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콧을 만나는 내내 ‘곰돌이 푸’가 생각났다. 날렵한 외모의 칼럼에게서 푸근한 곰돌이를 떠올린 건 행복한 기운 때문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과 미소를 잃지 않는 곰돌이 푸처럼 그 역시 밝은 기운으로 가득 찼다. 귀를 확 잡아끄는 매력적인 목소리의 이 영국 뮤지션은 하마터면 ‘우리 집안 가수’로 그칠 뻔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HR 회사를 다니던 그는 샤워를 할 때나, 방 안에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던 흥이 많은 청년이었다.
그의 재능을 발굴한 건 이미 음악 예술 분야에 진출한 여동생이었다. 오빠의 목소리가 집 안에만 맴도는 것이 아쉬웠던 그녀는 동네에서 열리는 작은 노래 경연 대회에 참가를 권했다. “얼마나 긴장됐던지, 화장실 창문을 열고 도망치려고도 했다.(웃음) 그런데 막상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니까 너무 신이 나는 거다. 노래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와, 이게 남은 인생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럼 스콧의 노래가 세상에 울려 퍼진 건 2015년 영국 TV 쇼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를 통해서였다. 여동생과 함께 참가한 그는 먼저 노래를 부른 여동생이 사이먼 코웰에게 “어떻게 이렇게 엉망진창일 수 있죠?”라는 혹평을 받은 것을 지켜봤다. 울고 있는 동생을 보며 분노와 슬픔, 긴장감을 안고 무대에 오른 그는 부저에 손을 뻗는 사이먼을 보고도 ‘부저 옆에 민트 캔디를 먹으려나 보다’ 생각했다고. 하지만 그 깐깐한 사이먼이 골든 부저를 눌렀고 “지금껏 들은 적 없는 목소리”라는 극찬을 했다. 그렇게 칼럼 스콧의 이름은 영국 전역에 알려졌다.
그리고 올해 3월 발매한 정규 1집 <Only Human>을 통해 세계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었다. 서울을 오기 전 그는 싱가포르와 홍콩, 필리핀을 돌며 투어했다. “아시아 팬들이 ‘떼창’을 좋아한다는 걸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믿기진 않았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까 내가 마이크를 넘겨주고 싶을 정도로 내 노래를 함께 불러주더라.(웃음) 특히 느린 템포의 곡들을 부를 때 감정적으로 동화됐다. 내가 말로 주절주절 설명하는 것보다 역시 음악으로 소통할 때가 가장 기쁘고 짜릿하다.”
서울에 오자마자 칼럼 스콧은 남산 한옥마을에서 ‘기와’라는 라이브 영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서울 하늘과 단풍나무 색깔에 감탄을 거듭했던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그날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남산타워 가봤나? 거기는 꼭 가봐야 한다고 하던데. 여러 도시를 다녔지만 서울은 진짜 아름답다. 이 하늘과 나무 색깔 좀 봐! 나중에 서울에 작은 아파트라도 한 채 구하고 싶을 정도다.(웃음)” 서울 집값을 알면 웃음이 쏙 들어가겠지만, 이렇게나 칼럼 스콧은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조금 진부하지만 한 번 물어봤다, 행복하냐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변이 돌아왔다.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엄청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내 팬들은 세계 최고다. 또 내가 와볼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던 한국에 내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방문했다. 내가 하는 일을 정말 사랑한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 행복하다.”
2018년도 충분히 행복했는데, 2019년에도 행복할 일들만 기다린다. 일단 칼럼 스콧의 두 번째 앨범이 나올 거다. 또 지난번 호주 프로모션 때 1988년부터 방영된 초 장수 드라마 <홈 앤 어웨이(Home And Away)> 출연을 제의받았지만, 시간 관계상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운 기억을 떠올리며 연기에도 도전할 거라고. 칼럼 스콧은 2019년도 매일매일 행복으로 채워나갈 것 같다. 곰돌이 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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