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재 1996年生
1 잘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느낌의 대상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하는 듯하다. 상황과 화자에 따라서 ‘허세 가득하다’라는 의미로도 느껴져 최근에는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2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Lonerism〉 앨범을 가장 관심 깊게 듣고 있다. 비틀스의 향수를 재현하면서도 신선한 사운드를 끊임없이 제공해, 쉽게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3 1990년대 네오솔 음악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보통 90년대 흑인 음악 하면 힙합을 중심으로 한 ‘골든 에라(Golden Era)’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특히나 디앤절로는 그런 평이한 붐뱁 비트와는 완전히 다른 사운드를 들려준다.
4 지금의 20대가 사람 냄새를 찾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오히려 ‘힙’하고 싶어 하는 욕망과 현 트렌드에 대한 혐오가 가장 큰 이유 아닐까?
5 일본 빈티지 브랜드의 옷을 입고,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음악을 들으면서 한남동 앤트러사이트에 간 다음, 인스타그램 사진을 건지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50장 정도의 사진을 다양한 포즈로 찍는 것.장효선 1992年生
1 발렌시아가, 오프화이트, 베트멍 등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힙하다’를 정의한다면 곧 유행이 될,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어떤 것.
2 최근에 CD 플레이어를 구매해 한 가수의 전체 앨범을 듣는 재미로 지낸다. 특히 김광석의 노래에 푹 빠져 있는데, 가사 한마디 한마디가 시적이라 곱씹어 듣는 매력이 있다. 서정적이고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3 패션과 빈티지한 가구, 식기에 큰 매력을 느낀다. 옛것이라 친근하면서도 볼 때마다 새롭다. 촌스럽다고 거부한 것들이 이렇게 예뻐 보일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까.
4 공감한다. 나 역시도 매일 경쟁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데, 가끔은 뭘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내가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건 그때의 불편함이 지금의 편리함보다 더 행복했기 때문인 것 같다.
5 자신의 삶을 SNS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됐다. 내 친구들은 사진이 잘 나오는 예쁜 공간을 좋아한다. 사진은 무조건 정방향.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하니까. 그리고 점점 자신만의 취향이 생기고 있다.
박종일 1992年生
1 색깔. ‘나다운 게 뭔데?’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모든 것. 따라 할 수 없는 것. 정체성.
2 산울림 음악을 많이 듣는다. 불 다 꺼놓고. 〈뽀빠이(Popeye)〉 매거진에 나오는 애들처럼 입고 싶다는 소망이 몇 년째. 영화는 일디코 언예디의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3 모든 것의 시작은 ‘노스탤지어’다. 이전 세대가 남겨놓은 감수성을 다음 세대가 흡수한다. 거리엔 왕가위의 〈타락천사〉에나 등장하는 네온사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부츠컷은 이제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그것이 오늘날의 물건과 어울렸을 때 멋은 배가된다. 우리는 이전 세대의 문화를 소비하면서 그들을 추억함과 동시에 재생산한다. 그게 재밌다.
4 그 평론가는 20대가 아닐 거다.
5 중고로 구입한 청키 스니커즈, 유니클로 양말, 리바이스 LVC 54501, 공방에서 제작한 벨트, 랄프 로렌 셔츠 위에 챔피언 티셔츠를 레이어드. 빈티지 가죽 재킷. 애플의 무선 이어폰으로는 들국화. 교세라에게 인수당해 생산을 멈춘 야시카 T3와 스페셜티 카페.배우진 1994年生
1 주변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라 생소하다. 찾아보니 ‘쿨하다’ ‘핫하다’ 등의 표현들과 상응하는 듯.
2 90년대부터 입지를 다져온 중견 가수들의 음악에 빠져 있다. 김동률, 이적, 유희열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시간을 더 거스르면 이문세, 김현식, 유재하 같은 가수도 떠오르고.
3 익숙함. 피부로 직접 겪은 문화는 아니지만, 어느 매체를 통해서든 한 번쯤 접한 것들이 많다.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한 줄기 익숙함이 낯섦에서 비롯된 괴리감을 좁혀줌과 동시에 흥미를 유발하는 실마리가 되는 것 같다.
4 과거의 표현 방식이 호소력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음악이 지금보다 ‘날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이 ‘날것’이 치열한 삶 속에서 소모되는 감정을 충전하기에 적합한 콘텐츠이기에 20대가 열광하는 것 같다.
5 음원 차트에 없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찾아 듣는다. 예쁜 필터를 씌우고 사진을 찍는다. ‘인스타 감성’ 충만한 장소에서 기분을 낸다. 주변 지인들의 모습이다.
김수호 1993年生
1 힙스터 문화는 자연스레 레트로와 연결된다.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이전 세대가 쌓아놓은 하위문화를 조합한다. 즉, 힙한 스타일을 추출해서 사람들이 소비하기 좋은 구실을 만들어놓은 거다.
2 얼마 전 인상 깊게 본 〈인벤토리(Inventory)〉 매거진에서 〈뽀빠이〉 매거진 편집장 다카히로 기노시타가 했던 말로 대신할 수 있을 듯하다. “패션 트렌드는 반복된다. 내가 살아온 70년대, 80년대, 그리고 90년대 스타일이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스파이크 존스의 영화 <Her>에 나온 스타일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1920년대 스타일을 차용해 만들었는데, 신선하고도 참신했다.”
3 레트로가 지금 시대에만 유행이라고 하지만, 레트로는 항상 유행이었다. 그래서 혹자는 ‘새로운 것은 60년대 이후로 멈췄다’고도 하더라. 밀레니얼 세대의 감수성 포인트는 만나지 못한 과거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본다.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2000년대 이후에 어떤 것이 10년 전인가, 20년 전인가, 무엇이 가짜이고 진짜인가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4 20대는 현재의 시간이 정말로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낀다. 이런 시대에 조금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레트로’라고 생각하기에 겪어보지도 않은 시대에 열광하는 거다. 시간의 보존을 바라는 염원으로서의 레트로.
5 힙스터 문화의 정신은 남들과 다른 걸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하위문화나, 과거 시대의 모습을 복제한 것들을 좇겠지. 아버지가 쓰던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옷들을 입고, 빈티지 숍을 찾고, 빅 로고 티셔츠와 옅은 청바지도 흔히 보일 거다. MTV 세대, 과거의 우상을 꼽아 시대를 재현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할 것 같다.김정원 1995年生
1 누가 뭐래도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삶을 지향하는 사람의 패션과 작품이 떠오른다.
2 영화는 잉마르 베리만, 장 뤽 고다르,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데이비드 린치, 라스 폰 트리에,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사랑한다.
3 2010년 이후 발생한 트렌드보다 훨씬 솔직하다. 날것 그대로를 드러내서 좋다.
4 그 평론가는 분명 나이가 많을 거다. 사는 게 힘들 때는 사람 냄새를 찾는 게 아니라 이불 속을 찾는다. 평론가의 낭만주의적 시각으로 우리의 세대를 함부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5 잘사는 듯 보이는 힙함이 있고, 가난함과 자신의 스타일을 동시에 가진 힙함이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도끼일 거다. 후자는 이태원 골목에 널렸다. 전자가 발렌시아가를 구하기 위해 갤러리아에 갈 때 후자는 광장시장과 동묘 시장에 간다. 전자가 힙합 음악 중 트랩을 좋아한다면 후자는 붐뱁을 좋아하지 않을까? 사진은 전자건 후자건 정방향에 필터를 안 쓴 듯한 느낌으로.
김예람 1998年生
1 트렌드 초기의 모습이 그러하듯, 아무도 하지 않지만 홀로 해내서 독보적으로 보이는 것.
2 예지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듀스의 1·2·3집이나 이현도의 옛 곡을 찾아 듣는다. 특히 듀스의 ‘Nothing But A Party’는 지금 들어도 세련됐다. 옷은 〈퍼지〉 같은 일본 잡지나 인스타그램에서 1980~90년대 유명했던 위노나 라이더 등의 셀렙 패션을 자주 찾아본다.
3 인터넷을 통해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지점이 흥미롭다.
4 공감하지 않는다. 트렌드가 돌고 도는 것뿐. 새로운 세대는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이라 멋지다고 생각하고 그 시대의 모습을 따라가는 것 같다.
5 명품이나 하이엔드 브랜드, 아니면 하이엔드 브랜드 구제를 입는다. 사진은 정방향 구도에 집착한다. 또 나만 아는 언더그라운드 클럽이나 카페, 현대 미술 전시가 SNS에서 ‘핫한 것’이라는 이름으로 종말처리장 단계가 되긴 전에 꼭 가야 한다.주현욱 1992年生
1 인기를 얻고 있는 어떠한 것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하정우, 방탄소년단, 검정치마, 이태원, 한남오거리, 망원동, 상수동, 클럽 소프, 브라운, 제비다방, 앤트러사이트, 발렌시아가, 로에베, 펩 과르디올라, 네이마르, 데인 드한, 갤 가돗, 칼리 클로스, 벨라 하디드가 그렇다.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만큼 불분명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J.W. 앤더슨, 영화는 자비에 돌란 감독이면 뭐든 좋다. 이들은 독특하면서 동시에 압도적인 재치가 있다. 천재다.
3 빈티지하고 레트로한 느낌의 비디오가 멋있더라. 화질이 고르지 않아도 흐리멍텅한 게 매력적이다. 또 줌인과 아웃을 적재적소에 사용한 화면에서 신선함을 느낀다. 어릴 적부터 아이팟 클래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엄지손가락으로 휠을 굴릴 때 나는 ‘딸깍’거리는 소리가 좋다. 요즘 모든 게 터치스크린이라 더 그렇다.
4 일리가 있다. 수많은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어 있으니 반대 방향으로 가는 셈이다.
5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몸집보다 큰 오버사이즈 후디를 입으며 쉽게 구할 수 없는 모 브랜드의 협업 스니커즈를 신으면 너무 뻔하지 않나? 뻔해지는 순간 힙하지 않은 게 된다. 유행이라는 게 그렇지 않을까? 지나면 끝이다. 사진은 아무런 필터를 쓰지 않은 아이폰의 기본 카메라가 가장 좋다.
이다솔 1994年生
1 대중적인 유행과는 조금 다른, 음지에서 출발한 신선하고 개성 강한 것들.
2 구원찬의 앨범 〈반복〉에 빠져 있다.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곡의 분위기, 음색, 가사 모두 내 취향이라 자주 듣고 있다. 특히 눈 오는 밤에 듣기 제격이다.
3 옛날 패션 화보나 광고를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 시대를 대변하는 스타일은 물론,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담백하고 자연스럽지만, 확실한 취향과 개성이 묻어 있다.
4 반쯤은 공감한다. 하지만 힘든 시기의 도피처로 아날로그를 찾는다기보단, 본능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 있는 곳을 향하게 되는 것 같다. 디지털 시대의 인공적인 것들과는 달리 불완전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우리와 닮아 있으니까.
5 리바이스 LVC 데님 팬츠에 빛바랜 컨버스 척테일러를 신고 무심하게 눌러쓴 비니, 가방은 들지 않았다. FKJ의 음악이 미세하게 새어 나올 정도로 소리를 조절한 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을지로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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