 활동엔 션 미야시로가 창립한 레코드 레이블, 비디오 및 마케팅 회사인 ‘88라이징’이 있다.
아시아 이민자의 문화 창고가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 아래 재능 있고 힙한 아시아 아티스트들을 모았다. 영상 디렉터인 제임스 마오는 이들과 함께 VHS 테이프 같은 로파이 느낌의 비디오를 찍으며 ‘힙’을 더하고 있다. 그렇다고 88 라이징 크루 정도로만 생각하기엔 활동 영역이 넓다. “파슨스 대학 시절, 주변에 디자이너 친구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패션위크 때 런웨이 쇼를 위한 영상 작업을 시작하면서 ‘영상 디렉터’ 일에 발을 들였다. 릴 우지 버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면서부터 커리어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예산도 훨씬 많아지고.(웃음)” 2000년대 초반에 ‘어린이’였던 제임스는 그 당시 힙합이나 랩 뮤직비디오들을 보며 자랐다. 그래서 그가 만드는 뮤직비디오와 콘텐츠들은 홈 비디오 영상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강렬한 네온 컬러 혹은 지글거리는 로파이 화질이 매력적이다.
그렇게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힙’한 뮤직비디오를 찍어오다 88라이징을 만났다. “내 친구 피닉스를 통해 소개받았다. 88라이징 초기에 창립자인 션과 작업을 많이 했던 친구고, 하이어 브라더스와 일하면서 붐업이 됐다.” 제임스는 이들과 협업해 힙합이나 패션 같은 젊은이들의 문화를 통해서 서구권 아시아 이민자들의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자라온 시절에만 해도 아시아인이 이야기의 중심이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아시아 젊은이들이 뭔가 쿨한 걸 만들어내는구나’라면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 아시아 커뮤니티 속 사람들, 혹은 아시아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넘어서 어떠한 인종적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주류’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제임스는 1990년대 젊은이답게 디지털적인 인간이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소프트웨어를 찾아보거나 3D 작업 혹은 AR, VR에 필요한 코딩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 “나는 영화 영상 등을 공부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통적인 방식이나 장비들을 고집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아이폰 포토나 고프로, DSLR 어떤 것이든 다 상관없다. 쿨하게 보일 수 있다면 뭐든지 다 사용할 수 있으니까. 미디어들을 콜라주해서 새로운 느낌을 창조해내는 것, 그게 내 장점이다.” 88라이징은 최근 몇 년간 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저변을 넓혀놨다. 제임스 마오는 이것이 힙스터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는 건, @mamesjao를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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