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또 무거운 우리를 위해
WORDS 이로(유어마인드 운영자)
〈도서관람〉 하우위아
2017년 한 해 동안 홀로 6권을 완성한 총서 ‘거울 너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도서관이라는 공적이며 무거운 대상을 마치 자신의 소장품을 가지고 나와 설명하는 사람처럼 개인적인 시각으로 기술한다. 모두 핵심과 본질 속에서 대단한 것만 끌어내고 싶어 할 때 임소라 작가는 특유의 문장으로 그들이 보지 못한 세세한 부분을 유랑한다. 마포평생학습관에서 마케팅 섹션 책이 다수 대여된 장면을 보고 한 번에 빌려간 사람의 사업이 잘되길 빌어주거나, 국립중앙도서관 서가 사이를 사선으로 돌아다니는 등, 쉽게 생각을 이리저리 펼친다. 도서관 건물 자체에 감정이 있다면 그의 방문을 상쾌하게 여겼을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웜그레이앤블루
우울 혹은 우울증은 유독 태도의 문제, 의지의 문제로 치부된다. 더 힘을 내면, 정신력이 강하면 해결될 일로 여기는 방식이 그를 더 빨리 부러지게 만드는 것 아닐까. 평생 마주해본 적 없는 감정이 나를 갉아먹기 시작할 때 스스로 탓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누군가 우울증을 금세 아무는 생채기쯤으로 생각한다면 이 책에 쓰인 많은 말과 사람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이 책이 세상을 전부 담을 수 없고 우울증 사례를 전부 요약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 숱한 불안과 ‘웃는 방식을 잃은 순간’을 읽을 수 있다. 우울증은 잠깐 흘러가는 작은 상처가 아니며, 각자의 형태로 존재하고,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걸 한 장 한 장 겹겹이 쌓아놓았다.
현재 우리가 속한 시간의 얼굴들
WORDS 김신식(산문가, 〈보스토크〉 편집 동인)
〈인덱스카드 인덱스2〉 동신사
이 책은 컴퓨터다. 구글이다. QR코드다. 놀리는 거냐고? 맞다. 기획자이자 실행자인 김동신, 글로 함께한 소설가 정지돈은 책을 보는 당신을 잔뜩 놀린다. 그러면서 놀리는 것만큼 재미있는 놀이는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어떻게 놀리냐고? 나만 당할 순 없으니 한번 밝혀볼까. 우선 책을 읽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자. 책에 적힌 단어나 문구를 구글 검색창에 넣어보자. 예상치 못한 출처, 이미지, 내용이 나올 것이다. 김동신은 지식·정보를 담아온 오래된 양식 속에서 ‘책 vs 스마트폰’이라는 구도를 뻔하게 만드는 시각적 결과물을 내놓았다. 시리즈인 이 책은 업그레이드되어왔다. 다시 한번 이 책은 컴퓨터다. 구글이다. QR코드다.
〈2016 파일드-타임라인 어드벤처〉 오늘의 풍경
2016년. 한국에서 맨 정신을 유지하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안,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자 몸부림쳤던, 하나 결국 제정신으로는 살 수 없음에 시무룩했던 한 해였다. 이 책은 그런 ‘2016년’에 일어났던 일들을 다룬 빼어난 작업물이다. 각 신(scene)에서 묵은 때 찌든 때를 경험한 여성 기획자와 참여자들은 수사로 넘실대는 단상 대신 각종 데이터로 망할 세상을 베겠다는 서늘하고 칼칼한 활극을 펼친다. 쏟아진 데이터를 수집·정리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2016년’을 계속 겪으리라고 말하는 책은 데이터를 챙기는 일이 얼마나 ‘야무진 비관주의’를 조직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그런 비관주의가 필요하다.
나와 당신을 위한 거울
GUEST EDITOR 김민수
〈나무들이 사람으로 보인다〉 아이디엑스엑스(IDXX)
모두 소년기를 거친다. 누구나 순수한 시절을 보낸다는 말이다. 순수한 시절이란 무엇인가? 때 묻지 않은 백지가 전부는 아니다. 그 백지는 비어 있으므로 우울, 슬픔과 환희가 혼종된 불완전함이다. ‘나무들이 사람으로’ 보이는 착란의 시간인 것이다.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이 새하얀 불꽃의 시간에 대해 말하지 않는 시대, 그러므로 〈나무들이 사람으로 보인다〉는 사진 에세이라는 흔한 포맷임에도 특별하다. 사진가 선민수의 사진과 작사가 박한결의 글이 만나 순수했던 시간을 복원해주는 기억 현상집이다. 이원 시인의 추천사처럼 ‘인생은 열정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한 권의 책을 펼치시라.’
〈녹색 광선〉 frame/page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 <녹색 광선> 원작이냐고? 아니다. 그보다 한 세기 앞서 나온 쥘 베른의 소설이다. 닮은 점은 소설과 영화 속 주인공 모두 녹색 광선을 보기 위해 유랑한다는 것뿐이다. 시대와 인물의 성격 모두 다르다. 그래서 녹색 광선이란 뭘까? 소설에서는 ‘녹색은 소망의 색’, 영화에서는 ‘녹색은 희망의 색’이라 표현한다. 어쩌면 녹색 광선이란 매일 같은 일상 속을 유랑 중인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는, 모든 걸 잊을 수 있는 환한 빛의 시간이 아닐까?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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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신원섭
하나의 작품에 다양한 인물과 겹겹의 서사들이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묶여 모두가 주연이자 조연이 되는 작품을 군상극이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풍경이 그렇지 않을까? 신원섭의 첫 장편 소설 <짐승>은 자취방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여섯 인물과 여섯 가지 서사로 다룬 군상극이다. 그들의 과거를 따라가면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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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파는 가게〉 스티븐 킹
전 세계를 매혹시킨 이야기꾼 스티븐 킹의 새로운 단편집이다. 2016년 에드거 상 단편 소설 부문에서 최고 소설상을 받은 ‘부고’를 포함해 총 20편의 새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이뿐만 아니라 스티븐 킹 본인이 직접 쓴 자전적인 논평도 실려 있는데 여기에서는 작품을 구상한 계기나 작가 본인이 적은 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란 무엇일까? 책이나 영화 속 연애는 대부분 과한 낭만으로 포장되기 마련. 이런 포장지에 신물난 이들에게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연애의 행방>을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한 쌍의 남녀를 그리지 않는다. 양다리를 걸친 남자와 애인, 그 남자의 약혼녀, 단체 미팅에서 만난 낯선 남자 등. 감정과 욕망의 화살이 서로 얽힌다. 낭만과 포장이 아닌 현실 세계 속 사람들의 마음처럼. 그래서 결국 사랑, 연애라는 감정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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