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사이 전 세계 모터사이클 업계의 화두는 ‘레트로’였고, 자연히 클래식 바이크를 타면 ‘힙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대한민국에서 클래식 바이크를 제대로 타는 사람들을 찾다 보니 깔때기처럼 ‘터널 비전’으로 수렴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이곳은 클래식 바이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로, ‘오도바이 좀 탄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모두 모여 있다. 터널 비전의 대장 이정규는 사실 <아레나>와 무척 친숙한 사이다. 매달 함께 작업을 하는 사진가이기 때문이다. 그가 ‘오도바이’를 좋아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굴지의 클래식 바이크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줄은 몰랐다. 이정규 인생 최초의 바이크는 울프 125였다. 어느 패션 잡지에서 배우 장근석이 울프 125를 타고 있는 화보를 본 후, ‘무조건 사야겠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렇게 시작된 클래식 바이크 사랑은 날이 갈수록 ‘불치’가 됐고, 그는 이내 클래식 바이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뿌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클래식 바이크는 저랑 닮아서 좋았어요. 가죽 프로텍터 들어간 재킷을 입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나대로 자연스럽게 탈 수 있으니까요.”
해외 모터사이클 포럼 자료를 뒤지고 인터넷으로 바이크 사진들을 찾아가며 맨 땅에 헤딩을 했다. 워낙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클래식 바이크라는 새로운 문화를 가꾸어간다는 건 쉽지 않았다. 삶의 중심이 클래식 바이크가 되다 보니 모든 것이 바뀌었다. 입고 다니는 것, 만나는 사람, 여행의 주제가 온통 바이크가 되어버렸다.
“클래식 바이크는 저에게 취미가 아닌 생활 그 자체예요. 가끔 멋 부리려고 타는 게 아니라 매일 함께하면서 나와 바이크의 교집합을 점점 넓혀가고 있어요. 그게 우리가 만들고 정착시키고 싶은 문화이기도 하고요.”
불과 3년 사이에 국내에도 클래식 바이크 열풍이 불었다. 옛날 바이크의 원형을 현대적으로 복각해 만든 바이크를 할리우드 배우들도 타고 다니니까, 인기란 건 순식간이다. 하지만 터널 비전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모조품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도 그들의 역할이다.
“하나의 액세서리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클래식 바이크는 그저 이동 수단이나 인스타그램용 아이템이 아니거든요. 클래식 바이크가 삶에 들어오면서 관심사는 물론이고 삶의 결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자유롭게 바이크 타는 것 자체만으로 일탈이 될 수 있거든요.”
클래식 바이크를 사고 나서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정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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