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반응이 안 좋다고 불행해하면 안 돼요. 평생 행복할 시간이 얼마나 있겠어요.”
터틀넥 니트는 JOUR/NE by 비이커 제품.
최근에 팬 미팅을 했다고 들었어요. 첫 팬 미팅이었죠?
네, 처음이라 소규모로 했어요. 한 스무 명 정도 모였죠. 전부터 모시고 인사를 나누고 싶었는데, 여건이 안 됐어요. 팬 미팅에 오신 분들은 최근에 팬이 되신 분들도 있지만 오래 지켜봐주신 분들이 많아요. 참석은 못 했지만 편지나 선물을 보내주신 분들도 계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그런데 제가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고 낯가림도 심해서 서로 수줍어했죠.
팬들과 대화만 한 건가요?
게임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다 이겼어요. 제 사진을 가지고 틀린 그림 찾기를 했는데, 제가 너무 유리했어요. 제게 옷과 액세서리니까요. 그래서 다 맞히고, 묵찌빠도 전부 이겼어요. 승부욕이 강하거든요. 한창 이기고 있는데 홍보팀 언니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사실 이럴 때는 지고, 벌칙으로 팬들 소원도 들어줬어야 하는데. 되레 저에게 소원 4개가 생겼어요.
4년 전에 〈아레나〉와 인터뷰했어요. 그때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졌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때가 더 예쁜 것 같아요. 지금도 젊지만 그때는 풋풋함? 활력 이런 게 있었어요. 요즘 저에게서 어머니를 발견해요. 주섬주섬 가방에서 사탕을 꺼내주고, 핸드크림도 주고, 비타민 C도 주머니에 담아 다니고. 정 많은 어른처럼 행동하는 저 자신을 발견해요.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아요. 저도 가끔 혼자 노래를 흥얼거릴 때 저 스스로 아저씨 같다고 느껴요.
우리 이런 이야기만 하면 좋겠어요.
사실은 작품 이야기를 물어보려고 했어요. 〈화유기〉 사진을 찾아봤어요. 세영 씨가 좀비 분장한 모습을 봤어요.
앗, 방송으로 봐야 해요. 못 본 걸로 해주시고, 방송 보고 다시 놀라주세요.
그럼 방송으로 볼 때는 소리 지를게요. 세영 씨의 작품 고르는 기준이 궁금해요.
명확하게 따지는 기준은 없지만 배울 수 있는 작품이 좋아요. 시청률이 잘 나온다 하더라도 이전 작품과 비슷한 캐릭터라면 망설여요. 비슷한 것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제 캐릭터를 제가 잘 이해하고, 사랑해야 하는데 밋밋하고 재미없는 캐릭터는 저 역시도 좋아하지 않고, 이해 못하는 부분이 생겨서 연기하기 힘들어요. 수동적인 캐릭터를 싫어해요. 진취적인 캐릭터에 끌려요. 이런 것도 하고 싶어요. 미국 드라마 〈하우스〉의 닥터 하우스처럼 카리스마 있는 전문가요.
〈최고의 한방〉 이후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어요. 시청률에 연연하기보다 하고 싶은 캐릭터를 연기하겠다고.
1년에 시청률 잘 나오는 드라마가 몇 개나 되겠어요. 화제성이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일이 항상 잘될 수만은 없어요. 저 스스로 발전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실력을 쌓으면 나중에 활용할 수 있겠죠. 저는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배울 것이 너무 많고,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에 끌리는 편이에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제 직업이 좋아요.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그 장점을 살리면 좋잖아요. 배우의 장점은 다양한 삶을 살아보는 것이고, 인물에 대해 공부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는 거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기회이기도 해요.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갈 때 많은 배우들이 이미지 변신을 위해 노력해요. 그런데 세영 씨는 이미지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집중하는 것 같아요.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연기력을 갖추는 게 중요해요. 이미지 변신을 위해 발버둥 친다 해도 연기를 소화하지 못한다면 소용없을 테니까요. 가능하면 열심히 노력하지만 지금 제게 없는 것을 갖기 위해 매달리지 않아요. 작품으로 인정받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요. 연기를 잘 한다며 버려지지는 않겠죠. 누군가는 써줄 거예요.
〈월계수 양복점〉이 연기 경력의 터닝 포인트였죠?
그렇죠. 그래서 걱정도 많이 하고 의심도 많았어요. 감독님을 귀찮게 했어요. 촬영 때마다 감독님께 백 퍼센트 마음에 드시냐고 물었어요. 저는 모니터링을 못 해요. 못 보겠어요.
연기하는 게 쑥스러워요?
제 모습을 의식할 것 같아 안 봐요. 현장에서는 감독님만 믿고 가요. 마음에 안 드는데 오케이 하신 건 아닌지 되물어요. 스물다섯 살이 굉장히 중요한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20대 중반이고 시청률도 어느 정도 나오는 드라마에 출연했으니까요. 많은 시청자가 보는데 제대로 못하면 나는 정말 연기를 못하는 거다. 작은 역할도 못하면 이 이상의 역할을 어떻게 하겠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누구나 가능한 연기가 아니라 나만 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 경쟁력 있잖아요. 그래서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컸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고맙게도 감독님이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건가요?
열아홉 살에 스물넷까지 인생 계획을 짰어요. 이 나이에는 드라마 몇 회, 광고를 한 편 하면 좋겠다. 그런 계획이요. 예전에는 쉬는 기간에 공부를 해야 하고, 쉬고 있으면 제 자신이 나태하다고 느꼈죠. 쉬는 것을 안 좋아해요.
어려서 세운 계획은 거의 다 이뤘나요?
네, 저는 허황된 계획은 세우지 않아요. 생각보다 늦게 이룬 것도 있지만 크게 집착 안 해요. 빨리 이루는 게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앞으로 50년은 더 연기해야 할 텐데, 이 페이스를 어떻게 조절할지가 더 중요해요. 배우라는 직업은 잠을 제때 못 자고, 적게 자요. 몸이 재산이라 몸 관리도 하고 있어요. 일을 즐기는 게 중요해요. 작은 역할을 하거나 대중의 반응이 안 좋다고 불행해하면 안 돼요. 평생 행복할 시간이 얼마나 있겠어요.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매 순간 즐겁게 보내려 해요.
남자 이야기도 할까요? 좋아하는 남자와 싫어하는 남자 유형이 있나요?
성별보다는 싫은 사람이 있어요. 맛없게 밥 먹는 사람이요. 깨작거리면서 맛없게 먹으면 덩달아 식욕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또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사람이 너무 싫어요. 약자한테 약하고, 강자한테 강한 사람이 좋아요. 좋은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 남자건 여자건 좋은 사람이다 싶으면 호감이 가요. 그런데 바라는 이상형이 조금 있어요. 나보다 손가락이 길고 곧았으면 하고, 키도 저보다는 크면 좋겠어요. 또 눈이 맑은 사람이 좋아요. 착하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맑은 눈이요. 그런 사람 찾기 힘들겠죠?
세영 씨는 집순이니까. 집 밖으로 나가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나가긴 해요. 그런데 남자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요. 주변 남자라고는 회사 사람 아니면 촬영장 스태프니까요. 현장에서 조명팀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멋있게 느껴져요. 그들을 보면서 내가 나중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만나게 되려나? 생각해요.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멋지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일해도 멋있어요. 현장에서는 애정을 담은 눈으로 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몰라요. 그들의 노력을 아니까요.
1월호니까 2018년 목표를 물어볼게요.
음, 2017년보다 나은 이세영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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