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전은 뜻밖이었다.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린 A매치였다. 티켓이 매진되었다고 한다. 평일이었음에도 관중석이 가득 찬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A매치 티켓이 매진된 적이 언제였던가. 축구 열기는 모니터에서만 바빴었는데, 월드컵 예선도 아닌 그저 새로운 코치진의 시범 경기일 뿐인데 인파가 모였다. 그리고 큰 함성이 들렸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연이은 성공 이후 대표팀 주가가 오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놀라운 순간을 꼽자면 이승우가 화면에 비칠 때였다. 경기장의 함성이 TV에서도 크게 들렸다. 맞은편 테이블 아저씨가 놀라서 닭발을 떨어뜨렸으니까. 미끄러진 건지 뭔진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닭뼈가 식당 바닥을 굴렀다. 이승우야? 이승우 때문에 소리 지른 거야? 일행은 되물었고, 다른 사람들도 이승우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승우가 공을 잡으면 소녀 팬들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이승우는 아이돌인가? 앉은자리에서 이승우 해시태그를 검색하니 ‘뽀샤시’ 처리된 이승우 ‘짤방’이 나왔다. 이동국, 안정환 같은 미모의 스무 살 선수들이 누리던 인기를 이승우가 이어받았다. 왜일까? 이승우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복기해보자.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사춘기 소년이 드리블로 수비수들을 제치고 골을 성공하던 동영상이 화제를 모은 건 아주 오래전 일. 그때부터 이승우는 해외 축구 좀 본다는 사람들 입에 회자되었고, 머지않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유소년 이승우가 공중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스타가 되었다. 유소년 대표에서 이룬 업적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공간을 창출하고, 경기를 운영하고, 수비수를 몰고 다니다가 틈이 보이면 개인 능력으로 골을 넣었다. 핑크색 머리를 한 소년이 어른이 되었고,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지역 예선, 월드컵 본선, 아시안게임 등 빅게임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여러 번 만들었다. 승부를 결정짓기도 했다.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회자될 만하다. 다 납득된다. 하나만 빼고.
왜 이승우는 소녀들에게 인기가 많을까? 잘생겨서? 개성이 강하다. 피부가 좋아서? 스무 살이니까 피부가 좋겠지. 스타일리시해서? 옷을 잘 입긴 한다. 그건 확실히 매력적이이다. 축구를 잘해서? 축구만 잘하는 형들은 과거에도 많았다. 직접 보고 대화를 나누면 이승우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칠레와 평가전을 치른 다음 날 오전 동대문의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이승우를 만났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승우는 촬영 중이었다. 살짝 핏이 넉넉한 수트를 입고 내 앞을 지나갔다. 작고 날카로운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과 지친 기색을 감추려는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넓은 어깨와 유달리 긴 팔다리가 눈에 띄었다. 촬영을 마치고 소파에 앉아 아주 잠깐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승우와 나눈 짧은 인터뷰를 풀어본다.
아시안게임 2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금메달까지 가는 과정이 아슬아슬했다.
우리 목표였던 우승을 해서 너무나 기쁘다. 또 2연패라는 큰 성과를 얻어서 대한민국 선수 모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막내 같지 않은 당돌함이 느껴졌다.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슛에서도 자신감이 비쳤다.
형들이 워낙 잘해줬다. 형들은 내가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도와줬다. 형들 덕분에 경기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특히 이란전에서 매크로 드리블 이후에 골을 넣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리블로 수비수 여럿을 따돌리고 골을 성공하는 모습은 만화 같았다.
경기장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로 인해 팬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나아가 대표팀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더 책임감을 갖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경기를 통해 모든 선수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느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골을 성공했다.
연장전에서 극적으로 골을 넣었다. 게다가 한일전이었기 때문에 더 기뻤다.
아시안게임 이후 지난 9월 7일에는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이 있었다. 이승우 선수가 화면에 나오거나, 공을 잡으면 함성이 유달리 컸다.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축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A매치 두 경기를 치르며 훌륭한 경기력과 결과를 보였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경기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생긴다. 팬들이 나의 그런 점을 좋게 봐주는 것 같다.
오랜만에 국내에서 대표팀 경기를 치렀고,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기운이 났을 것 같다.
맞다. 모든 축구선수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찾아와서 응원해주면 선수들은 힘이 더 난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동기 부여도 된다.
“다른 나라에 가고, 다른 팀에 가면 항상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또 지난 1년 동안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겪었다.”
이탈리에서 뛰고, 스페인에서도 뛰었다. 이승우가 롤모델로 삼는 선수는 누구일까?
특별한 롤모델은 없다. 대표팀에서 성용이 형이 주장을 맡았을 때 후배들에게 많은 걸 알려줬다. 특히 대표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성용이 형을 보고 후배들이 선수로서나 또 인간으로서도 많은 걸 배운다.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 배우는 것도 많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미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다. 또 대한민국 축구를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공유한다. 국내 팬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기대감을 선사할지 고민한다. 성용이 형은 대표팀에서 10년 넘게 있었고, 100경기 이상 뛰었다. 경험이 많은 선수다. 축구 외적인 부분을 편안하게 물어볼 수 있는 형이라 평소 많은 대화를 나눈다. 형의 격려와 조언이 나와 같은 어린 선수들에게 큰 자양분이 된다. 대표팀에서 함께할 때마다 모든 선수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탈리아 생활은 어떤가? 스페인에서 오래 지냈는데 문화 차이나 불편함은 없는가?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다른 나라에 가고, 다른 팀에 가면 항상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또 지난 1년 동안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겪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성장한 것 같아 기쁜 한 해였다. 이제는 좋은 모습을 보여서 한국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면 될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의 일상은 어떤가? 훈련과 경기를 마친 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축구 선수들은 훈련만 많이 하고 여가 시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오전에 한두 시간 훈련하고 이후는 모두 자유 시간이다. 그래서 남는 시간은 가족과 이탈리아 여행을 하는 데 할애한다. 음식이 맛있고 살기에도 좋은 나라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팀에 돌아가서 최대한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것이다. 팀이 1부 리그로 승격하고, 다 함께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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