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준비, 팝업 스토어 오픈, 홈쇼핑 라인 전개. 2018년도 디자이너 송지오의 활약이 대단했다. 2018년은 어떻게 보냈나?
일하는 과정은 복잡했을지 몰라도, 생활 패턴은 매우 단순한 한 해였다. 오로지 일에 집중했으니까. 창조적인 직업이다 보니 잠시 휴가를 떠나 재충전하기도 했고. 각 브랜드가 세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렸던 보람찬 한 해였다.
일에 매진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이러니하지만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디자이너란 매우 창조적, 창의적인 직업이다. 매 시즌 새로운 것을 찾고, 추구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 갈증, 의욕, 이에 대한 성취감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는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해 체력적인 에너지는 이미 충전돼 있었다. 하하.
모델들에게 송지오 옴므는 ‘쇼에 서고 싶은 브랜드’, 남자들에게는 ‘입고 싶은 브랜드’, 여자들에게는 ‘남자들에게 사주고 싶은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있다더라. ‘송지오 옴므의 블랙 수트를 입으면 성공한다’라는 말도 있다고.
의도적으로 만든 말은 아니다. 송지오 옴므 런웨이에 선 모델들이 다방면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신인 모델과 배우들 사이에서 ‘송지오 옴므 쇼에 서면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생겼다. 사실 그들 스스로 잘해서 성공한 건데. 하하. 감사하게도 이러한 수식어 덕분에 ‘송지오의 블랙 수트를 입으면 합격한다, 일이 잘 풀린다’는 인식이 생겨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수트를 맞추러 오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다.
송지오의 든든한 아군, 남자 모델과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앞서 이야기하면서 생각난 일화가 하나 있다. 1999년 압구정에 송지오 옴므 매장이 있었는데 그 당시 배우 송승헌이 군 제대 기념으로 매장에 와서 블랙 수트를 맞춘 반가운 기억이 있다. 배우 차승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여성복을 전개할 때부터 함께한 모델이다. 볼 때마다 모든 것을 수려하게 갖춘 남자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주목받는 모델 겸 배우 배정남도 애정이 간다. 거칠고 마초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그 안에 귀여운 매력도 있다. 배우 이기우는 비율이 완벽한 남자다. 서양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다. 무엇을 입어도 멋지게 소화한다.
차승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는 송지오 옴므 컬렉션의 상징이기도 하다. 런웨이의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사실 배우 차승원과 ‘언제까지 하겠다’고 계약이나 약속을 한 건 아니라서 기약은 없다. 차승원은 꾸준히 관리하고 노력해 런웨이에 오를 준비를 한다. 나 역시 언제든 환영이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이면 좋겠다.
진정한 패션 고수는 옷장에 불필요한 아이템 없이 꼭 필요한 옷만 남긴다고 하는데, 옷장에 남아 있는 혹은 손꼽는 아이템은 무엇인가?
옷장이 생각처럼 간소하진 않다. 아직도 옷이 좋다. 시도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대신 블랙 아이템이 많다. 굳이 신체를 드러내지 않아도 남성성을 강조할 수 있는 섹시한 색이다. 쉽게 질리지도 않고.
디자이너라서 평소 옷 관리도 특별할 것 같다.
모두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옷의 먼지를 터는 것 말고는 특별하게 관리하지 않는다.
오늘 삼성 에어드레서와 같이 촬영했는데 패션 디자이너가 볼 때 에어드레서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일단 디자인이 현대적이고 매끈하다. 하나의 오브제처럼 주변 분위기에 잘 융합한다. 작동 중인지도 모를 만큼 소음이 작아서 작업실에 둬도 참 좋을 것 같다. 기능적으로는 바람으로 이물질을 제거해주고, 스팀과 필터로 마무리까지 해주니 혁신적이라고 생각했다.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옷감끼리 마찰도 없어 옷의 손상도 적고,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보내지 않아도 돼 편하고. 훌륭하다. 미세먼지가 화두인 요즘 집에서도 간편하게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니, 더 이상 옷을 직접 털지 않아도 되겠다. 하하.
마지막으로 2019년의 송지오는 어떤 모습일까?
변함없을 거다. 송지오 옴므를 20여 년 넘게 발전시켜왔지만 2019년에 더 세밀하게 정리하고, 다듬고, 전진하는 게 목표다. 이제 2019 F/W 컬렉션 준비도 해야 한다. 소재도 찾고, 콘셉트도 정해야 한다. 20여 년 전 ‘송지오의 블랙 수트’처럼 송지오 스타일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브랜드의 목표나 욕심으로 실현 가능한 건 아니고 대중의 요구와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져야 하니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019년에도 끊임없는 공부와 고민을 해야겠지.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