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곤지암>
박지현은 두 편의 드라마와 세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첫 주연작은 <곤지암>이다. 큰 눈동자의 샤바샤바 귀신은 사실 이렇게 예쁘다.
신인 연기자들에게 영화 <곤지암>은 일찍부터 화제였다. 유명 감독과 믿음직한 제작사의 영화이기도 했지만, 주연 배우를 전부 신인들로 뽑겠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곤지암>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은 신인 배우를 찾는 게 더 힘들 거다. 많은 연기자들이 오디션에 참여했고 박지현도 그중 하나였다. 그녀가 기억하는 오디션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오디션장 문을 열고 들어가 의자에 앉아서 자기 소개를 하는 과정을 모두 촬영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자기소개가 끝난 시점에서 오디션이 시작돼 주어진 대사를 연기하는데, <곤지암>은 달랐다. 문 열고 들어와 의자에 앉기까지의 과정을 심사하는 게 오디션 내용이었다. 독특한 콘셉트의 영화만큼 오디션도 남달랐다. 박지현은 주연 자리를 꿰찼고, 2018년 가장 무서운 귀신이 되었다.
그녀의 연기 연습 또한 독특하다. 녹음기를 켜고 아무 말이나 한다. 친구와 대화할 때도 녹음기를 사용한다. 사람들은 대화 중 특이한 말이나 화술을 사용할 때가 있는데, 박지현은 자신의 특이한 어투나 행동을 포착해 연기에 활용한다. 연기자에게 제일 중요한 재료는 자기 자신이다. 자신의 무의식을 관찰하고, 작품에 적절한 재료를 끄집어내어 사용하는 것은 훌륭한 아이디어다. 그녀의 담담한 면은 제니퍼 로렌스를 닮았다. 그녀가 선망하는 배우 또한 제니퍼 로렌스다. 그녀는 “<레드 스패로>의 제니퍼 로렌스처럼 감정을 극대화해서 표현하는 것보다 담담하게 표현할 때 더 큰 감동을 받아요”라고 차분히 말했다.
특별한 능력도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영상 제작을 해왔다. UCC 대회에도 참여한 적 있다고 한다. 자신의 홍보 영상을 촬영부터 편집까지 직접 한 다음 회사 홍보팀에 전달한다. 편집을 워낙 좋아해서 학교에서는 이중전공으로 방송영상을 배운다. 현재 연극 하는 친구의 삶을 휴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다. SF 장르를 좋아하며 단편 시나리오도 쓴다. 언젠가 그녀가 제작한 담담한 SF 영화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의 목표는 연기다. 예쁜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연기가 재미있다고 한다. “큰 욕심은 없어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어요.”
최리 <이리와 안아줘>
최리는 <귀향>의 주연 배우로 데뷔했다. 네 편의 드라마와 다섯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꾸밈없이 맑은 웃음이 필살 매력이다.
중학생 때까지 거창에서 살았다. 무용이 하고 싶어 홀로 서울에 올라온 것은 열일곱 살 때다. 그녀는 서울의 예고에 진학했고,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다. 공부와 무용만 아는 학생이었다. 배우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한 적 없다. 당시 꾸미지도 않는 패션 테러리스트였다고 한다.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자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떤 모습이 매력적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답답하게 살았을걸요.”
데뷔는 고3 때 했다. 길을 지나는데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자신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데, 10년 동안 찾던 느낌을 학생에게서 보았다고, 꿈에서 보던 느낌이라고 그녀에게 설명했다. 최리는 당황했다. 이 사람은 뭐지? 길거리 캐스팅이었다. 그녀는 감독에게 대학 입시를 핑계로 출연을 고사했다. 하지만 수시 합격 후 그녀는 꿈을 꾸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나왔다고. 그녀는 다음 날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꿈 이야기를 했고, 감독은 최리의 자리를 비워뒀다고 답했다. 최리는 그렇게 영화 <귀향>에 출연했다. 데뷔작에서 주연을 맡았고, 상도 받았다. 하지만 최리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귀향>의 성공을 강조하지 않는다. “<귀향>은 할머니들의 이야기예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편승해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요.” 최리는 <귀향> 이후 자신을 백지 상태의 연기자라고 규정했다. 연기 레슨을 받았다. 발성법을 배웠고,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숱한 오디션을 봤지만 줄줄이 낙방했다. 그녀는 계속 실패했다. 절박할수록 연기를 꾸며서 했다. 나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던 중 <그것만이 내 세상> 오디션에 참가했다. 심사를 본 이병헌과 박정민은 주인집 딸 수정이 역할에 최리를 뽑았다. 연기를 배우지 않은 느낌이 강렬하게 남았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그때부터 최리는 자신의 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현재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 출연 중이다. 헤어 디자인을 배우러 상경한 역할이다. 사투리도, 꿈을 위해 전진하는 것도, 시골 정서를 간직한 부분도 자신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동안 서울말 쓰려고 노력했는데 제 사투리를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서 기뻐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최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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