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를 여행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두 도시가 바로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다. 캘리포니아주에 속하는 도시지만, 거리는 서울과 부산보다 훨씬 멀다. 차로 8시간이나 걸리는 아주 먼 거리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두 도시를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미국 전체 크기에 견주면, 꽤 가깝게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생활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주말을 이용해 친구나 가족을 보러 가볍게 오가는 경우도 흔하다. 연애로 비교한다면 롱디로 쳐주지도 않는다. 여러 명이 함께라면 차를 몰고 가는 것도 좋지만, 혼자 여행할 때는 아무래도 버스나 비행기가 제격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LA에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바로 심야버스 ‘캐빈(cabin)’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입소문이 자자한 이 버스 역시 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이 버스는 어떤 곳에서든 밤 11시에 출발해 다음 날 오전 7시에 도착한다. 가격은 84달러부터 시작한다.
이층버스의 각 층에는 커튼으로 여닫는 개인 침대칸이 있다. 일본의 캡슐 호텔과 비슷한데, 블랙 앤 화이트와 나뭇결을 살린 인테리어 역시 일본에서 영감을 받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각 캐빈은 방음벽으로 설계되어 소음을 최소화했고,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물론 하얀 베개와 이불로 호텔처럼 안락한 느낌을 더했다. 웰컴 키트에는 생수, 클렌징 티슈, 이어플러그와 함께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워터도 준비되어 있다. 작정하고 잠을 잘 수 있는 모든 환경을 갖췄다. 샤워를 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화장실에서 가벼운 세안과 양치는 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승무원이 깨워주기까지 하니, 마음 놓고 자기만 하면 된다. 전기 콘센트는 물론 무료 와이파이도 제공되어, 예민한 사람이라면 1층 라운지나 개인 캐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제공되는 캐머마일 티를 마시며, 창문을 통해 밤의 고속도로를 바라보며 달리는 경험도 매력을 더할 거다.
LA에 도착할 때쯤 해가 뜨면, 승무원은 샌프란시스코의 로컬 카페 이쿼터(Equator) 원두로 커피를 내린다. 여유를 느끼다 보면 어느새 최종 목적지인 샌타모니카에 도착한다. 여전히 8시간은 길지만,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다면 그야말로 눈을 감았다 뜰 만큼이다. 마지막으로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듯 버스에서 내리면, 새로운 도시에서의 낯선 하루가 시작된다. 캐빈은 출시 후에도 편안함을 연구했고, 달리는 도로에서 받을 수 있는 충격을 90%까지 감소하도록 설계한 ‘캐빈 클라우드’를 곧 선보인다. 침대는 역시 과학이니까. 구름처럼 편해진다고 이름 붙인 걸 보니 계획에도 없는 라라랜드 여행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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