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 청춘 영화들이 한국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안녕, 나의 소녀>는 제목만으로도 ‘학창 시절’ ‘첫 사랑’ 이런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가만히 있어도 귀엽고 웃을 때 더 귀여운 류이호는 이 영화 한 편으로 한국에 본인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이렇게 말하면 신인 배우인 것 같지만, 대만에선 10년 가까이 활동한 ‘슈퍼스타’다. 왕대륙, 가진동과 함께 대만의 여심을 쥐락펴락하는 대표적 청춘 스타. 올해만 두 번째 내한, 그리고 이 인터뷰를 마친 다음 주에 세 번째 내한까지 예정되어 있는 그는 한국어 과외를 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지난 내한 때는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기도 했다. 자신의 팬들은 물론이고 일하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챙긴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에게 원래 저렇게 친절하냐고 물으니 타고난 것 같다고 답했다. 다정도 병이런가 싶은 류이호와 친밀한 대화를 나눴다.
스튜디오에 오기 전 점심을 먹었다고 들었는데 한국 식당이었나?
맞다. 평소에도 한국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종종 간다. 요즘은 김치에 대해서 연구 중이다. 가만 보면 한국인은 소주와 맥주를 많이 마시는데 혈색이 좋다. 그게 김치 때문이 아닐까 싶어서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하하.
인스타그램에 ‘소맥 폭탄’을 말아 먹는 영상을 올렸던데?
오, 소맥! 어제저녁에 마신 거다. 2박 3일 동안 스케줄이 바빠 앉아서 밥 먹을 시간이 없었다. 어제저녁에 시간이 남길래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과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소맥’을 마셨다. 이제는 맛있게 제조할 수 있다.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가장 최근에 익힌 한국어 표현이 있나?
‘지혜로운 사람.’ 얼마 전 교재에서 배운 표현이다. 요즘에는 단어 암기 위주로 많이 공부하고 있다. 가수, 회사원. 이런 거.(웃음) 근래 드디어 한국어를 읽을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정말 좋다. 아직 하나하나 뜻은 모르지만, 소리 내서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때로 돌아가보자. 처음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섰던 순간을 기억하나? 무슨 대사를 했었나?
아마 조연이나 엑스트라였을 텐데 다른 배역의 이름을 불렀던 것 같다. 당시 함께 출연한 유명 배우가 신인인 나에게 뭐를 사오라고 심부름 시켜서 바이크였는지, 자전거였는지를 타고 다녀온 기억이 있다.(웃음)
한국에는 <안녕, 나의 소녀>로 알려져서 ‘신인 배우 류이호’ 같지만, 사실 10년 훌쩍 넘게 활동한 대만의 스타다. 대학교 선배가 모델 지원서를 내는 바람에 데뷔를 하게 됐다고?
원래 성격상 나는 연예계가 맞는 사람은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여학생과 눈도 못 마주쳤을 정도로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그때는 길을 지나가다 여학생과 조금만 스쳐도 나도 모르게 뿌리치고 그랬다. 여자들과는 대학교에 가서야 겨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됐으니까. 좀 과도하게 수줍어하는 성격이라고 할까? 뭘 해도 누군가의 뒤에 서 있거나 그랬다. 아직도 이렇게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연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 계기가 있었나?
<아적귀기우>라는 작품부터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 그 생각을 책으로 내기도 했고. 연기에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 계기는 <안녕, 나의 소녀>였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이 내 작품 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전에는 주변 지인이 “네가 출연하는 작품 잘 봤어”라고 하면 “아, 보지 마! 보지 마!”라고 말렸었거든.(웃음)
‘류이호 에센셜 리스트’를 꼽아달라.
방금 이야기한 <아적귀기우>를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종채여신>이라는 드라마도 방영될 예정이니까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차기작 <모어 댄 블루(More Than Blue)>는 한국 영화가 원작이다. 배우 권상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굉장히 로맨틱한 작품이라, 연기를 하면서도 고심할 부분이 많았다. 여태까지 맡은 역할 중 가장 어려운 도전이었다.
오, 다음 질문이 바로 그거다. 여태까지 맡은 역할 중 가장 도전적이라고 생각한 배역은 무엇이었는지.
역시 <모어 댄 블루>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을 보살펴줄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사랑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생명을 잃는다는 것이 무섭다는 생각도 했고. 워낙 슬픈 역할이다 보니까 촬영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와서도 계속 우울했다. 심리적으로도 많이 나약해졌다.
이 작품 전에는 배역과 생활을 깔끔하게 분리했나?
물론 완벽하게 분리되지는 않지만, 이번 작품만큼 분리되지 않은 적도 없었다. 이번엔 작품 때문에 길렀던 머리를 촬영을 다 마치고 나서 잘라버렸다. 빨리 자르고 더 이상 영화 생각을 하지 말자, 슬픈 생각을 덜자. 이런 다짐을 할 정도였으니까.
"연기에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 계기는 <안녕, 나의 소녀>였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이 내 작품 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류이호는 다정하고 친절하고 상냥한 남자 같다. 가족이나 친구들도 동의하겠지?
어, 지금 전화해서 물어봐야 할 거 같다.(웃음) 생각이 너무 많다는 얘기를 하더라. 나는 여럿이 있을 때 우울해하는 사람이 보이면 ‘저 사람은 왜 우울할까?’ 좀 더 신경 쓰고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누군가가 한숨 쉬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물어보는 편이다. 어떨 때는 그게 단점이기도 하다. 촬영 현장에서 우울해하는 사람을 계속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주의력이 분산되니까.
‘서울 드라마 어워즈’ 시상자로 세 번째 내한은 이미 결정됐고, 네 번째는 작품과 함께라면 더 좋을 거 같다.
부산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서 한국에 또 오고 싶다.
그 기간에 부산은 정말 재미있다. 해변가에 포장마차가 있는데, 거기서 다 같이 술 마시면 진짜 좋다.
이야기만 들어도 편안하고 좋은 분위기 같은데? 오… (매니저에게) 가자, 부산!
지금 우리가 촬영하고 있는 이곳 이태원도 서울에서 가장 재미있는 동네다.
굉장히 대단한 동네라고 듣기만 했다. 하하. 오늘 처음 와본다. 다음에 오면 밤 11시까지 놀아야지
무슨 소린가, 이 동네는 밤 11시부터 시작이다.
혼자 놀다가 갈 뻔했네. 다음엔 이태원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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