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에 선보인 2018년 F/W 컬렉션 ‘타미나우 아이콘즈(Tommynow Icons)’는 기존과 달리 몇 가지 과감한 변화를 맞았다. 먼저 미국과 유럽에서 벗어나 최초로 아시아의 상징적인 도시 중국 상하이를 선택했다는 점. 그리고 브랜드의 아이콘을 세대교체했다는 것이다. 쇼는 상하이의 야경을 가장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는 포트 크루즈 터미널에서 열렸다. 도시를 상징하는 동방명주, 브랜드 로고를 빌딩 전면에 도배한 중국 금융정보센터 등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던 마천루는 자연스레 런웨이의 배경이 됐다. 브랜드의 새로운 아이콘은 긍정의 에너지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들을 선정했다. 4회 연속 F1 월드 챔피언을 섭렵한 카레이서 루이스 해밀턴과 모델 헤일리 볼드윈, 위니 할로, 배우 매기 장이 그 주인공. 오프닝은 루이스 해밀턴과 협업한 ‘타미 X 루이스’ 캡슐 컬렉션이 맡았다.
시작과 동시에 쏟아져 나온 강렬한 원색 트레이닝복은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루이스 해밀턴의 행운의 숫자를 반영한 ‘44’ 디테일, 브랜드의 깃발 엠블럼과 해밀턴의 이니셜 ‘H’를 조합한 새로운 로고는 신선하면서도 얼마나 반갑던지. 각기 다른 체크 패턴을 소매와 몸판에 활용하고 칼라 대신 후드를 더한 셔츠, 트레이닝팬츠에 슬라이드를 신는 스타일링은 평소 루이스 해밀턴의 스포티한 옷장과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후에 등장한 ‘타미 아이콘즈’ 컬렉션은 여성을 위한 라인이었지만 남자가 봐도 훌륭했다. 헤일리 볼드윈, 위니 할로, 매기 장의 손길이 닿은 럭비 티셔츠는 하늘거리는 소재를 사용해 푸둥강을 가로지르는 매력적인 원피스로 강렬하게 변모했다. 기존의 위트 넘치는 캐주얼 룩은 ‘힐피거 컬렉션’이 대변했다. 전매특허인 금장 버튼의 네이비 울 코트는 소매에 원색 줄무늬를 더해 한결 젊어졌다. 이날 선보인 룩은 총 1백12개. 압도적인 수치가 증명하듯 풍성한 볼거리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이로써 런웨이는 끝났지만 현장을 나서기 전까지 쇼는 계속됐다.
출구에 있는 현장 직구 부스가 이날의 하이라이트. 3D 카메라가 전신을 스캔하면 화면 속 가상 피팅룸에서 방금 본 아이템들을 입어볼 수 있었다. 수고스럽게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이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나에게 어울리는 룩을 찾는 편리함이란. 그 자리에서 구매, 배송지 설정까지 가능해 단순한 체험이 아닌 경험이 되었던 순간. 아이템의 내용보다 유통 방식이 화두인 지금, 이를 풀어내는 노련함과 젊음의 아이콘을 선별하는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의 감식안 그리고 화수분처럼 터져 나오는 그의 열정은 이날 상하이의 찬란한 야경만큼이나 유독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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