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이유로 많은 하우스 브랜드들이 남녀 통합 컬렉션을 선보이는 추세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역시 이번 시즌부터 이에 동참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두 명. 폴 앤드루가 여성복을, 기욤 메이앙이 남성복을 담당한다. 한 가지 칭찬할 점은 색깔이 다른 두 디자이너가 상호 합의 아래 하나의 컬렉션을 치렀다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 옷, 여자가 남자 옷을 바꿔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이번 컬렉션은 하나였다. 분명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을 거다. 컬렉션이 끝나고 얼마지나지 않아 남성복을 책임졌던 기욤 메이앙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간단한 본인 소개와 이력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1990년대 후반에 파리 남성복 디자인을 연구하다, 2002년 럭셔리 브랜드를 통해 패션계로 진입하고 몇몇 고급 남성복 라인들과 협업 작업을 진행했다. 2007년까지 이브 생 로랑의 남성 스포츠웨어 디자인 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다음 해에는 랑방 남성복의 시니어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8년간 활동했으며, 2016년 9월, 살바토레 페라가모에 합류했다.
브랜드 창시자인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삶, 발자취, 경험 등 브랜드의 정체성 자체가 나에게는 가장 큰 영감이다. 지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는 살바토레 페라가모라는 이름 자체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이루어낸 업적에 단순히 기대어가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아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가장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하우스에 들어와서 가장 놀란 부분이 있다면?
전통적인 하우스이지만 지속적으로 혁신을 위해 움직인다는 점.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계속해서 새로운 디자인 테크닉을 연구하고, 인체공학적인 ‘셰이프(shape)’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무구한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신선한 디자인 철학을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부분은 내가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하는 데 동기 부여가 된다. 재킷을 예로 들자면, 어떻게 하면 재킷을 더 가볍게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흐르는 형태의 라인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와 같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게 만든다.
2017 F/W가 첫 컬렉션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를 잠시 회상한다면?
이탈리아의 전통과 현대적인 테크닉을 잘 혼합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창작물에 모든 열의를 담았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진행하는 동시에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일구어놓은 전설적인 흔적을 토대부터 한 걸음씩 찾아가며 많은 공부를 했다.
1년이 지난 2018 F/W 컬렉션을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나?
흐르는 듯한 느낌의 실루엣과 자연스러움을 옷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슈즈 브랜드로서 정통성을 지닌 만큼 슈즈부터 그에 어울리는 룩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영감을 얻었다. 또한 가죽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싶었다. 폴 앤드루와 많은 대화를 통해 첫 번째 공동 작업을 진행하며 컬렉션 전체가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했다.
이번 컬렉션이 탄생하기까지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은 무엇인가?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고객이었던 오드리 헵번과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에서 마가렛 공주 역할을 맡은 바네사 커비에서 영감을 받았다.
처음으로 남녀 통합 컬렉션을 치렀다. 여성복 디자이너와 많은 조율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처음엔 약간 걱정도 되긴 했지만, 폴 앤드루와 함께 많은 부분 협의해 나가면서 그런 걱정이 필요 없음을 알았다. 우리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났고, 같은 세대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프랑스인이고 앤드루는 영국인이라 이탈리아 브랜드를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아웃사이더의 시선을 지니고 있다.
통합 컬렉션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폴 앤드루와 나는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이기 때문에 서로 창의적인 시너지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컬러 팔레트, 원단 선택, 피팅 등 모든 과정에서 성별 구분 없이 시도해볼 수 있어 즐거웠다.
옷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완벽한 핏을 이루면서도 입었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 편안함을 전달하기 위해 테크니컬 디자인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자칫 너무 기능성에만 무게가 기울어질 수 있기에 아름다움과 편안함 두 가지를 적절히 섞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떻게 하면 옷을 입는 사람의 개성을 더 부각할 수 있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
디자이너마다 특기가 있는 것 같다. 실루엣, 색감, 테일러링 등 본인의 특기를 꼽자면?
모든 부분이 다 중요하겠지만 실루엣. 머릿속으로 전체적인 이미지를 구상해내는 것이 가장 어렵고도 즐거운 일이다.
많은 패션 하우스의 주 고객층이 어려지고 있다. 그에 비해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아직 그렇지 못한 상황. 본인의 방향성은 어떤지.
남성복 디자이너로서 내가 가장 집착하는 두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전통적인 남성복의 코드와 창의적인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지닌 브랜드이고. 나는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풍부한 역사와 밀레니얼 세대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새롭게 재해석하고, 다듬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는 현대성과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한다.
디자이너의 라이프스타일은 옷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어떤 취미를 즐기고 있나?
독서를 정말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루이페르디낭 셀린(Louis- Ferdinand Céline). 시간이 날 때마다 그의 저서들을 읽으면서 영감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노력한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밀레니얼 세대. 새로운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 유동적이면서도 다양성을 추구하고, 서로 다른 개개인의 삶을 표현하는 방식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다음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을 텐데, 우리가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에 대해 살짝 귀띔해달라.
일상생활 속의 럭셔리를 편하고,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애썼다. 예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데, 나의 디자인은 평범한 일상에 대한 관찰을 기반으로 한다. 간단명료하게 스타일을 전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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