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영화 <물괴> <공작> <해피 투게더> 그리고 개봉을 앞둔 영화들 몇 편이 더 있어요. 그래서 다들 ‘2018년에 박성웅이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고 하던데, 사실 지난해뿐만은 아니었죠?
아마 2016년이 제일 바쁘게 일한 해였을 거예요. 영화 <꾼>, 뮤지컬 <보디가드>, 그리고 드라마 <맨투맨>을 동시에 들어갔거든요. 그리고 영화 <VIP> 특별 출연 2회 차까지 하면 엄청 정신없었죠. 그게 아니더라도 전 늘 바쁘게 지낸 거 같아요.
그러고 보면 쉬지 않고 계속 작품을 선택하셨어요. 왜죠?
대본을 받았을 때 다른 배우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면 결정해요. 사실 또 지인들과의 의리도 한몫해요.(웃음) 지금도 윤종빈 감독이 제작한 <클로젯>이란 영화를 찍고 있는데, 시놉시스도 알려주지 않고 저한테 캐스팅됐다고 통보를 하는 거예요. 촬영 첫날 갔는데 한 20시간을 찍었나? “이 촬영장은 주 52시간 근무 안 지키냐?” 물었더니 “내일 하루 통으로 다 쉴 거예요”라고 대답하더라고요. 하하. 윤종빈 이 자식 이거….
윤종빈 감독과는 굉장히 막역한 사이신가 봐요? 제가 지면에 다 옮기진 않겠지만 막 욕도 하시고.
하하. 저랑 ‘영혼의 베프’예요. 윤종빈 감독이 영화 <검사외전> 제작을 했는데, 제 캐스팅에 유일하게 반대한 인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신세계> ‘이중구’ 이미지가 강할 때여서 코믹한 캐릭터가 안 어울릴 것 같았나 봐요. 그런데 영화 촬영하면서 친해졌죠. 윤 감독이 연출한 <공작>도 저는 특별 출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5회 차 촬영이 잡혔어요. 그 와중에 대만 3박 4일 로케 촬영도 있어서 굳이 가서 찍고 왔는데, 막상 영화 보니까 한 5초 나오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뭐, 친합니다. 카카오톡으로 매일 연락해요. 지금도 영화 제작사 대표 한재덕, 윤종빈, 주지훈 그리고 김남길과 함께하는 단톡방이 있어요. 남자들끼리 어찌나 수다스러운지 잠깐 딴짓 하면 카톡이 300+로 표시되어 있어요.
스케일 큰 영화부터 독립 영화까지 크고 작은 작품들을 두루 섭렵하시잖아요. 그러다 보면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도 있고 실패하는 작품도 있겠죠? 그 결과를 지금처럼 초연하게 받아들인 지는 얼마나 됐나요? 어느 것 하나 노력하지 않은 작품은 없잖아요.
2015년부터였나, 2016년부터였나? 저는 그냥 열심히 연기를 할 뿐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 결과까지 연연하면 너무 힘드니까요. 쉬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해오는 것도, 지난 10년의 무명 시간을 생각해서거든요. 1년에 50만원을 벌던 그때요. 이제 연기 시작한 지 만으로 딱 22년 됐어요. 지금까지 60여 편의 작품을 했으니까, 그 무명의 시간까지 합쳐 22로 나누면 1년에 세 작품 정도 한 셈이에요. 그렇게 따지면 딱히 다작이라곤 생각 안 합니다.
사실 <신세계>란 작품을 빼고는 배우 박성웅을 얘기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2018년 한 해 동안 두 편의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들에 사람들이 좀 놀랐죠. ‘박성웅한테 이런 면이 있었어?’ 하면서요.
다혈질 형사부터 동생밖에 모르는 눈물 많은 형사까지 다양한 ‘형사’를 연기했죠. 특히 <라이프 온 마스> 때 ‘드디어 <신세계>를 벗어난 캐릭터를 만났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드라마 끝난 지 4일 만에 촬영 들어간 게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었어요. ‘박성웅 연기 스펙트럼이 이 정도였나?’ 얘기들 하지만 일단 다른 역할이 거의 주어지지 않았어요. 하하. <신세계> 이후로 계속 담배 피우고 칼 들고 다니는 역할만 들어왔거든요. 이전 작품들 보면 <해바라기>만 해도 ‘저 지질이 경찰이 박성웅이었어?’ 하실 거예요. 기본 하드웨어가 좀 크고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으면 무섭고, 그래서 웃으면 더 무섭다고 해서요.(하하)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어요. 차기작인 영화 <내 안의 그놈>도 코미디인데, 제가 거기서 또 한몫합니다.
연예인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해서 찍힌 사진 밑에 ‘축하는 해드릴게’ ‘중구 형 칼춤 추러 오셨다’ 이런 식의 댓글이 주르륵 달려요. 그만큼 <신세계> 속 ‘이중구’는 어마어마한 역할이었죠. 아마 어떤 배우는 평생 이런 캐릭터 못 맡을지도 몰라요.
맞아요. 누군가는 극복해야 할 캐릭터라고 하는데 언젠가 자연스럽게 ‘이중구’를 넘어설 캐릭터를 만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천성이 워낙 긍정적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요. 아마 분명 ‘이중구’보다는 더 센 캐릭터여야 할 거예요.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그걸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진 않아요. 아직 시간 많으니까요.
소속사 홍보팀이 그러는데, 알고 보면 엄청 귀엽고 재밌는 남자라고요?
<신세계> 개봉하고서, 하루에 8개씩, 5일을 연달아 인터뷰했어요. 39번째 인터뷰 때 급체를 해서 서 있기도 힘들었죠. 그리고 40번째 인터뷰 매체에 찾아가서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근처 병원 응급실에 가서 누웠어요. 그때 릴레이로 인터뷰하면서 홍보팀 직원들이 똑같은 답변에 계속 리액션을 해줘야 한다는 걸 알고, 어떻게든 다르게 말해서 웃겨주려고 노력했어요. 사회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누구나 시작은 미약하잖아요. 저에게 다들 무명 10년을 잘 견뎠다고 하는데 그런 시기가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똑같이 웃긴 사람인데, 다만 전에는 제 얘길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제는 말을 많이 해도 귀 기울여 들어주는 분들이 있으니까 행복하고 고마워요. 일도 즐겁게 하고 있어요. 특히 요즘 촬영 현장에선 ‘큰형님’인 경우가 많아서, 제가 구심점이 되어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연결해주거든요. 특히 정경호랑 인생의 동반자가 됐죠. 이 자식은 무슨 작품만 있으면 감독님을 모시고 와서 같이 만나자고 하더라고. 하하.
최근에도 정경호 씨와 함께 검토 중인 작품이 있다고 기사가 났던데요? 거의 열애설 아닌가요?
아직 검토 중이에요. 근데 또 작품이 나쁘지 않아. 경호랑 연기하면 재밌어요. 그리고 진짜 저, 경호랑은 뽀뽀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 정도면 사랑에 빠진 수준이죠. 하하.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때도 감독님이 저에게 주장 역할을 맡기셨거든요.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눈물도 많이 쏟고 그래야 하지만, 현장 분위기까지 어두울 순 없으니까 제가 팀 컬러를 밝게 끌어올렸죠. 저는 촬영 현장 가는 게 제일 행복해요.
좋은 팀워크가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믿음이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그렇죠. 근데 이런 게 있어요. ‘어떤 배우가 다른 현장에서 이러저러하게 행동했다더라’ 하는 말을 들을 때가 있거든요. 이상하게도 그 친구들이 내 앞에만 오면 그런 행동을 안 해요. 맞을까 봐 그러는 건가? 지레 알아서 잘하더라고요. 저는 가만히 있는데. 하하. 결론은, 그래서 좋은 분위기가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거예요. 제가 있는 현장은 항상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죠.
몇 달 전에 이성민 배우를 만났거든요. 그때 <공작>으로 얼마나 힘들게 연기했는지를 얘기하셨던 게 기억나요. 긍정왕 박성웅에게도 괴롭고 힘들었던 역할이 있나요?
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지금부터 11년 전인가 그럴 거예요. 그때 재벌 총수의 아들 역할을 맡았는데, 연기 햇병아리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더더욱 나에게 맞는 옷 같지 않게 느껴지더라고요. 수트를 빼입고 헬기 타고 출근하고 영어와 일본어 막 섞어 대사를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든 거예요. 나는 생 날것 같은 게 편한데. 지금이라면 여유 있게 해낼 거 같은데 그땐 아니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 덕을 많이 보신 편인가요?
낙천적인 것도 있지만, 난 배우가 원래 힘든 일인 줄 알았어요. 연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었고, 또 끌어주는 사람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선배의 위치가 되면 후배들을 끌어줘야지 결심했어요. 요즘에 후배들이 인터뷰 기사에서 내 이름을 종종 언급하더라고. <나도 영화감독이다 2> 오디션 보러 왔던 태원석이라는 친구가 이번에 드라마 <플레이어>에서 활약을 했어요. 근데 내가 오디션 끝나고 “너 진짜 잘한다. 조금만 버티면 되겠다” 했었거든요. 그걸 기억하고 ‘무명 시절 박성웅 선배의 칭찬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는 인터뷰를 했어요.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때도 ‘초롱이’ 역할을 맡은 권수현이란 배우에게 전체 리딩 때 그랬어요. “야, 나 한시름 놨다. 너 참 잘한다”고. 현장에서도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어요. 사실 그 친구 입장에서 제가 얼마나 무섭겠어요. 그래서 무서워하지 말라고 이상한 농담도 막 던졌어요. 예를 들면, “너 신데렐라가 불면증 걸리면 뭐가 되는 줄 알아?” 이런 거요.
뭐가 되는데요?
“모짜렐라.” 하하. 이거 아홉 살짜리 아들이 낸 난센스 퀴즈거든요. 어디 가서 후배들이 나 무서워하지 않도록 스스로 무너지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좀 놓아버리면 ‘어? 박성웅 선배 이런 분인가?’ 하면서 훨씬 가까워지거든요.
어디 가서 평생 ‘꼰대’ 소리는 안 들으실 것 같은데요?
아들하고 교육 중이에요. 권위적인 아빠 말고 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고요. 근데 너무 친구가 돼서 권위를 좀 찾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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