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4중창 대회에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답 없는 청춘들의 도전을 그린 영화 <델타 보이즈>. 제작비 2백50만원으로 라면을 먹어가며 완성한 이 영화는 고봉수 감독과 백승환, 신민재, 김충길 배우의 자기 고백과도 같다. 사는 게 고단해 꿈을 잊고 싶지만, 꿈에서도 잊히지 않는 꿈을 이루기 위해 뭐라도 하는 청춘들. <델타 보이즈>는 전주 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 대상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입소문을 탄 작품이다. 고봉수 감독은 다시 배우들을 불러 모았다. 다음 작품을 같이하자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만든 영화가 바로 <튼튼이의 모험>이다. 엔딩 크레디트를 자세히 보면, 제작, 투자 부문에 감독과 배우 세 명의 이름이 모두 올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배우들은 투자자 겸 배우 겸 스태프다.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우리끼리 돈 모아 한번 만들어보자’고 결의해서 완성한 작품이다.” 고봉수 감독의 말처럼 ‘도원결의’해 만든 이 영화는 함평의 어느 고등학교 레슬링부를 다룬다. 위기의 레슬링부를 살리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시합에 도전하는 소년들의 이야기. 한때 레슬링 명문고였으나 지망하는 학생이 없어 존폐 위기에 놓인 함평농업고등학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제 함평고 선생님은 다문화 혹은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는 학생들이 ‘꿈을 놓지 않고 뭐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사비를 털어 레슬링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시합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인생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는 셈이다.
영화 <튼튼이의 모험> 역시 삶에 지지 않고 희망을 지속하는 법을 말한다. 놀랍게도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설정은 세 명의 배우가 코치가 아닌 고등학생으로 등장한다는 점.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처음에 쉽게 납득되지 않던 이들의 외모에도 설득을 당한다. 극 중에서 절절하게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는 코치 역할은 고봉수 감독의 삼촌이 연기했다. 버스 회사를 다니던 삼촌이 조카의 꿈을 거들기 위해 휴가를 내고 알파치노급 연기를 쏟아낸 것. 함평 슈퍼 아주머니, 고물상 아저씨 등의 노련한 생활 연기 덕분에 영화는 독특한 매력을 갖는다.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의 배우들은 <델타 보이즈>에 이어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전작에서 99% 이상 배역과 싱크로율을 보여준 백승환이 주인공이었다면, <튼튼이의 모험>에선 실제 레슬링부 출신이었을 것 같은 김충길이 ‘튼튼이’로 등장한다.
자연스레 고봉수 사단의 차기작 주인공은 신민재가 될 거라고. 이들은 요즘도 일주일에 한 번씩 다 같이 모여 다음 작품 이야기도 하고 그냥 이야기도 한다. 고봉수 감독과 어머니의 직감에 따르면, <튼튼이의 모험>은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다. 이미 영화제와 각종 GV를 통해 관객에게 뜨거운 갈채를 받은 배우 백승환, 신민재, 김충길은 <델타 보이즈>와 <튼튼이의 모험> 사이, 삶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백승환은 여전히 새벽에 트럭 운전을 하고, 신민재와 김충길에게도 영화 같은 어떤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딱히 뭐가 된 것 같지 않아도 조금씩 뭐가 되고 있음을. 네 명의 ‘튼튼이’들이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이 모험의 끝엔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무언가가 훌쩍 자라 있을 것임을.
2018년 6월 21일 개봉, 감독 고봉수, 출연 김충길·백승환·신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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