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SUV가 열풍이다. SUV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벤틀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처음은 아니다. 1986년 LM002가 있었다), 페라리까지 SUV를 만들거나 계획 중이다. 물론, 경량 스포츠카의 대명사 로터스까지 SUV를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형 SUV까지 라인업에 포함시키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과거 SUV는 투박한 디자인에 높고 넓은 4륜구동 자동차로 인식됐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세단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SUV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가족, 친구들과 산과 들로 야외 활동을 즐기기에 세단의 한계는 명확했다. 한국 브랜드는 어떨까? 엄연히 미국 브랜드지만, 일부 모델을 국내에서 생산하기에 국산 차로 인식되는 쉐보레는 크루즈와 올란도를 만들던 군산 공장을 폐쇄했다. 쉐보레에 남은 세단은 말리부와 임팔라 그리고 아베오가 전부다. 말리부는 어느 정도 판매량을 보이지만, 나머지 모델은 처참하다. GM 본사에서 아베오와 임팔라의 단종 수순을 밟는다고 알려졌다. GM은 SUV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고 단종됐던 블레이저를 부활시키며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한때 에쿠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체어맨을 2017년 단종시켰다. 이제 라인업에 세단이 없다. 르노삼성은 SM3와 SM5, SM6, SM7 총 4대의 세단을 갖고 있지만, SM6를 제외하면 신차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연령이다. 르노삼성은 국내에서 개발을 진두지휘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순전히 본사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르노는 유럽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인기 없는 세단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점유율이 가장 높은 현대와 기아는 어떨까?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로 이어지는 삼 형제는 판매 순위 상위에 랭크되지만, 줄어드는 판매량을 피할 수는 없었다. 2018년 7월까지 판매량은 6만7천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과 비교하면 20% 이상 줄었다. 신차 효과가 줄어든 것과 SUV 트렌드에 밀린 것이 분명하다. 소형 세단인 엑센트도 미래가 불투명하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엑센트를 판매하지만, 국내에서 연식 변경 모델을 판매하는 이유를 보면 현대자동차는 국내 시장에서 세단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듯하다.
내년에 새로운 SUV로 대체된다는 소문이다. 세단이 사라지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 배경에는 전기차와 무인 자동차가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이 없어 디자인 자유도가 매우 높다. 디자이너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세단보다 공간 활용성이 높은 크로스오버나 SUV 스타일로 전기차를 디자인할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 또한 SUV를 선호한다. 목적지까지 알아서 주행할 때 승객이 편히 쉴 수 있는 넓은 실내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쉽겠지만, 혹시 누가 아는가? 디자인 자유도가 높은 전기차 업계에서 천재적인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만나, 지금의 세단을 더욱 보기 좋게 만들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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