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중인 드라마 <플레이어>의 반응이 아주 좋다.
연출을 맡은 고재현 PD와는 드라마 <여름향기> 때 배우와 조연출로 처음 만났다. 이후 지금까지 막역하게 지내는데, 어느 날 ‘내가 아는 송승헌’의 모습으로 드라마를 하나 하자 하더라. 그게 <플레이어>다.
극 중 강하리는 유쾌하고 때론 능청스럽다. 우리가 알던 송승헌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작가님도 처음엔 ‘이걸 송승헌이 한다고?’ 하면서 의아해했다더라. 하지만 고재현 PD는 원래 내 모습을 너무 잘 아니까. 감독님도 내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끄집어내려 한다. 실제 경쾌하고 밝은 면이나, 장난기 많은 모습? 연기도 일부러 한 톤 올려서 한다.
송승헌이 장난을 치다니. 상상이 잘 안 되는데?
남자들끼리야 다 똑같지. 장난도 치고, 욕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 속 내 모습만 보니까, ‘송승헌’ 하면 얌전하고 바른 생활만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약간 포장된 느낌이랄까. 드라마 촬영 중엔 당연히 야외에서 스태프들과 도시락도 먹고 하는데,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시네요?’ 하는 스태프들도 있다. 그럴 땐, 나도 의아하다. 도대체 내가 어떤 이미지인지.
고독한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실제 송승헌은 어떤가?
고민하고 외로워하고 고독하고 그렇지는 않다. 친구도 많고 편하게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고독을 씹고 외로움을 타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없는 남자일 것 같다는 생각은 오해일까?
재미는 없다. 하하. 친구들과 있을 때만 잘 논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새침해?’ 하고 오해도 한다. 다만 40대가 되면서 조금씩 유연해지고 있다. 요즘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작품 외에 송승헌은 드물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살고 싶었던 걸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의도가 있으면 반드시 들킨다. 나를 잘 드러내지 않았던 건, 사실 별로 보여줄 게 없어서였다.
작품 속 송승헌의 이미지는 정형화됐다. 바르고, 달달하고, 부드러운 그런 거. 그런데 언젠가부터 의외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예전엔 이왕이면 멋지고, 바르고, 정의로운 역할을 하려 했다. 연기자인데, 연기 욕심이 없었던 거다. 사실 연기가 뭔지도 잘 몰랐다. 변명하자면,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었으니까. 어느 날 갑자기 방송국에서 다음 주부터 연기를 해야 한다고 던져준 대본이 <남자 셋 여자 셋>이었다. 이후 소위 말하는, ‘스타’가 됐다.
남들은 부러워하는데, 나는 너무 힘들었다. 매일매일이 지옥 같았으니까. 방송국에 가면 만날 연기 못한다고 혼나는데, 연기가 뭔지도 모르겠고, 배우가 내 길이 맞나 싶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안 해봤으니 못하는 게 당연한 일이고, 그러면 배우려고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역할만 했다. 그러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조금씩 욕심이 생기더라. 그 이후로는 이왕이면 안 해본 역할을 고르려 한다. 악역도 해보고, 불륜남도 해보고. 이번 <플레이어> 역시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캐릭터라는 점이 가장 끌렸다.
“아직까지 청춘 스타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거 같다.
‘이제는 조금 배우 같네’ 이런 얘기를 듣고 싶다. 50~60대가 돼서도 멋지게 활동하는.
‘저 배우 정말 멋있게 늙어간다’는 얘기 들으면서.”
계기가 있었나?
군대에서 막 제대했을 무렵 받은, 어떤 팬의 편지가 계기였다. 사실 팬레터가 다 비슷하지 않나. ‘송승헌 씨 너무 좋아해요, 송승헌 씨 너무 멋있어요.’ 대개는 이런 내용인데, 그 팬레터에는 ‘송승헌 씨 연기에 감동을 받아 울고 웃어요’라고 쓰여 있었다. 뭔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사실 나는 그동안 연기자가 직업이라고만 생각했지, 책임 의식을 갖지 못했다.
‘아, 그런데 누군가는 내 연기에 울고 웃는구나.’ 사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또 ‘연기자는 정말 복 받은 직업 같아요.’ 이런 말도 쓰여 있었다. 그 한마디가 굉장히 와 닿았다. ‘대충 하면 안 되겠구나’ ‘열심히 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30대가 되어서야 그걸 깨달았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그때라도 알게 됐다는 점에서 그 팬에게 정말 감사하다.
해보지 않은 역할이 또 뭐가 있을까?
너무 많다.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갈 거다. 지금 퍼뜩 떠오르는 건, 정말 웃긴 코미디? 망가질 준비도 되어 있다.
요즘 송승헌의 고민은 무엇인가?
‘인생이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걸까?’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도 죽을 때 ‘아, 내 인생은 참 행복 했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데, 과연 행복이 무엇인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면 더 행복할까?’ 싶다가도, 결혼한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열에 아홉은 늦게 하라고 하고. 삶이라는 건, 결국 행복이 무엇인지를 찾는 과정인 거 같다.
결혼 생각도 하나?
당연하지. 나이가 있는데. 다만, 좀 운명론자다. 이런 얘기를 하면 아직 철이 없다고들 하던데, 언젠간 운명의 상대가 나타날 거라고 믿는다. 아, 요즘 들어 애가 있는 친구들을 보면 많이 부럽기는 하다.
마지막 질문이다. 송승헌의 꿈은 무엇인가?
사실 아직까지 청춘 스타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거 같다. ‘이제는 조금 배우 같네’ 이런 얘기를 듣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잘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또 연기도 정말 잘해야 하고. 그래서 50~60대가 돼서도 멋지게 배우 생활을 하고 싶다. ‘저 배우 정말 멋있게 늙어간다’는 얘기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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