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추운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누가 뭐래도 뜨거운 해장국이 아닐까 싶다. 이번 달에는 삼성역에서 가장 핫한 해장국집, ‘가운데 해장’을 소개하겠다. 사실 ‘소개’라는 말이 무색한 이유는 이 해장국집이 점심마다 백 팀이 넘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이미 유명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저녁에 가봐도 최소 서른 팀 이상이 늘 대기한다. 새벽에는 가본 적 없지만 여전히 손님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규모가 꽤 커서 동시에 1백 석 이상 착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최소 대기 시간이 20분 이상이라는 건 일단 맛을 보장할 수 있단 의미도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갓(god) 해장집’이라고 부르나 보다.
삼성동에 문을 연 지 2년 정도 됐다고 하는데, 푸짐한 양과 고급스러운 맛으로 일대를 평정했다. 대표 메뉴인 해장국은 탱글탱글한 선지와 신선한 내포를 아끼지 않고 넣어 풍성한 식감을 자랑한다. 특히 내포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데, 잡내 하나 없이 맛이 고소해 신기할 정도다. 선지를 못 먹으면 빼달라고 해도 된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곱창전골’은 각종 야채와 깨끗하게 손질된 곱창을 양껏 넣어 깊고 진한 국물 맛이 나는데 곱이 가득한 곱창은 일단 비주얼만으로도 합격이다.
이 해장국집의 맛은 많은 분들이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따로 더 설명은 하지 않겠다. 내가 본격 소개하고 싶은 것은 이곳의 해장국을 먹는 방법이다. 이렇게 먹어야 이 해장국을 가장 맛있게,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일단 해장국의 구성 요소를 세부적으로 살펴보겠다. 뚝배기 하단에는 선지가 있다. 퀄리티가 대단하다.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튕기는 듯한 씹는 맛이 있다. 참깨처럼 고소할 때도 있고 푸아그라처럼 진하게 와 닿을 때도 있다.
그 위로 굉장히 신선하고 통통한 콩나물들이 누워 있다. 아무래도 콩나물에서 나오는 아스파라긴산이 간의 해독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그 위에는 쫄깃쫄깃한 양지와 겨울 햇빛을 흠뻑 머금은 시래기가 있다. 그냥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나는 해장국이 보글보글 끓을 때 가장 먼저 숟가락으로 선지를 들춘 다음 깍두기를 깔아둔다. 그러면 뚝배기에 남은 열기가 깍두기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깍두기가 서서히 익으면서 내면에 있던 달달함이 국물에 번진다. 또한 깍두기 양념이 해장국과 합쳐지면서 국물에 새로운 깊이를 더한다.
고추기름과 다진 청양고추를 섞으면 입안에서 불꽃놀이가 일어난다. 온갖 스파이스가 서로 뒤엉키고 충돌하면서 서로의 숨어 있는 새로운 맛을 이끌어내는 거다. 여기에 건강한 흑미밥을 더하면 속이 뜨끈뜨끈하게 차오른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앉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눈을 지그시 감고 아스파라긴산을 느끼고 싶어서다. 하지만 나는 시나리오를 제때 마감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꿀꺽꿀꺽 삼키고 눈에 다시 불을 켠다. 하지만 여러분은 시간이 넉넉할 때 꼭 ‘가운데 해장’에 가서 내가 추천한 방법으로 해장국을 드셔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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