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망가지고, 많이 깨지면서 한 껍데기씩 벗겨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려 한다.”
꽤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2년 정도 휴식기를 가졌다. 지치기도 했고, 연기자로서 너무 빠르게 달리고 싶진 않았거든.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지냈다. 영화도 많이 보고, 영웅처럼 생각하는 배우들의 피규어도 만들었다.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들도 만나면서 보냈다.
그러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
대본에서 울림이 느껴졌다.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나는 캐릭터보단 메시지를 중심으로 작품을 고르는 편이다. <미스터 선샤인>은 ‘신미양요’라는 역사를 다루는데, 그 주축을 이루는 인물들은 무명의 의병들이다. 역사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인 점이 가장 끌렸고, 한번쯤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매번 전작과 다른 느낌의 장르나 소재를 차기작으로 고르는 것 같다. 일부러 비슷한 역할을 피하는 것인가?
의도한 건 아니다. 다만 여러 가지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 멋있는 척만 하는 연기는 딱 질색이거든. 많이 망가지고, 많이 깨지면서 한 껍데기씩 벗겨내고 싶다. 오래 하고 싶어도 오래 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게 연기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려 한다. ‘너무 이미지 생각 안 하는 거 아니냐?’는 충고도 나에게는 ‘도전’이다.
독립 영화로 다져온 ‘내공’이 느껴진다. 독립 영화를 할 때의 변요한과 지금의 변요한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그때는 많이 서툴고 투박했다. 하지만 순수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종종 예전에 출연했던 독립 영화들을 보는데, ‘왜 저렇게 연기했지?’ 하면서도,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의외다. 다른 배우들은 오그라들어서 과거 모습은 잘 못 본다고 하던데.
나도 당시에는 오그라들어서 잘 못 본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서야 볼 수 있다. 주로 연기가 막힌다거나 안 풀릴 때다. 과거 작품들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거든. ‘아, 내가 그 당시 이런 것들을 지키면서 연기하려고 했구나. 그렇기 때문에 막힘이 없구나. 지금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불현듯 ‘답’을 찾는 순간이 있다. 내가 답답할 때마다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
어느 인터뷰에서 ‘연기가 재밌어서 연기자가 됐다’고 했더라. 여전히 연기가 재미있나?
너무 어려운데, 너무 재미있다. 요즘처럼 촬영 스케줄이 많을 땐, 힘들어 죽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촬영장에만 도착하면 ‘반짝’ 하는 순간이 온다. 이를테면 울지 말아야 할 신인데, 역할에 몰입해 울컥할 때라든지. 그러면 또 온몸에 전율이 일어난다. 조금 전까지 힘들었던 게 싹 잊힌다. 아직도 연기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너무 재밌다는 사실이다.
연기 외에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음… 친구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집에서 빈둥대는 것도 좋아하고. 맛집이나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그러고 보니 배우 변요한은 ‘연기파’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지만 동시에 ‘패셔니스타’의 이미지도 있다.
패셔니스타라기보단 그냥 옷을 좋아한다. 진짜 패셔니스타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는데, 나는 이렇게 입어보고 저렇게도 입어본다. 이런저런 옷에 도전하는 걸 즐긴다고 할까. 어제는 클래식한 수트를 입었는데, 오늘은 힙합 스타일을 연출하기도 한다. 안경이나 시계 같은 액세서리도 좋아하고.
오늘 화보 촬영 때 착용한 브라이틀링 시계는 어땠나?
평소 브라이틀링에 대한 이미지는, 항공 시계가 워낙 유명해서인지 고급스러우면서도 단단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반면 오늘 착용한 시계들은 클래식한 멋이 있다. 심플하고 우직하면서도 적당한 무게감이나 감기는 느낌이 참 든든하더라.
스스로 생각하기에 변요한의 매력은 무엇인 것 같나?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다양한 연기에 도전할 거고, 그 도전에 따라 매력은 계속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는 건, 그렇게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근데 그거 아나? 우리 오늘 ‘도전’이란 말을 정말 많이 했다.
하하. 계속 도전하고 싶으니까. 만약 연기보다 더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생긴다면, 그땐 과감하게 연기자를 그만둘 거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지만 말이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