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P100D
테슬라 P100D
모터 듀얼 모터 / 배터리 100kWh / 주행가능거리 424km(환경부 기준) / 최고출력 680마력 / 최대토크 100.6kg·m / 0-100km/h 2.7초 / 변속기 1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가격 1억8천1백20만원
이진우 <모터 트렌드> 기자
보편타당한 것은 재미없다고 여기는 못된 생각을 가진 자동차 저널리스트.
+ LOOK 신선하다고 할 수 없지만 미끈하고 수려하다. 노즈부터 보닛과 루프를 지나 리어 데크로 이어지는 라인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세단보다 섹시하다. 모든 라인이 탱탱하게 농익어 손끝만 닿아도 ‘펑’ 하고 터질 듯 긴장감을 준다. 옆모습도 매끈한 표면을 위해 도어 손잡이를 보디 안쪽으로 숨겼다. 손이 닿으면 마술처럼 튀어나온다. 그릴 없는 것은 어색하지만 반대로 이 차에 BMW의 키드니 그릴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할 것 같다. 작은 사이드미러와 날렵한 헤드램프, 차체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리어램프 형태와 비율까지 외관은 흠잡을 것 없이 훌륭하다. 자세히 보면 앞바퀴 뒤 사이드 리피터와 B필러에 작은 카메라가 숨어 있는데 마치 이스터에그를 찾는 기분이다. ★★★★
+ INSIDE 외관은 신선하지 않지만 실내는 신선함만 남기고 그 외 모든 것을 버렸다. 센터페시아에 모니터 하나를 박아 넣었다. 큰 모니터를 자동차에서 만난 것만으로도 미래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가 각종 컨트롤러 개발에 열을 올릴 때 테슬라는 큰 모니터로 갈음했다. 단순하고 과격한 방식으로 미래를 끌어당긴 것. 하지만 반응이 늦고 다양한 콘텐츠가 없어 큰 모니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게 아쉽다. 그 외는 별것 없다. 시트는 작고 창문 위에 손잡이가 없다. 도어 포켓과 뒷자리 센터 암레스트도 없다. ★★
+ PERFORMANCE 충격적이었다. 13년간 자동차 전문지에서 여러 차를 타봤지만 이 차만큼 단시간에 뇌를 두 조각 낼 것 같은 충격을 준 차는 없었다.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낸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까지 빠른 가속을 내는 전기차는 타본 적이 없다. 그런데 모델S P100D는 달랐다. 예비 동작 없이 미친 듯 치고 나간다. 그 높은 토크가 한 번에 뒷바퀴에 몰리면 휠스핀이라도 일어야 할 텐데 그런 거 없다. 모든 힘을 아스팔트에 꽂고 차를 던져버린다. 정말 무시무시하게 빠르다. 그런데 무섭지 않다. 굉장히 안정적이고 운전이 쉽다. 낮은 무게 중심과 뛰어난 앞뒤 밸런스와 훌륭한 앞바퀴 그립, 중립적인 핸들링을 지녔다. 빠른 속도로 코너에 들어가도 앞바퀴가 밖으로 흐르는 언더스티어가 일지 않고 뒤가 밖으로 밀리지도 않는다. 아주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코너를 돌아 나가고 미친 듯이 가속한다. 그저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운전자의 뱃심뿐이다. ★★★★★
+ ATTRACTION 전기차 퍼포먼스가 내연기관을 넘어선 것을 확인하는 순간 더 이상 내연기관 차를 사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모델S P100D가 그렇다. 이 차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친환경 차다. ‘내가 지구를 구할 것’이라는 대의명분이 없을지라도 그 성능만으로 충분한 가치와 매력을 지녔다. 더불어 오토파일럿은 현존하는 가장 뛰어나고 안정적인 준자율주행 시스템이다. ★★★★
+ UP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 포르쉐에 준하는 퍼포먼스를 만끽할 수 있다.
+ DOWN 뒷자리 어쩔? 시트가 짧고 등받이가 곧추서고 무릎이 너무 높다.
폭스바겐 파사트 GT 2.0 TDI
폭스바겐 파사트 GT 2.0 TDI
엔진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 배기량 1,968cc / 최고출력 190hp / 최대토크 40.8kg·m / 변속기 6단 DSG / 구동방식 전륜구동 / 복합연비 15.1km/L / 가격 4천3백20만원
장진택 <카미디어> 기자
포니부터 테슬라까지 하품하며 시승했던 ‘무색무취’의 자동차 저널리스트.
+ LOOK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말한다. 자동차 디자인은 ‘리파인(Refine, 정제하다)’의 연속이라고. 폭스바겐은 ‘리파인’을 가장 잘하는 회사다. 파사트 GT도 ‘제대로’ 리파인했다. 평면은 더 편평하게, 주름은 더 뾰족하게 세워 정갈하다. 주목할 것은 눈에 안 보이는 곳까지 (병적으로) ‘리파인’했다는 거다. 수트 안주머니까지 뒤집어 꺼내 다림질한 것처럼, 파사트 GT는 문짝 안쪽, 주유구 안쪽까지 반듯하고 깔끔하다. 수평선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앞모습은 ‘제대로’ 넓고 낮으며 안정적으로 보인다. 다른 차들 사이에 세워놓으면, 캐주얼 점퍼 사이에 잘 다린 수트 한 벌이 걸린 것 같다. 좋은 원단으로 잘 지은 느낌인데, ‘장인이 한 땀, 한 땀…’ 이런 분위기는 아니다. 아주 잘 만들었지만, 툭툭 찍어낸 대량 생산 분위기는 지울 수 없다. ★★★
+ INSIDE 실내도 직선과 사각형이다. 동그란 다이얼이나 계기반, 엠블럼 등이 몇 개 지나가지만, 눈에 띄진 않는다. 자와 각도기, 컴퍼스로 그려낸 것처럼, 모든 게 단정하다. ‘딱 딱’ 각을 맞춰 배치했기 때문에 매우 안정적이다. TV 위 액자가 조금이라도 기울어 있으면 불안한 이들에게는 최고다. 그래서 말인데, 유리창에 스마트폰 거치대 하나 붙이는 게 참 조심스럽다. 운전석과 동반석 시트를 똑같이 맞춰두지 않으면 괜히 불안해 보인다. 내가 이상한 건가? 그런데 내비게이션 화면 위치는 좀 오류다. 지도를 보려면 눈을 낮춰야 한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내비게이션은 대시보드 위로 올려야 할 듯하다. 뒷좌석은 여유롭고, 트렁크도 넉넉하다. ★★★
+ PERFORMANCE 2리터 디젤 엔진에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붙였다. 폭스바겐에서 가장 많이 써왔던 조합이다. 수년 동안 갈고닦으며 몇백만 대 찍어낸 조합이라, 완성도가 절정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독일 기계 느낌이다. 모든 부품이 일사불란하다. 세상의 모든 차들이 부드러워지고 있지만, 폭스바겐은 여전히 무표정하다. 여유나 위트 없이 차갑고 안정적이다. 가속페달을 꾹 밟아 RPM 미터를 부추겨도 성내지 않는다. 150km/h를 넘어도,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도, 늘 그랬던 것처럼 안정적이다. 예전 느낌 그대로다. 다만 완성도가 부쩍 높아지긴 했다. ★★★
+ ATTRACTION 세단은 ‘수트’다. 남자를 신사로 만들어준다. 다른 세단들은 쿠페 느낌도 냈다가, 스포츠카 느낌도 내지만, 파사트는 늘 세단, 그 자체다. 수트를 입으면 괜히 철든 것 같다. 몸가짐도 조금이나마 더 신경 쓰고, 목소리도 차분해진다. 파사트 GT를 탔을 때도 그랬다. 도로 위 신사처럼, 단정하게 운전하면서 남까지 배려하게 된다. 수트 느낌이 너무 강해서 붉은색이나 노란색 따위는 떠오르지 않는다. 폭스바겐도 수수한 무채색 사이에 감색과 밤색 정도를 끼워 여섯 가지 컬러를 준비했다. 최근 독일 차들이 글로벌화하면서 점점 부드럽고 친절해지고 있다. 반면 폭스바겐 파사트 GT는 예전 그 자리, 차가운 독일 기계적 느낌을 지키고 있다. ★★★
+ UP 세단은 ‘수트’다. 파사트 GT는 세단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차다.
+ DOWN 산과 들, 바다로 놀러 갈 땐 괜히 어색할 듯하다.
메르세데스-벤츠 S400d 4MATIC L
메르세데스-벤츠 S400d 4MATIC L
엔진 직렬 6기통 터보 디젤 / 배기량 2,925cc / 최고출력 340hp / 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9G 트로닉 자동 /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12.3km/L / 가격 1억6천7백만원
조진혁 <아레나> 피처 에디터
작지만 빨라야 하고, 연비는 출중해야 하며, 실내 공간은 넉넉한 차를 선호하는 실용주의자.
+ LOOK 자동차 회사들은 저마다 자사의 철학을 대표하는 모델이 있다. 철학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앞으로 자동차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보여주는 지표가 하나씩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얼굴은 S클래스다. ‘벤츠’ 하면 크고 비싸고 아방궁 같은 자동차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모두 S클래스다. S클래스의 외모는 좋게 말하면 점잖고, 덜 좋게 말하면 근엄하다. 요란하게 잘난 척하거나 위엄을 과시하진 않는다. 전면에 가로 그릴 달고, 삼각별 하나 붙이면 충분하니까. 디자인 변화는 크지 않다. 헤드램프에 LED를 추가했고, 공기흡입구가 조금 더 넓어졌다. 잘생긴 실장님 전문 배우가 메이크업을 살짝 수정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
+ INSIDE 디지털 시대에는 엄지손가락을 많이 쓴다. 엄지로 화면을 넘기고, 기사 스크롤을 하고, 메시지를 선택한다. 지금 이 기사도 엄지로 넘겨버릴… 수 있겠지만. S클래스도 엄지의 사용 범위를 확대했다. 핸들 양쪽 리모컨 버튼 위치에는 2개의 기다란 디스플레이 조작을 위한 작은 터치 컨트롤이 있다. 위치가 딱 엄지 자리다. 밀면 ‘방향키’, 누르면 ‘엔터’다. 센터콘솔 옆 컨트롤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쉽고 편하고 안전하다. 편한 운전을 위한 기능이 많은데, 사실 S클래스는 뒷좌석이 중요한 차다. 뒷좌석은 앞뒤로 슬라이딩되고, 리클라이닝도 된다. 비즈니스 시트 못지않다. 여기에 ‘에너자이징 컴포트 컨트롤’을 적용해 ‘힐링’ 분위기도 연출한다. 신선함, 따뜻함, 활력 등 6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프로그램은 시트 마사지, 음악, 온도, 조명 등으로 실내 분위기를 만든다. 물론 이런 기능은 좌우 뒷좌석에 각각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개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
+ PERFORMANCE 시승한 차량은 수치상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젤 모델 중 최고다. 하지만 와인딩의 재미를 느끼거나, 굉음을 내며 서킷을 달리는 차가 아니다. 묵묵한 차다. 굽이진 길을 달려도 실내는 평화롭다. 롱 휠베이스의 기다란 차체는 밀려나지 않는다. 운전대는 예민하고, 운전자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거대한 차체가 정확히 따라온다. 가속페달을 꾹꾹 밟을 필요 없다. 고속 주행 시에는 살짝 밟아도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우아하게 속도를 높이니까. 아무리 속도를 높여도 속도감이 크게 와 닿지 않아서 어색하다. S클래스는 부드러운 승차감만 몸에 새긴다. ★★★★
+ ATTRACTION 메르세데스-벤츠는 고민을 많이 했다. 디지털을 고급 세단에 어떻게 융합할 것인지, 판매나 서비스에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오래 연구했다. S클래스가 그 결과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사용 가능한 전자장치를 전부 설치했다. 각종 카메라, 레이더, 센서, 터치컨트롤, 여러 개의 디스플레이 등. 여기에 고급 세단의 전통적인 안락함도 어색하지 않게 버무렸다. 탑승자의 기분을 풀어주는 호화로운 인테리어, 자율주행과 메르세데스 미 등 소프트웨어마저 고급스럽다. ★★★★
+ UP 디지털의 편리함과 전통적인 안락함의 조화.
+ DOWN 기존 모델과 큰 차이 없는 외모. 새 차인데 새 차 아닌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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