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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입문서

작심삼일도 여러 번 반복하면 3백 일 정도는 가늘고 길게 이어나갈 수 있다. 2018년을 즐거움으로 채우기 위한 본격 취미 생활 가이드. 일단 책으로 먼저 배워보자.

UpdatedOn January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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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현 〈아레나〉 피처 에디터

 서핑 

 1  <서핑 일러스트-그림으로 배우는 서핑> 글과바다
사실 이 책은 서핑의 아찔한 물맛을 딱 한 번 정도 경험해본 사람에게 더욱 유용하다. 무작정 나가 몸으로 부딪쳐가며 배우기엔 바다는 너무 위험하니까. 반드시 알아둬야 할 서핑의 기본 규칙, 파도를 보며 패들 하는 법, 파도를 자꾸 놓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다양한 턴 기술 등. 초보자부터 상급자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서핑의 정석을 담았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을 너무나 알기 쉽게 그림으로 정리했다는 점. 팔이 옆구리를 스친다는 느낌으로 패들링을 한다거나, 보드 뒤쪽으로 몸을 5cm 정도 내려가는 느낌으로 이동해 노즈 다이빙을 방지한다거나. 이런 각종 느낌을 그림으로 알려주니, 웬만한 동영상 강의보다 낫다. 바다 근처에 가지 않고도 내 방에서 편안하게 서핑을 독학할 수 있는 기회다. 그 여름 서핑 숍에서 강사가 화이트보드에 설명해주던 내용이 아주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2  <서핑 교과서-보드, 패들링, 테이크오프, 노즈 라이딩, 그리고 파도 읽기> 보누스
제목이 좀 길다. 그런데 서핑을 하려면 필수로 마스터해야 할 기술들만 꼽았다. 당연히 보드의 종류에 대해 알아야겠고, 패들링이 왜 중요한지, 테이크오프와 노즈 라이딩 기술, 가장 중요한 파도를 읽는 방법까지. 세계서핑협회(ISA) 강사인 저자 이승대는 강습을 하듯 책을 썼다고 한다. 수많은 병아리 서퍼들을 가르치던 때를 떠올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사람들이 더 쉽게 서핑을 제대로 알고 재미를 깨우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대부분 서핑 입문자가 환상을 갖는 건 SNS에 올라온 동영상 때문이다. 큰 파도를 막 가지고 노는 자유로운 서퍼들의 환상적인 라이딩을 보고 ‘나도 곧 저렇게 될 수 있겠지’라는 감상으로 접근했다 차가운 현실 앞에서 나가떨어지곤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감성 서핑’이 아닌 ‘과학 서핑’에 초점을 맞췄다. 환상을 버리고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서핑을 시작하고 싶다면 전공 필수처럼 선택해야 할 교과서다. 제목 그대로.

 낚시 

 3  <바다낚시 첫걸음-이제 더 이상 못 낚을 바닷고기는 없다> 상·하권 예조원
물고기가 아닌 세월을 낚는 거라던 낚시가 자꾸 당긴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까. 엄마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자꾸 꽃과 풍경 사진을 올려놓는 것과 비슷한 이치겠지. 그런데 요즘엔 낚시가 힙한 취미가 된 것 같다. 래퍼 마이크로닷, 블락비 재효, 비투비 육성재, 씨엔블루 종현 등 젊은 청년들의 낚시 사랑이 알려지면서 ‘나도 한번 해볼까’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바다낚시 첫걸음-이제 더 이상 못 낚을 바닷고기는 없다〉는 바다낚시 전문가 15인의 활어회처럼 팔딱거리는 노하우를 정리한 지침서다. 어종, 장소, 방법, 요리 등 바다낚시의 기초부터 실전까지 쭉 설명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바다낚시 대상어 50여 종을 세밀하게 분석해 내가 잡은 물고기의 이름까지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전통 바다낚시 방법부터 미래지향적 바다낚시 방법까지. 상·하권 모두를 통달할 때쯤이면 바다 위에서 짜릿한 손맛을 깨달을 수 있을 거다.

 캠핑 

 4  〈초보 캠퍼도 쉽게 따라 하는 인조이 캠핑바이블〉 넥서스BOOKS
요즘 남들 다 한다는 캠핑은 막상 시작하려고 들면 돈 잡아먹는 귀신이다. 어떤 레저 활동을 시작하든 ‘장비발’을 앞세우는 한국인의 특성상 생각하면 할수록 사야 할 것 천지다. 새해 벽두부터 취미 생활하려다 적금을 깨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초보 캠퍼도 쉽게 따라 하는 인조이 캠핑바이블>이 도움을 줄 거다.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 입장에서 꼭 필요한 내용만을 담았다. 예산별 맞춤 장비 추천, 필수 장비 리스트, 쉽게 장비 설치하는 법, 간단하지만 근사한 요리, 초간단 불 피우기, 리조트형 캠핑 즐기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국의 베스트 캠핑장까지. 어제 막 인터넷으로 주문한 장비가 도착해 오늘 처음으로 캠핑을 떠난다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캠핑의 바이블을 요약했다.

 5  〈매듭 교과서-베테랑을 위한 캠핑, 낚시, 등산 간단 매듭법〉 보누스
혹시 〈Man vs Wild〉라는 프로그램을 아는가? 영국의 특수부대에서 10여 년 정도 현역으로 활동했고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남자, 베어그릴스가 혹독한 자연에서 생존하는 과정을 담은 방송이다. 보면 알겠지만, 자연에서 매듭법이란 꽤나 유용하다. 하다못해 <정글의 법칙>의 히어로, 병만 족장도 사고로 2개월간 병상에 누워 있을 때 병실에서 매듭법을 연구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이렇게 중요한 매듭법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하네다 오사무가 치밀한 감수 작업을 거쳐 캠핑과 낚시, 등산 등에서 필요한 매듭 지식을 책으로 엮었다.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그림 설명도 곁들였다. 다양한 상황의 야외 활동 시 최소 ‘병만 족장’급 영웅 대접을 받을 수 있으니 열심히 연습하자.


조진혁 〈아레나〉 피처 에디터

 바이크 

 1  〈달려라 오토바이-뜨거운 심장이 없다면 모터사이클 절대로 타지 마라〉 연두m&b
단호한 제목으로 독자를 사로잡고 시작하는 책이다. 그렇다. 뜨거운 심장이 없다면 모터사이클 절대 타면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뜨거운 심장은 날쌔게 달릴 때 쓰는 심장이 아니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애정을 뜻한다. 주변의 모터사이클 좀 탄다는 형들은 저마다 하는 말이 다르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정확한 답변은 듣기 어렵다. 사실 그보다 어떤 바이크를 타야 하는지, 바이크 보험이나 연비, 점검하는 방법 등은 배우기 어렵다. 저자 이완수는 국내 최대의 바이크 커뮤니티 운영자다. 바이크 전문 매거진의 편집장도 역임했다. 그러니까 생초보에게 바이크를 설명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달려라 오토바이-뜨거운 심장이 없다면 모터사이클 절대로 타지 마라〉는 바이크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부터 정비와 튜닝 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다. 그가 남들에게 일일이 말하기 힘들어서 아예 책으로 묶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세밀한 정보가 들어 있다. 바이크를 탈 때 안 다치는 요령, 바이크 탈 때 필요한 장비의 종류와 고르는 방법, 운전 스킬 등. 초보자라면 꼭 알아야 할 정보다. 교과서보다 더 친절한 오토바이 참고서다.

 2  〈마이 페이버리트 바이크〉 학산문화사
한 주제에 빠지는 것. 경험한 적 없고, 관심도 없었으나 늪처럼 빠져들어 꿈속에서마저 떠오르는 것. 내게는 오토바이가 그렇다. 오토바이를 타보고 싶은 마음은 학생 때나 보너스가 생겼을 때나 똑같다.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마이 페이버리트 바이크〉가 내 마음을 모터사이클로 진동치게 만들었다. 〈마이 페이버리트 바이크〉는 야마구치 카슈미의 만화다. 단편 만화들이 모여서 한 권을 이룬 옴니버스 형식이다. 주제는 모두 바이크다. 제목처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바이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흡입력 강한 이야기와 섬세한 작화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각 단편에 등장하는 화자들의 바이크에 대한 애정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야마구치 카슈미는 바이크를 타는 행위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실제 바이크를 정밀하게 묘사하고, 또 그 바이크의 속성을 면밀히 보여준다. 바이크가 가진 특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갈 때면 상상하게 된다. 바이크를 타고 서킷을 달리는 내 모습을. 바이크의 사랑스러운 점을 너무 아름답게 묘사해, 나처럼 바이크는커녕 바이시클도 안 타는 사람의 꿈에 오토바이를 등장시키는 만화다.

 앱 제작 

 3  〈스위프트로 시작하는 아이폰 앱 개발 교과서〉 위키북스
앱스토어에 가면 앱이 정말 많은데, 이렇게 많은 앱 나도 못 만들까?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앱 만들기가 손에 익으면 그때 다시 창업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앱을 만들겠노라 결심한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만들 수 있다. 책이 너무 친절해서 가능하다. 스위프트는 애플의 프로그래밍 언어다. 아이폰 앱을 만들 때 사용한다. 프로그래밍이라 하면 머릿속이 백지장으로 변하는 문과인들을 위해 기초부터 쉽게 알려준다. 첫 번째 챕터는 엑스코드(Xcode)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기본 조작법을 알려준다. 첫 챕터라 간단하니 설명만 따라 해보자. 그러고 나서 두 번째 챕터에서 아이폰 앱을 만드는 흐름을 알려준다. 어떤 과정을 통해 앱이 제작되는지 그 흐름을 이해하고 나면 앱의 속살을 알게 되는 것이다. 본격적인 강의는 세 번째 챕터부터다. 스위프트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고, 다음 챕터에서 실제 앱을 만든다. 따라 하기만 하자. 앱스토어의 그 앱,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제 조금 알 거다.

 4  〈안드로이드 앱 만들기-하루 만에 배우는〉 영진닷컴
새해에는 건설적인 취미를 갖겠다면, 앱이다. 앱을 만들자. 앱 제작은 과거의 홈페이지 제작처럼 알면 유용한, 반드시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더불어 앱의 구동 원리를 이해하게 되니 스마트한 세상에서 지니어스처럼 굴 수 있다. 〈안드로이드 앱 만들기-하루 만에 배우는〉은 사실이 아니다. 하루 만에 배울 수는 없다. 우리가 안드로이드처럼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다. 앉아서 공부해도 일어서면 까먹으니까 욕심은 부리지 말자. 하지만 쉬운 설명은 기대해도 좋다. 안드로이드 앱 만드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설명한다. 자바스크립트 몰라도 동영상만 따라 하면 앱 하나는 만든다. 앱 제작만이 아니다. 앱을 테스트하고 배포하는 방법과 앱에 광고를 붙여서 수익을 내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그러니까 취미로 하루 동안 따라 하고 다음 날에는 용돈 벌이도 가능하다. 이보다 쉽고 건설적인 취미가 있을까?


이경진 〈아레나〉 피처 에디터

 공예 

 1  〈김목공의 우드워크〉 목공정보
나무에게 배우고 나무와 일하며 나무를 사유하는 목공 윤종배가 쓴 목공 일지. 헤드폰 수납장, 미니 CD장, 의자, 책상, 옷장, 소파 테이블까지 여섯 점의 나무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목공 상식을 단출하게 실었다. 목공 관련 책 중에는 테크닉과 공정, 재료에 관해 빼곡히 적어둔 것은 많지만 작업 전반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목공 작업에 필요한 아주 기초적인 상식을 알기 쉽게 정리해둔 것은 드물다. 〈김목공의 우드워크〉는 후자에 해당하는 책이다. 목공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읽기 좋고 목공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그간 궁금했던 어떤 빈틈이 채워질 테다.

 2  〈공예의 길〉 신구
공예는 발을 들이고 시간을 들일수록 멀고 심오해진다. 처음에는 형태를 완성하는 일에 집중할 테지만, 그러다 보면 그 아름다움의 완성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다시 또 아름다움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공예니까. 〈공예의 길〉은 야나기 무네요시가 저술한 공예 서적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민예연구가이자 미술 평론가이면서 동시에 지독한 민예품 수집가인 그가 각종 공예품의 본질과 가치에 관해 썼다. 특히 ‘올바른 공예’와 ‘잘못된 공예’라는 소제목이 붙은 대목에, 공예에 관한 깊고 아름다운 문장이 많다.

 요리 

 3  〈실버 스푼〉 세미콜론
고든 램지와 마리오 바탈리, 제나로 콘탈로가 극찬한 이탈리아 요리 바이블. 한국어 번역판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으로 달려갔다. 붉고 매끄러운 가죽으로 여민 커버를 열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이탈리아 요리를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섬세한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 이 요리책은 마치 마법서 같다.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핵심 요소를 설명하고, 이탈리아 각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레시피 2천 가지를 현대인의 입맛과 상황에 맞게 조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데, 단순하지만 우아한 원칙에 따라 풀어내어 한 장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압권은 책 후반부에 있다. 마시밀리아노 알라이모, 마시모 보투라, 아리고 치프리아 등 세계적인 셰프 23인이 고안한 이탈리아 요리 23가지의 레시피가 수록됐다. 파스타와 리소토, 피자 정도로 구분 지었던 이탈리아 요리의 무궁무진함에 매료될 것이다. 일단 가장 좋아하는 파스타 면을 고르고 냄비에 물부터 올린 다음, 첫 장을 펼쳐보자.

 4  〈더 푸드 랩〉 영진닷컴
요리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궁금증이 인다. 이를테면, 파스타를 삶을 때 물에 기름을 조금 넣으라는 것은 정말로 면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일까? 이런 질문들. 〈더 푸드 랩〉의 저자는 MIT 출신 공학도, 자칭 ‘너드’, 유명한 요리사이자 요리 기고가인 J. 켄지 로페즈-알트다. 그는 이 책에 잘못 알려진 요리 상식에 도전하고,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한 ‘너드’ 같은 작업을 고스란히 실었다. 그는 고전적인 미국식 요리 레시피를 파헤치고 연구했다.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클래식한 레시피에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과감하게 던지며 실험한 것이다. 저자가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다. 왜 닭을 튀기면 껍질이 바삭할까? 감자를 으깰 때 감자 속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더 푸드 랩〉에는 그 실험 결과에 따라 완성한 레시피가 소개된다. 이 책과 함께라면, 올해엔 레시피를 외우지 않고, 이해하며 요리할 수 있을 거다.

 가드닝 

 5  〈식물과 함께 사는 집〉 예인피플
지난해, 실내 가드닝 열풍과 함께 ‘반려식물’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관상의 대상이었던 식물이 식구가 된 것이다. 다육식물마저 배배 말려버리는 ‘식물 무식자’이지만, 2018년에는 단 하나의 반려식물이라도 집에 들여보고 싶어 이 책을 골랐다. 〈식물과 함께 사는 집〉은 유럽에서 플랜트 브랜드로 유명해진 캐로 랭턴과 로즈 레이가 자신들의 식물 키우기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특히 정원 없이도 식물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도시 사람들의 삶에 적합한, 같이 살기에 비교적 쉬운 식물들인 선인장과 다육식물, 열대식물, 에어 플랜트 등을 소개하고 이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법을 자세히 풀어낸다. 식물을 집에 들이는 방법부터 화분을 고르는 방법, 분갈이를 하고 배양토를 선택하는 방법, 식물을 번식시키거나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 등을 꼼꼼하게 담았다.

 6  〈게릴라 가드닝〉 들녘
제목부터 전투적이다. 게릴라 가드닝은 영국 데번에서 자라고 원예학을 공부한 영국인 리처드 레이놀즈가 벌인 ‘꽃 심기 전투’에 관한 이야기다. 이 조용한 혁명은 어느 날 레이놀즈가 아파트 앞 공터에 꽃을 심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2004년, 그는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게릴라 가드닝 조직원은 어느 날 기습적으로 모여 공유지에 꽃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꿔 나갔다. 물론 불법이었다. 대중의 삶에 무관심한 공공기관에 대한 시위이자 운동이었다. 왜 실내 가드닝이 유행처럼 번지게 됐을까? 왜 현대인은 테라리움이나 에어 플랜트와 같은 방식으로라도 작은 식물 한 뿌리를 집 안에 두려고 하기 시작했을까? 우리는 왜 식물과 함께 살아야 할까? 식물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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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아레나〉 피처 게스트 에디터

 독서 

 1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마티
SNS를 둘러보다 황당한 댓글을 봤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뭐든 영화나 유튜브 영상으로 보면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잖아, 솔직히 독서는 시간 낭비 아니야?’ 어떤 맥락에서 말하는지는 알겠다. 하지만 나는 언어만이 줄 수 있는 맛이 있다고 믿는다. 저 말을 이해하고 싶지 않다. 다만 저 사람은 아직 독서의 맛을 제대로 못 봤을 뿐이라고 믿고 싶다. 어쩌면 세상에 책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정작 어떤 것부터 읽어야 할지, 어떤 기준을 두고 선별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 기준을 잡을 책으로 장정일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제안한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나 다름없는 책이다. 독서광인 그가 다양한 책을 읽고 남긴 리뷰들로 구성돼 있다. 1980~2000년대 초반까지 장정일이 보여준 시, 희곡, 소설은 파격 그 자체였는데, 희한하게도 그의 산문은 매우 투명하고 논리적으로 엄격하다. 감정이나 정치적 성향에 휘둘리기보다는 객관성 갖추고 최대한 투명하게 보고, 투명하게 말한다. 최근에 그가 <한국일보>에 기고하는 칼럼들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독서의 맛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아주 객관적으로 독서의 맛을 알려줄 테니.

 2  〈읽는 인간〉 위즈덤하우스
독서 ‘덕후’에게 ‘더 깊은’ 독서를 위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독서의 끝은 다시 쓰기가 아닐까? 쉽게 말해 계속 읽다 보면 무언가 쓰고 싶게 된다는 거다.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 〈개인적인 체험〉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에는 그가 그동안 읽었던 책들과 영향받은 작가 등 그의 손에 들렸던 여러 책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런데 영향받은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욱 눈에 띄는 건 오에 겐자부로가 말하는 특이한 독서법이다. 그는 3년 주기로 한 작가의 글을 집중적으로 찾아보는 독서법을 실천했다고 한다. 이럴 경우 작가가 쓴 작품 이외에도 그와 관련된 모든 텍스트를 읽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 독서법은 한 작가의 삶을 번역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작가의 문체나 사유, 감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3년이란 기간이 끝나갈 때쯤에는 다시 쓰기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결국 다시 쓰기를 통해 ‘깊은 독서’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듯이 말이다. 독서광이라면 이런 체험도 나름 재밌지 않을까?

 커피 

 3  〈커피는 어렵지 않아〉 그린쿡
커피의 세계는 어렵다.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해도 외국 원서 보는 것처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단어들이 난무한다. 한데 나 같은 초보도 <커피는 어렵지 않아>는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일러스트와 함께 글이 녹아 있어 어렵지 않고, 읽으면서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커피는 어렵지 않아〉는 ‘커피 이야기’ ‘커피 추출’ ‘로스팅’ ‘커피 재배’ 4개 챕터로 구성돼 있고 커피의 역사, 종류까지 친절히 설명해준다. 기본 변수인 원두 분쇄 굵기, 커피 가루의 양과 물의 양, 추출 온도, 추출 시간, 추출량을 조절해 원두의 향을 살리는 법이나, 가정에서 커피 원두를 보관하는 방법과 같은 소소한 팁까지 일상에서 유용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나처럼 카페에서 매번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외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4  〈커피 입문자들이 자주 묻는 100가지〉 벨라루나
또 하나의 커피 초보자 가이드북이다. 전광수커피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질문 중 1백 가지를 추려내고 아카데미 강사진이 토론을 거쳐 답변을 달아놓은 네이버 지식인 같은 커피 입문서다. 기본적인 인퓨징 추출 시간과 도구, 로스팅에 관한 것부터 전문적인 지식까지 골고루 담겨 있다. 사진과 함께 설명글이 녹아 있어 보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정독하는 것보다 주방 근처에 두고 커피를 내리다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지식 백과사전 같은 커피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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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조진혁, 이경진
GUEST EDITOR 김민수
PHOTOGRAPHY 기성율

201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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