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 3의 매력> 리뷰를 보니까 ‘서강준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었나?’라는 의견이 가장 많더라. 그럼 반대로, 이전에 사람들은 서강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다. 늘 똑같은 마음으로 진지하게 연기에 임했다. 어느 하나 열심히 하지 않은 작품이 없었다. 그럼 이전에는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줬길래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평가를 해주시는 걸까?
요즘 <제3의 매력>을 촬영하면서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이제 시작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993년생이면 사실 아직 어린 나이다. 그럼에도 굉장히 진중하고 뚝심이 있는 사람 같다.
어디에서 그런 걸 느꼈나?
인터뷰를 열심히 찾아 읽어봤다.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 담담하기 짝이 없더라고. 연기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엄청 들을 텐데, 그 안에서 중심 잡는 건 너무 힘들 것 같다. 그런데도 타고난 성격인 건지, 연기 생활을 하면서 단련이 된 건지 궁금하더라.
단련까지는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이거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않나. 너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어떨 땐 재밌고 어떨 땐 힘들다. 내가 연기를 하는 건 단순히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분명 더 잘해내고 싶은 목표가 있고, 그걸 이루고자 하는 의지도 크다. 나를 위해 하는 일이니까 우선순위를 정하자고 생각했다. 물론 대중의 평가도 중요하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담담해진다.
이렇게 생각이 많고, 또 깊기 때문에 작품 선택을 할 때도 고민의 시간이 엄청 날 것 같다.
많이 고민한다. 하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선택하진 않는다. 일단 하고 싶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리고 또 책임감 측면에서도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선택한다. 앞으로도 계속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분하는 것도 어렵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는데 막상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이상하게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고 싶은 거더라고. 그게 잘 맞아떨어지면 감독님, 작가님, 상대 배우가 누군지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하게 된다.
<제3의 매력>도 같은 이유로 결정했겠네?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일단 대본의 느낌이 좋았다. 처음엔 감독님도, 상대 배우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하겠다고 결정했다. 나중에야 표민수 감독님이라는 걸 알았다. 상대 배우도 이솜 누나라는 얘길 듣고 참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로맨스 드라마의 엔딩은 대부분 사랑이 맺어지느냐 마느냐 같다. 이 드라마도 그럴까?
아직 나도 엔딩은 모른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최소한 ‘내가 이런 사랑으로 이렇게 성숙한 사람이 됐다’는 결론을 맺진 않을 것 같다. 남자와 여자가 12년에 걸쳐 세 번의 만남과 이별을 겪는데, 나이를 먹어도 계속 실수를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 스무 살보다 서른두 살이 좀 더 성숙할 순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부족한 사람이다. 이런 결론으로 끝나지 않을까?
고양이 오키와 도키를 모시는 집사님이라고 들었다. 이 생명체들이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지금 혼자 살고 있는데, 다른 무언가에 기대지 않아도 될 힘을 주고 있다. 그래서 더 혼자 살 수 있게끔 도와준다. 가끔 자식 같기도 하고 동생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꽤 깊은 유대 관계를 나누고 있다.
서강준이 혼자 사는 일상을 방송하면 재밌을까?
‘노잼’이다. <나 혼자 산다> 같은 방송도 ‘나 혼자 살지만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나. 무언가 볼거리를 제공해드려야 하는데, 그럴 거리가 하나도 없다.
곱창이나 김부각 먹방 같은 거라도 해보면 어떨까?
내가 또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질 않아서. 하하.
그렇네. 계속 화면에 고양이들만 나오겠다.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도 ‘노잼’으로 통하나?
아니다. 진지하다가도 재미있는 친구다.
오, 두 가지가 다 된다고?
그럼. 진지할 땐 엄청 진지하다가도 놀 때는 덧없이 놀기도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라 정말 편한 사이다.
연예인 서강준을 어색해하진 않고?
화면 속의 나를 어색해하고 실제의 나를 어색해하진 않는다. 그래서인지 내가 나오는 드라마도 안 본다.
오늘 처음 만난 나한테 굉장한 비밀을 털어놓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요즘 서강준은 연기나 드라마 말고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하나, 그건 묻고 싶더라.
나이는 왜 드는 것인가. 아직은 내가 어리고, 팔팔한 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앞으로도 조금씩 모습이 달라지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노화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 있다.(웃음)
청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나 보네.
맞다. ‘내 청춘, 잘 보내고 있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매일 촬영하고 일하고, 모든 고민과 행복을 일에 쏟아붓고 있으니까. ‘한 번뿐인 청춘인데, 그래서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인데 나는 이 짧은 20대를 잘 보내고 있는 건가?’ 슬며시 그런 걱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신 가장 아름다운 청춘의 순간이 담긴 작품이 남잖아.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갖기 어려운 거다.
맞다. 뭐든지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겠지. 그렇지만 보통의 20대를 건너뛴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지금 서강준이 흑역사를 만들면 안 되니까,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하하. 맞다. 욕심이겠지.
올해 가장 잘한 일을 꼽아볼까?
잘 기다린 것. 올해 6월 <너도 인간이니>가 방송되기 전까지, 그리고 <제3의 매력>을 촬영하기까지 반년 정도 기다렸다. 되게 텅 빈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잘 기다려서 좋은 작품을 만났으니까, 잘한 일 같다. 사실 잘 견딘 건 아니고, 그냥 때웠다. 결과적으로 잘 때운 셈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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