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REPORTS MORE+

세단의 멋

아우디 A6를 타고 도시를 떠났다. 남쪽으로 향할수록 건물 대신 산으로 둘러싸였다. 자연에 더 깊숙이 들어가자 독특한 풍경이 펼쳐졌다. 가장 도회적인 자동차로 생각한 A6가 자연 속에서 새로운 감흥을 자아냈다. 세단으로서 지극히 편하고 차분하게 이끌었다.

UpdatedOn June 11, 2018

3 / 10
/upload/arena/article/201805/thumb/38734-311736-sample.jpg

 

오랜만이다. 아우디가 돌아왔다. 작년에 R8을 출시하긴 했다. 다시 시작을 알리는 선언 격이었다. A6는 다르다. 그동안 아우디를 대표해온 차종이다. 많이 팔리는 모델이자 아우디의 가치를 널리 전하는 차종이다. 기함인 A8과 얼굴마담인 A7이 아직 한국 땅을 새로 밟지 못했다. 여러모로 A6가 아우디를 대표한다. 비록 내년에 세대 바뀐 신형 A6가 나올지라도.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우디가 어땠지? A6는 또 어떤 차였지? 그만큼 아우디는 오랜 시간 숨죽였다. 달이 아닌 해가 바뀌었으니 그럴 만했다. 그사이, 몇몇 브랜드가 시장을 자극할 신모델도 내놨다. 일상적 신차는 수없이 새로 나타났다. 그러고 보면 자동차 시장은 활발하고 자극적이다. 수많은 자동차가 줄지어 시장에 유입된다. 움직이지 않으면 시나브로 잊힌다. 그동안 아우디가 희미해진 건 사실이다. A6는 희미해진 아우디를 더 선명하게 할까? 오랜만에 마주한 A6 앞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3 / 10
철판이 접힌 면에 햇빛이 스며들 때 감상의 폭이 확장된다.

철판이 접힌 면에 햇빛이 스며들 때 감상의 폭이 확장된다.

  • 철판이 접힌 면에 햇빛이 스며들 때 감상의 폭이 확장된다.철판이 접힌 면에 햇빛이 스며들 때 감상의 폭이 확장된다.
  • 지안재는 생각보다 짧았다. 지안재는 생각보다 짧았다.
  • 지리산 가는 길엔 각기 다른 야생동물주의 표지판이 있다.지리산 가는 길엔 각기 다른 야생동물주의 표지판이 있다.
  • 흐드러진 초록과 단단한 회색이 만났을 때.흐드러진 초록과 단단한 회색이 만났을 때.
  • 산길을 달리다 보면 잠시 쉴 곳이 나타났다.산길을 달리다 보면 잠시 쉴 곳이 나타났다.

시승한 A6는 35 TDI 프리미엄 모델이다. 사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기본형보다 더욱 고급스런 등급이다. 어떻게 보면 넣고 빼며 절충하면서 많이 결정할 등급이다. 프리미엄은 기본형에 비해 몇 가지 부분이 다르다. 휠이 1인치 커지고 우드 인레이를 적용했다. 보기에 더 좋다는 얘기다. 기본형도 과거 판매한 A6와는 다소 다르다.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로 외관을 치장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좌우로 선 긋듯 점멸되는 LED 다이내믹 턴 시그널 장치 같은 옵션도 넣었다. 새로 판매하는 A6는 내실을 다졌다.

몇 가지 사전 정보를 파악하고 시트에 앉았다. 익숙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세대 바뀐 신차는 아니지만, 역시 실내가 깔끔하고 세련됐다. 스티어링 휠 촉감은 지극히 부드러웠다. 잡는 순간, 아우디를 운전한다는 느낌을 되살렸다. 질 좋은 수트에 맨살이 닿을 때 부드러움과 긴장이 공존하는 감각. 기분 좋은 탄성을 유지하는 버튼도 여전했다. 아우디는 이런 차였지, 하는 감정을 복기했다. 공백기가 한순간에 휘발됐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아우디의 자랑, 버추얼 콕핏 계기반이 적용되지 않았다. 다음 세대까지 기다려야 했다. 보지 못한 시간 동안 세대가 변한 건 아니니까. 새로 판매하지만 새롭게 바뀐 자동차가 아니라는 간극을 좁히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경쟁 브랜드가 세대 바뀐 신모델을 출시한 효과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오히려 아날로그 계기반이라서 생경한 느낌도 있었지만.
 

3 / 10
/upload/arena/article/201805/thumb/38734-311728-sample.jpg

하늘과 맞닿은 성삼재. 높이 올라가니 구름이 낮았다.

하늘과 맞닿은 성삼재. 높이 올라가니 구름이 낮았다.

멀리 가보고 싶었다. 오랫동안 못 본 자동차를 맞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랄까. 목적지는 지안재를 거쳐 지리산까지로 정했다. 새롭게 각오를 다질 때 보통 산을 오른다. 산속으로 들어가 산의 기운을 머금고자 한다. 새로운 포부 품은 아우디 A6를 타고 갈 장소로 어울렸다. 게다가 지리산에는 노고단이 있다. 산신제를 지내던 영봉(靈峰)이다. 이왕에 멀리 가기로 했으니 영험한 곳에 가고 싶었다. 노고단 바로 아래까지 도로가 나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언젠가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닿았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렸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맑았다. 괜히 이득 보는 기분이 들었다. 서울을 벗어날 땐 햇볕까지 비쳤다. 휴게소에 들러 유명세 떨치는 소떡도 먹었다. 마음이 느긋해졌다. 목적지까지 가려면 한참 운전해야 했지만, 딱히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시 시동을 걸었을 때 이유를 알았다. A6의 단정한 실내가 차분하게 기분을 정리했다. 촉감 좋은 가죽 씌운 스티어링 림을 쥐었을 때. 질감 살린 우드 인레이와 붉은색 실내 장식등을 바라봤을 때. 각 소재가 튀지 않고 실내에 어우러질 때. 빈틈없이 짜인 공간에 있으면 차분해지잖나. 화려하기보다는 세련되게, 장식보다는 덜어내며 만들어낸 공간. A6가 완성한 공간이다. 탈 때마다 감탄한 기억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탔지만 감흥이 변하지 않았다.

아우디는 그래 왔다. 더해서 치장하기보다는 덜어내서 강조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선 하나 그어도 군더더기를 배제했다. 해서 선이 많지도 않고, 그으면 어김없이 강렬했다. 미적 감각 차이이면서 철판 가공 능력 덕분이기도 하다. 아우디가 철판 다루는 실력은 유명하다. 이리저리 접고 부풀리는 방식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브랜드도 있다. 하지만 아우디는 한 번을 접어도 극의를 추구한다. 그 확고함으로 빚은 외관과 궤를 같이하는 실내가 아우디를 돋보이게 했다. ‘디자인의 아우디’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오랜만에 자세히 보며 다시 확인했다.
 

지리산 성삼재

지리산 노고단 등산로가 이어지는 지점이다. 지리산로로 명명한 길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드라이브하려면 지안재에서 성삼재로 가는 길을 추천한다. 그 길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지리산과 인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을 오를 수도, 계곡 옆을 달릴 수도 있다. 길이 다채롭고 풍성하다. 포만감이 크다.

3 / 10
초록빛 사이를 천천히 달리는 한가로움을 즐겼다.

초록빛 사이를 천천히 달리는 한가로움을 즐겼다.

  • 초록빛 사이를 천천히 달리는 한가로움을 즐겼다.초록빛 사이를 천천히 달리는 한가로움을 즐겼다.
  • 지리산을 내려와 먹은 치자돌솥밥. 맛보다는 운치.지리산을 내려와 먹은 치자돌솥밥. 맛보다는 운치.
  • 세련된 실내에서 푸릇한 자연을 바라보는 감흥이 남다르다.세련된 실내에서 푸릇한 자연을 바라보는 감흥이 남다르다.
  • 밝은 갈색 가죽 시트가 탐스럽다.밝은 갈색 가죽 시트가 탐스럽다.
  • 때로 차체가 그럴듯한 캔버스가 되기도 한다.때로 차체가 그럴듯한 캔버스가 되기도 한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갑자기 날이 흐려졌다. 지안재가 있는 함양 근처에 가자 소나기까지 내렸다. 촬영을 걱정했지만, 우선 운치를 즐기기로 했다. 앞서 말한 실내의 차분함이 밖의 소란스러움과 대비됐다. 어두워진 실내에서 붉은색 아우디 시그너처 불빛이 명료하게 빛났다. 검은색과 붉은색은 언제나 세련된 조합이다. 새삼 아우디의 감각을 느꼈다.

함양 가기 전 들른 휴게소에서 세워놓은 A6를 봤다. 매끄러운 차체에 물방울이 규칙적으로 맺혔다. 회색 금속 차체와 물방울, 바닥의 아스팔트까지 각기 다른 물성이 돋보였다. 문득 보닛을 보자 훅, 다가왔다. 쇳덩이를 깎고 깎아 만든 듯한 금속 물성을 전하는 자동차라니. 편안한 세단이 표현하는 요소로선 극적이다. 이런 느낌을 주는 자동차이기에 그 안에서 왠지 모를 특별함을 느꼈을까. 디자인이 멋진 차로만 뭉뚱그려 얘기하기엔 부족했다.

지안재와 가까워질수록 비가 그쳤다.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혹시 몰라 휴게소에서 사둔 우산이 필요 없어졌다. 우산 쓰며 촬영하는 불상사는 비켜갔다. 오히려 풍경이 젖은 채 햇빛을 받아 더 싱그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렇게 상쾌한 상황에선 운전이 즐거워진다. 그런 마음으로 지안재를 올라섰다. 국토교통부가 펴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소개된 곳이다. 10선이 아닌 100선에 이름 올린 이유를 알았다. 멋있고 특이한데, 너무 짧았다. 유럽 유명 고갯길에 비하면 소박하게도 느껴졌다. 촬영 장소로는 훌륭했지만.

오히려 운전하기 좋은 길은 지안재 넘어서부터 시작됐다. 지안재는 지리산의 관문으로 불린다. 지안재를 지나자 본격적으로 산세 좋은 등반 드라이브 코스가 펼쳐졌다. 길도 다양했다. 완만한 경사를 올라가는 길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구불거리는 길이 양념을 쳤다. 지리산 가기 전 여러 산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났다. 삼봉산과 법화산 사이를 끼고 달리다가 백운산을 돌아 나갔다. 산을 걸쳐 달리는 길이니 속도보다는 감상이 주를 이뤘다. 지루해진다 싶으면 휴게소나 명소도 나타났다. 높은 곳에서 산세를 둘러보는 호사를 즐겼다. 의외로 자연 속 단정한 A6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제되지 않은 자연과 지극히 정제된 A6가 묘하게 어울렸다. 대비되는 두 이미지를 한 시야에 담자 달리 보였다. 자동차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A6는 하나의 오브제로서 감상의 영역을 확장했다.
 

/upload/arena/article/201805/thumb/38734-311734-sample.jpg

부드러운 자연 속에서 단단한 차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리산 노고단으로 가는 길은 달궁삼거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굽이굽이 올라가는 길이 지리산의 험준함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A6의 운동 능력을 믿고 박력 있게 달렸다, 라고 쓰려고 했지만, 천천히 올라갔다. 앞에 다른 자동차가 있었다. 추월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한가롭게 달리기로 했다. 이번 시승은 자꾸 음미하게 됐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이 펼쳐졌으니까. 그럴 수 있는 자동차를 시승하니까. 아우디 속에서 바라보는 자연이 묘한 대비로 다가왔다. 지극히 도회적인 세단을 타고 완연한 자연 속으로 들어갈 때. 그 안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독특한 감흥을 음미하고 싶었다. 지리산을 목적지로 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노고단 등산로가 시작되는 성삼재에 도착했다.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지리산의 정상이다. 돌아가든 반대편 길을 가든 내리막길로 이어졌다. 하늘과 맞닿은 성삼재에 A6를 세웠다. 바람이 거셌다. 주변은 탁 트여 있었다. 무언가 기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기원하는 대신 감상했다. 하늘과 산자락과 A6를 둘러봤다. 오는 길에 느낀 감흥이 끝나지 않았다. 동그라미 속 네모처럼 서로 융화되진 않지만, 꽤 어울렸다. 이번 시승을 통해 A6가 남다르게 보였다. 세단으로서 A6만의 특별한 가치를 확인했다. 아름다운 조형에 담긴 힘은 생각보다 컸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이수강

2018년 06월호

MOST POPULAR

  • 1
    WAYS OF SEEING
  • 2
    전설의 시계
  • 3
    기념하고 싶었어
  • 4
    SEASON'S GREETINGS
  • 5
    핵주먹 버번

RELATED STORIES

  • LIFE

    HAND IN HAND

    새카만 밤, 그의 곁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물건 둘.

  • INTERVIEW

    스튜디오 픽트는 호기심을 만든다

    스튜디오 픽트에겐 호기심이 주된 재료다. 할머니댁에서 보던 자개장, 이미 현대 생활과 멀어진 바로 그 ‘자개’를 해체해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공예를 탐구하고 실험적인 과정을 거쳐 현대적인 오브제를 만들고자 하는 두 작가의 호기심이 그 시작이었다.

  • INTERVIEW

    윤라희는 경계를 넘는다

    색색의 아크릴로 만든, 용도를 알지 못할 물건들. 윤라희는 조각도 설치도 도자도 그 무엇도 아닌 것들을 공예의 범주 밖에 있는 산업적인 재료로 완성한다.

  • FASHION

    EARLY SPRING

    어쩌다 하루는 벌써 봄 같기도 해서, 조금 이르게 봄옷을 꺼냈다.

  • INTERVIEW

    윤상혁은 충돌을 빚는다

    투박한 듯하지만 섬세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정교하다. 손이 가는 대로 흙을 빚는 것 같지만 어디서 멈춰야 할지 세심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상반된 두 가지 심성이 충돌해 윤상혁의 작품이 된다.

MORE FROM ARENA

  • FASHION

    꺼내 입어요

    단정한 셔츠는 껄렁하게 꺼내 입어야 제맛.

  • FASHION

    Line Up

    올봄 쇼핑 리스트에 올리기에 마땅한 새롭고도 익숙한 액세서리들.

  • LIFE

    다재다능

    시간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남자와 번거로운 건 견디지 못하는 남자. 두 사람 모두 DHC MEN의 올인원 시리즈를 쓴다.

  • LIFE

    축구판 뜨는 해

    ‘메날두 시대’가 저물고 있다. 슬퍼하지 말자. 이제는 21세기 태생의 뉴 히어로 시대가 시작된다. ‘메호대전’ 이후 축구계를 이끌 2000년대생 선수들이다. 이미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신성들의 플레이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 FASHION

    THE ATTITUDE

    수호와 보스의 강렬한 시너지, 그리고 새로운 태도.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