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젊음의 향연
어느새 ‘디자이너 선생님’이라 불리던 연륜 있는 디자이너들의 쇼는 극히 드물었고, 어리고 낭랑한 남자아이들을 타깃으로 삼은 젊은 룩들이 눈에 띄었다. 런웨이는 실제 거리의 모습처럼, 가장 현재적인 서울의 패션을 대변했다. 스트리트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이 서울 패션위크에 참여한 건 특히나 신선했고, 유저, 키미제이 등 당돌한 컬렉션들이 넘쳤다. 전반적으로 파릇파릇한 시즌이었다. 송지오 컬렉션에서도 서울 패션위크를 통해 한층 젊고 실용적인 컨템퍼러리 남성복 브랜드인 송지오 옴므를 처음으로 함께 선보이며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나름 과도기를 겪었던 서울 패션위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런 것일지도.
Show 김서룡의 데님
이번 시즌은 유독 젊고 창창했던 컬렉션이 하나같이 런웨이를 건들건들한 멋으로 채우며 자유분방함을 과시했다. 유달리 김서룡의 쇼가 기대된 건 이런 분위기 때문이었을지도. 세간의 잔바람에 흩날리지 않고 올곧은 우아함을 유지하는 품격 있는 남자가 애타게 그리웠다. 김서룡의 쇼는 비교적 뒤늦은 일정으로 진행됐다. 갈급함이 극에 달해 있었다. 지하 쇼장을 메우는 재즈 밴드의 끈적끈적한 라이브 선율이 시작되자 메말랐던 감성이 눅진하게 녹아내렸다. 요즘 통 찾아보기 힘든 깊고 짙은 성숙한 분위기. 붉은 조명 너머에서부터 야릇한 색감의 비즈, 벨벳 소재로 이뤄진 턱시도 재킷들이 줄지어 나왔다. 불필요한 디테일은 완벽하게 배제하고, 소재와 실루엣의 조화, 분위기와 뉘앙스로 쇼 전체를 채운 김서룡식의 농익은 남성미는 유달리 방탕하기만 한 시즌의 정점에서 상대적으로 더 아찔하고 섹시했다. 특히 적당히 품이 넉넉하고 바짓단을 가늘게 접어 올린 데님 팬츠. 앞코가 알맞게 뾰족하고 동그랗게 잘 다듬어진 첼시 부츠와 걸음걸이마다 감칠맛 나게 착착 감기는 데님 팬츠의 조합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렇게 여유롭고 우아한 데님 팬츠라니. 그래, 이런 어른 남자의 멋이 무척이나 그리웠다.
Arena’s Best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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