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를린 푸디들이 열 올리는 음식을 보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채식, 프로바이오틱스, 마이크로바이옴을 아우르는 발효 음식, 해조류 등 전 세계적으로 열풍인 슈퍼푸드까지. 모두 한국 사람들이 전통 식생활로 즐겨왔던 음식들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발효 음식이다. 사실 전 세계 발효 음식의 역사는 깊다. 치즈, 요구르트, 피클, 액젓, 와인 등 각 나라마다 자연환경에 맞춘 발효 음식을 빚어왔으니까. 하지만 요즘 재조명되는 발효 음식은 천연 먹거리, 건강 음식을 찾는 웰빙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독일에서 입맛이 가장 국제적인 베를린에선 한층 이국적인 맛과 향의 발효 음식이 이슈다.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 음식 붐과 함께 떠오른 ‘장’이다.
베를린 북쪽 모아비트 지역 주택가에 위치한 미미 페르멘츠(Mimi Ferments).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낯선 풍경을 맞닥뜨린다. 225리터 오크 배럴과 한쪽 벽에 빽빽이 진열된 항아리들이다. 이것에 담긴 것은 간장과 미소 된장, 낫토, 장을 발효시키는 누룩인 코지, 인도네시아의 청국장으로 불리는 템페 등이다. 이를 만든 사람은 미미 페르멘츠의 오너인 마르쿠스 시미즈(Markus Shimizu)다. 그는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로 이주했다. 그리고 2000년, 많은 이들이 그랬듯 아티스트의 꿈을 품고 베를린에 왔다. 예술학도였던 그가 미소 된장이며 간장 등 발효 음식을 만들게 된 건 건강상의 이유였다.
“알레르기 때문이었어요. 약으로 고치는 데 한계가 있어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채식, 로푸드, 발효 음식 등 건강 식단에 대해 파고들었죠.” 그는 예술 공부를 하면서 일본에서 공수한 발효 음식 관련 서적을 보며 틈틈이 미소 된장과 간장, 코지 등을 담갔다. 콩과 쌀, 밀가루를 이용하는 일반적인 재료 외에도 일립계 밀인 아인콘(einkorn), 메밀 등을 이용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손수 만든 장류를 주변 친구들에게 나눠주곤 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셰프, 마켓 담당자, 쿠킹 클래스 운영자 등이 찾아왔다. “베를린엔 아티스트가 많잖아요. 미소 된장과 간장을 직접 만드는 사람은 내가 독보적이었어요.” 취미로 시작해 결국 전업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베를린 곳곳에서 아시아 슈퍼마켓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일본 유명 브랜드의 미소 된장과 간장도 훨씬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독창성’ ‘장인 정신’ ‘로컬(지역성)’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베를리너들은 부러 미미 페르멘츠를 찾아 장류를 구입하고 워크숍에도 참여한다.
미미 페르멘츠에서는 보통 3가지 종류의 간장, 8가지 미소 된장, 8가지 코지와 낫토, 템페 등을 선보인다. 미소 된장은 일반적으로 쌀 누룩을 이용한 시로미소(백된장)와 코메미소(갈색 된장), 보리 누룩을 이용한 무기미소가 알려져 있다. 미미 페르멘츠에서는 쌀과 수수로 만든 미소를 추가했다. 간장, 미소와 함께 천연 양념으로 쓰는 코지 또한 흥미롭다. 특히 메밀을 이용한 부흐바이첸 시오 코지는 은은하면서도 독특한 풍미로 인기가 많다.
마르쿠스가 추천하는 장 요리는? “미소 버터 토스트요. 바삭하게 구운 빵 위에 코메미소를 섞은 버터을 발라 먹는데 간단하면서도 맛있어요.” 미미 페르멘츠의 장맛은 팀 라우에를 비롯해 노벨하르트 슈무치히, 루츠, 코르도바 등 베를린의 별을 단 레스토랑들에서도 맛볼 수 있다. 워크숍을 통해 간장과 미소, 코지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단, 간장은 3~4개월, 미소는 최소 1년은 기다려야 맛볼 수 있다.
www.mimifermen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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