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에 더 콰이엇은 굉장히 바빴다. <쇼미더머니 777>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했고, 정규 앨범 <Glow Forever>도 발표했고, 각종 CF까지 섭렵했고 말이다.
하하. 원래 2018년에는 조용히 음악만 만들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투어도 자주 했고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조금 지쳐 있었거든. 그런데 본의 아니게, 계획에도 없이 바빴다. 특히 <쇼미더머니 777>은 원래 참여할 생각이 없었는데 갑작스레 촬영을 하게 된 거다.
원래 계획에도 없었는데, 참여한 이유가 있나?
별것 아닌 이유다. 하하. 사실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섭외를 받았는데,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방금 얘기한 것처럼 내 머릿속에는 다른 계획들이 있어서. 근데 촬영 직전에 프로그램 내부적으로 많은 변수가 있었고, 마침 스윙스한테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 한 통이 모든 걸 바꿔놓은 거다.
마미손이 유행시킨 말이 있지.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더 콰이엇은 오히려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에서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마미손과 정반대다. 전혀 계획대로 되고 있지 않다.(웃음) 2018년 ‘상반기까지 이런 식으로 가면 되겠다’생각해놓은 게 있었는데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항상 평온해 보인다. 심지어 ‘더 콰이엇 랩 못한다’고 공격해도 평정심을 유지하더라고. 과연 더 콰이엇이 평정심을 잃고 흔들릴 때가 있을까?
아마 없을 거다.(웃음) 나 자신을 지난 10여 년간 관찰해왔지만 평정심이 깨질 일은 많지 않더라고. 오랜 시간 많은 일을 겪으면서 ‘멘탈’이 더 강해졌다. 안 그래도 워낙 강했는데, 지금은 더 세졌다.
일리네어와 앰비션 뮤직 등 레이블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도 강한 정신이 도움되겠네?
그렇다. 어릴 때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계속 리더 역할을 맡아왔다. 동시에 사람들 대하고 관리하고 음악 관련 비즈니스도 신경을 써왔고. 물론 힘들다. 음악 할 생각이라면 음악 하나에만 집중하는 걸 추천한다. 어쩌다 이런 팔자가 돼서 두 가지 모두 하고 있지만 내 중심을 지키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래야만 내가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을 아우를 수 있으니까.
에이어워즈에서 ‘이노베이션’ 부문의 상을 주려고 한다. 더 콰이엇의 혁신을 칭찬하려고. 늘 새로운 것을 먼저 시도하고 힙합 신의 트렌드를 이끌어간다. 머니 스웨그도 어떻게 보면 최초로 선보인 셈 아닌가?
하하. 그렇지.
근데 이게 요즘 너무 보편화돼서 재미가 없어지지 않았나?
너도나도 비싼 차, 시계 얘기하니까. 예전보다 많이 보편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장르의 가사를 싫어하는 분들은 싫어한다. 근데 그냥 하나의 장르로 봐줬으면 좋겠다. 실제로 돈을 많이 번 래퍼가 아니어도 그런 가사를 쓰고 싶으면 쓰는 거다. 지금의 힙합은 조금 비현실적인 자기 과시가 있다. 그래서 이걸 현실에 직접 대입하기보다 재미있는 시트콤 보듯이 즐기면 좋겠다. ‘돈 얘기하는 장르의 음악도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해달라.
오랜 시간 음악을 해왔으니까, 이제는 다들 ‘형님’‘선배님’이라고 부를 텐데, 생각보다 ‘이건 이렇게 하면 안돼’라는 말을 잘 안 하는 것 같더라고?
오히려 반대로 나보다 음악을 오래 하지 않은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변화하는 음악계에서 경력이 오래 됐다는 게 그다지 큰 자랑은 아니다.(웃음) 오히려 불리하다고 느낄 정도거든.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친구들만의 시야, 신선함에 대한 동경이 있다.
지금의 힙합 신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균형도 잡혀가는 것 같다. 기회의 땅이 아닐까 싶다. 지난달에 만난 쿠기처럼 힙합 좋아하는 취준생이 혼자 꾸준히 곡 작업하다가 어느 날 <쇼미더머니> 무대에 서게 되는 일.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지. 기회가 많은 것도, 이 신이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재능 있고 좋은 음악 만든다면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공에 충분히 가까워질 수 있다. 다만 쿠기는 엄청난 재능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데모 테이프 하나로 굉장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정말 죽어라고 내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결과는 정해져 있다. 그 점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2018년 가장 잘한 일 한 가지는?
릴러말즈라는 뮤지션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들을 세상 밖으로 이끈 것. 바이올린을 전공한 음대생이었고 지금도 뉴욕에서 공부 중이다. 원래 알던 사이였는데 지난봄에 뉴욕을 갔다 만나서 그 친구가 새로 작업한 곡을 듣고 영감을 받았다. 내가 계속해서 새 작업의 동기를 부여해줬고 그 결과 어마어마한 작업물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힙합 팬들한테 호감형 뮤지션은 아니었는데(웃음), 결과물이 워낙 좋으니까 응원하는 팬들도 생기고 굉장히 뿌듯하다.
계획에 없이 릴러말즈를 도와주는 일도 했네.
또 그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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