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캘리포니아 법원은 학교 운동장 관리인 드웨인 존슨이 농약과 화학 전문 다국적 회사 몬산토(Monsanto)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몬산토는 약 3천3백억원에 달하는 위자료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몬산토의 대표적인 제초제 ‘라운드업’과 ‘레인저 프로’에 포함된 성분으로 인해 암이 생겼다는 존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국적 기업 몬산토는 1901년 설립 후 고엽제를 만들어 베트남전 군인들에게 후유증과 상처를 남긴 기업이다.
몬산토는 다국적 종묘 회사로 유전자 조작에 의한 곡물을 생산, 육종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콩과 옥수수를 비롯한 수많은 유전자 변형 작물(GMO)을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몬산토에서 개발하는 유전자 변형 작물이란 자신들이 만든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작물이다. 다른 식물들은 이 제초제의 글리포세이트로 인해 누렇게 말라 죽지만, 몬산토에서 개발한 유전자 변형 작물은 이 글리포세이트를 빨아들이며 자란다. 글리포세이트는 물에 녹지 않아 씻겨나가지 않고, 그들이 개발한 유전자 변형 작물은 이 성분을 흡수하며 자란다. 열을 가해도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옆 농장에서 재배하는 유전자 변형 작물의 씨앗이 날아들어, 다른 작물을 오염시키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그 곡물을 가축들이 섭취하면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유전자 변형 작물을 섭취하게 된다. 이 유전자 변형 작물은 건강에 중대한 해를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몬산토는 2016년 독일의 거대 제약회사 바이엘에 인수되며 세력을 확장한다.
먹거리에 민감한 프랑스인들은 오래전부터 유전자 변형 작물에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운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에 맞추어 프랑스에서는 식음료계에서 활동하는 2백47명의 저명 인사들이 의견을 모아, 더욱 거대해진 이 다국적 기업을 반대하는 성명을 공개적으로 냈다. 프랑스 요식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웹진 <아타뷜라(Atabula)>의 발행인 ‘프랑크 피네 라바루스트’, 유명 레스토랑 셰프 ‘올리비에 로랑제’를 비롯해 프랑스 각지 셰프들이 동참했다. 성명에서는 “두 거대한 농약과 종자 회사가 노리는 것은, 씨앗부터 식탁까지 우리의 모든 식량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 야망은 생물의 다양성과 인간의 건강을 무시하고, 전 대륙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셰프도 식음료업계 종사자도, 질 좋고 안전한 식자재와 문화의 다양성 없이는 재능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다”라며, 이번 합병에 대한 불안감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 프랑스에서 재배되는 유일한 유전자 변형 작물은 옥수수 ‘MON810’이었으나 지금은 종자의 판매 및 재배가 금지된 상태다. 프랑스는 사람들이 섭취하는 식자재에 유전자 변형 작물이 0.9% 이상 비의도적으로 사용됐다면 의무적으로 GMO가 첨가됐다는 라벨을 부착해야 하며, 다행히 지금은 슈퍼마켓에 가면 ‘GMO Free(프랑스에서는 OGM Free로 표기)’가 표기된 라벨이 붙은 제품을 볼 수 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지만, 모든 영역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해주진 못한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에서도 육류와 치즈 같은 유가공품에는 GMO가 표기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문제 제기가 미미하다. 식용유, 간장, 된장 고추장을 비롯한 가공품에 다량의 GMO 작물이 사용되고 있으며, 비의도적 혼합률도 유럽과는 한참 차이가 나는 3%로 정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되며 일고 있는 반유전자 변형 작물 운동에 대해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을 갖고, 한국에서도 소비자가 지켜봐야 할 문제인 동시에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아가야 할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몬산토에 의해 벌어진 유전자 변형 작물 확산과의 싸움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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