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와인 카브처럼 쑥 들어간 공간은 16개의 좌석이 낮게 둘러싼 셰프의 주방이다. 그 안에 JP, 박정현 셰프가 있다.
지난 5월 30일, 뉴욕 맨해튼의 아토믹스(Atomix) 오프닝 프레스 이벤트에 참석했다. 현지 언론과 푸드 라이터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온 칼럼니스트는 내가 유일했다. 박정현 셰프는 지금 뉴욕에서 주목받는 한식 요리사 중 하나다. 2016년 7월 문을 연 캐주얼 한식 레스토랑 아토보이(Atoboy)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기에 그의 두 번째 레스토랑이자 디너 가격이 1백75달러 이상으로 책정된 파인 다이닝, 아토믹스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았다.
아토믹스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았다. 아토보이는 2017년 <뉴욕 타임스> 푸드 라이터 피트 웰스(Pete Wells)가 선정한 그해의 뉴욕 톱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혔는데, <뉴욕 타임스>의 리뷰 ‘받기’를 모두가 ‘기다리는’ 뉴욕에서 이 정도의 속도는 이례적이다. 박정현 셰프는 매우 빠르게 뉴욕 다이닝 신을 흡입했다.
박정현 셰프는 아토믹스를 소개하기 위해 스몰 바이트 스타일로 아토믹스의 몇 가지 메뉴를 준비했는데, 그 이전에 아토보이에 처음 갔을 때 내가 받았던 ‘한식의 충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무슨 한식이야”라고 질색할 한국의 한식 ‘훈장님’들이 몇몇 머릿속을 스쳤다. 실제 한식에 대한 굳건한 스테레오타입을 고수하는 사람일수록 박정현 셰프의 음식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이것이 한식인가?’라는 물음표다. 그만큼 박정현의 한식은 발칙하고도 대담했다. 멸치액젓 대신 베트남의 피시 소스를 사용한(어차피 맛의 구성 요소와 역할은 비슷하므로, 현대 요리에선 흔한 변용) 김치나, 백김치 맛이 나는 새로운 형태의 슬러시 물회, 뉴욕식으로 재해석한 고추장과 감자탕 맛 양고기 스튜, 원형은 육회지만 안초비와 허브로 변형해 다른 음식처럼 보이는 비프 타르타르가 자신 있게 놓였다. 서울의 모던 한식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자유롭다.
맛은? 무척 좋았다. 처음 입에 넣었을 때는 한식에 대한 기대 안에 그 음식을 가둘 수밖에 없었기에 나 또한 충격에 빠졌지만, ‘뉴욕의 한식’으로 차이를 인정한 순간부터 좋아졌다. 금기에서 벗어난 뉴욕의 한식은 다소 낯설지언정 신선한 안목이고, 즐거운 파격이었다. ‘이런 한식도 가능하다’는 것을 박정현 셰프는 음식으로 주장하고 있었다.
한식에 대한 새로운 배움을 준 아토보이 이후 아토믹스는 그래서 장점이 더 많이 보였다. 삼계탕의 뉘앙스로 속을 채운 프라이드 치킨, ‘일본과 한국과 뉴욕 사이의 무국적’이라는 말이 떠오르도록 여러 요소를 차용한 회 등 아토보이에서보다 더욱 정련한 방식으로 만들어낸 음식들을 선보였다. 어느 저녁 16명의 손님 중 한 명으로 오픈 키친 앞 테이블에 앉아 아뮈즈부슈를 포함한 10코스의 음식과 2코스 디저트를 제대로 즐기고 싶어지는 인상 깊은 ‘맛보기’였다.
뉴욕에서 한식은 지금 중국 쓰촨 음식, 베트남 음식, 미얀마 음식과 함께 열성적으로 회자되는 푸드 키워드 중 하나다.
32번가 K타운의 1세대 한식, 그리고 세계적 스타 셰프인 데이비드 챙(David Chang), 그리고 뉴욕에서 한식 최초로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받은 ‘단지’의 김훈이(Hooni Kim) 셰프가 주도했던 과도기적 2세대를 지나는 동안 한식과 뉴요커들 사이에 놓인 문지방은 거의 닳았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물결을 만든 임정식 셰프의 정식(Jungsik, 2011, 뉴욕 미쉐린 가이드 2스타), 김세홍-구태경 셰프의 오이지(oiji, 2015), 아토보이, 꽃(Cote, 2017, 뉴욕 <미쉐린 가이드> 1스타)는 마치 뉴욕과 대화를 나누듯, 뉴욕의 한식을 정의해나가고 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 무브먼트의 공통점은 뉴욕, 또는 해외 미식 대도시에서 쌓은 다채로운 경험과 경력을 토대로, 한식을 골조로 삼아 지구상 식재료와 조리법을 경계 없이 넘나드는 광범위한 의미의 한식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등장한 2018년의 루키, 아토믹스는 3세대 뉴욕 한식의 특이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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