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아끼면 북극곰도 집을 잃지 않는다. 전기, 석탄, 석유 등의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은 모두가 느끼는 바다. 머리는 아는데 몸이 못 견딘다. 추우면 불을 때고, 집에서는 온기를 느껴야 한다. 당연하다. 그게 집의 본질이니까. 난방 기구 없이도 집이 온기를 품는다면 어떨까? 집이 에너지 사용 없이 열을 보존할 수 있다면 말이다. 꿈과 같은 얘기지만 이미 패시브 하우스는 건축계에서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정부에서 나서서 패시브 하우스의 조건을 충족한 공간들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 문을 연 패시브 하우스 인증을 받은 건축들을 모았다. 여기서 자면 북극곰이 덜 슬퍼할 거다.
1 에코빌리지
강원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숙박 시설을 꼽으라면 에코빌리지가 첫 번째일 것이다. 에코빌리지는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삼옥리 동강생태공원에 있다. 강원도 오지 그러니까 산골짜기 안에 자리한 거대한 유스호스텔이다. 학교 수련회, 기업 워크숍 등 각종 단체들이 숙박하며 행사를 진행하기에 적합한 규모다. 연면적만 2,705㎡이며, 지상 2층에 지하 1층까지 갖췄다. 건물은 두 채다. 객실과 강당으로 이루어진 본관과 식당동이다.
주목할 것은 시공 방법이다. 에코빌리지는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태양열과 바람 등 자연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공법이 적용됐다. 대규모 인원이 에코빌리지에 머물기만 해도 친환경 활동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숲속에 대형 숙박 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환경이 파괴되기 마련이다. 에코빌리지는 영월 숲속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비움과 채움이라는 철학을 내세운다. 탄소가 없는 자리에는 햇살을 채우고, 디지털이 없는 자리는 아날로그가 대신한다. TV 대신 책을 비치한 이유다. 쓰레기가 발생되는 소모품은 간소화했고, 탄소 절감을 위해 침구류는 자연 건조한다. 그래서 이불엔 구김이 남아 있지만 소소한 자국들은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본관 1층에는 전기 생산 자전거 등 친환경 체험 설비와 환경 관련 전시물도 설치했다. 재활용 창작 공간, 환경 다큐멘터리 상영 공간인 에코시네마도 있다. 에코빌리지에 묵는 짧은 기간 동안 에코 라이프를 철저하게 체험한다. 지난 7월 중순 오픈한 신축 중의 신축 시설이다.
2 EZ하우스
패시브 하우스는 주택에만 적용 가능한 공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아파트에 적용하기 더 쉽다. 아파트는 좌우와 위아래 집이 연결되어 열 손실이 적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패시브 공법을 적용한 아파트가 등장했다. EZ하우스는 열 손실이 적기만 한 게 아니라 에너지를 창출하는 시설까지 갖춘 국내 최초의 에너지 자급자족 공동주택이다.
EZ하우스는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8개 동 1백21가구로 이루어진 아파트 단지다. 건물 외벽과 옥상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멀리서도 한눈에 띈다. 총 1천2백14개의 태양광 패널이 촘촘히 붙어 있어 마치 갑옷을 두른 아파트처럼 보인달까? 태양광 패널은 연간 400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단지 전체에 난방, 냉방, 급탕, 조명, 환기를 공급하고도 전력량이 남는다. 에너지 자급자족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패시브 하우스의 특징은 큰 통유리창이다. 실내에 햇빛의 열 에너지를 최대한 모으기 위해 남향으로 통유리창을 설치한다. 하지만 대형 통유리는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덥다. 하지만 EZ하우스는 벽면 스위치를 누르면 창밖에 설치된 전동 차양막이 내려와 외부의 차가운 공기 유입을 막고, 뜨거운 햇살도 막는다. EZ하우스 건설에 사용된 재료는 패시브 하우스 인증을 받은 것들로 통유리는 일반적인 유리의 두 배 두께인 47mm 삼중창이 적용됐다. 패시브 하우스는 설계부터 시공 단계마다 시뮬레이션을 실시한다. 입주 직전 시뮬레이션에서 하루 24시간 한 달간 에어컨을 사용한 결과 전기료 5만원이 나왔다. 동일한 규모의 아파트에 비해 전기료가 80% 이상 저렴하다. 가장에서도 에어컨을 선풍기처럼 틀 수 있겠다. EZ하우스를 필두로 국내에 패시브 아파트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를 아끼는 차원을 넘어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친환경적인 삶이 아닐까.
3 아산 장애인체육관
실내를 20℃의 적정 온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패시브 하우스는 비단 주거 공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첫 삽을 떠 올해 개장을 앞둔 충남 아산시 장애인체육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녹색 건축물 체육관이다.
패시브 하우스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가 요구된다. 그중 하나는 기밀 테스트다. 실내외 압력 차이에서 발생하는 틈새 바람의 양을 측정해 기밀 정도를 판단하는 테스트로, 기밀 성능이 좋은 건물은 곰팡이, 결로 등의 현상이 없어 실내 공기가 쾌적하다. 아산 장애인체육관은 외풍 교차 횟수가 독일 기준보다 월등히 낮은 0.22회다. 창호와 창호 주변의 기밀성이 기준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다. 체육관은 층고가 높고 실내 공간이 넓어 열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단열 성능이 뛰어난 비싼 자재를 사용해야 하기에 시공이 어렵고, 건축비가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사용량이 적어 효율성이 높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체육관이다.
실내는 2층 규모의 코트가 마련되어 있다. 농구, 배구, 배드민턴 등을 즐길 수 있는 넓은 규모다. 코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층은 턱과 계단 대신 휠체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평탄한 바닥을 구현했다. 지하 1층에도 코트가 있어 다양한 경기를 개최할 수 있으며, 모든 층에는 넓은 창을 내어 햇빛이 유입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패시브 공법과는 상관은 없지만 건물 옆에는 잔디가 깔린 축구장과 잔디로 포장한 다목적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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