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작품을 바라보면, 정돈된 붓질로 완성된 추상화 같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면 가늘고 굵은 실들의 서로 다른 질감이 느껴진다. 캐나다 출신 작가 브렌트 웨든은 실로 추상화를 짠다. 작가는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직접 실을 엮어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하루 종일 베틀 기계에 앉아 천을 짠다. 100호 캔버스 사이즈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꼬박 한 달의 시간이 걸린다. “성격 자체가 반복을 즐긴다. 오래 걸리지만 느린 작업 과정을 통해 작품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작품에 담긴 짜임들 속엔 작가의 시간이 담긴다. 브렌트 웨든의 작품은 시간을 상징하기도, 기다림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 중 또 하나 중시하는 것은 ‘우연’이다. 브렌트 웨든은 직조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적인 오류나 실수를 인정하고 부각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공예품과 달리 추상화의 모습이 짙다. 대학 시절 회화를 전공한 그는 독일에서 우연히 직조 전문가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육체적인 노동이 필요한 직조에서 회화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느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직조는 깊은 명상과 육체적 부담을 요하는 작업 과정으로 이를 통해 내 에너지의 편린을 포괄한다”고 밝히며, 작업 형식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
브렌트 웨든의 작품은 이전 전시까지 대체로 어두운 색상의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밝은 느낌의 작품을 내걸었다. 압도적인 크기의 화면 속에 기하학적 도형과 분홍색, 녹색 등 대담한 구도와 색상이 돋보인다. 그의 작품은 세계적인 컬렉터인 루벨라 컬렉션을 포함해 마르시아노 아트 파운데이션, 루이 비통 재단 등에 소장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이뤄지는 브렌트 웨든의 전시는 PKM갤러리에서 개최된다.
WATCH & SEE 이달, 우리가 보고 감상해야 할 멋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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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Land〉 공근혜 갤러리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기념해 겨울의 상징인 ‘눈(snow)’을 주제로 한 〈Snow Land〉 전이 열린다. 흑백 아날로그 사진의 세계적인 두 거장, 마이클 케냐와 펜티 사말리티의 2인 전이다. 마이클 케냐는 나무나 돌 등 자연의 모습을 담았고, 팬티 사말리티는 러시아 북유럽의 일상 풍경을 담았다. 각국의 다양한 설경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2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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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빙, 바다 붐〉 갤러리 페로탕
일본 작가 매드사키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다. 매드사키는 스프레이를 활용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그림 속의 선은 대체로 삐뚤빼뚤하고, 물감이 흘러내리는 듯한 질감이 특징이다. 〈로마의 휴일〉 〈레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유명 영화의 한 장면이나 만화 속 캐릭터를 매드사키만의 기법으로 재해석했다. 1월 13일까지.
〈롱드르가와 아엔데가의 모퉁이에서〉 아뜰리에 에르메스
로사 마리아 운다 수키는 2012년부터 〈롱드르가와 아엔데가의 모퉁이에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프리다 칼로와 푸른 집이라고 불리는 그녀의 옛집을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작업이다. 프리다 칼로가 머물렀던 푸른 집의 구석구석을 따라가며 그 공간이 담고 있는 기억과 이야기를 작품으로 불러낸다. 전시에서는 총 54점의 드로잉과 56점의 페인팅, 그리고 작업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2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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