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oonlight | 5월호
오랜만에 이 사진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두서없이 섞인다. 이걸 촬영한 때가 4월이었구나. 그날의 로케이션 장소는 경리단의 반짝이는 빛을 한가득 품은 작은 옥탑방이었다. 모델 박재근은 만나자마자 내게 컵을 선물해줬다. 길 가다가 (내 강아지 금자가) 생각나서 사두었다고 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사진가 레스의 사진은 그날따라 유난히 반짝였다. 사실 우린 촬영 시작 전부터 경리단을 바라보며 옥상에 널브러져 피자와 맥주를 먹었다. 이 사진이 새삼 가깝게 느껴진다. 남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사연이 이 안에 가득 들어 있다. Editor 최태경
2 그 누구도 아닌 김주혁 | 3월호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부고였다. 멍했다. 토할 것 같았다. 슬프다는 감정은 3일 후쯤, 조문을 마치고 와서야 밀려왔다. 너무 아까운 사람을, 말도 안 되게 잃었다는 생각. 아니 그보다, 왜 나는 하필 그에게 그 추운 날 야외 촬영을 하자고 했을까 하는 생각. 촬영을 마치기에 바빠 그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지 못했다는 생각. 촬영 콘셉트고 뭐고, 그때 좀 따뜻한 곳에서 즐겁게 웃으면서 촬영할걸. 그렇게 좋기만 한 순간을 만들걸. 그런 생각. 올해의 B컷으로 이걸 골라도 좋은가, 한참 고민했다. 그렇지만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해서. 그는 이렇게 장난도 잘 치고, 귀엽고, 멋들어진 남자였다는 걸. Editor 이경진
3 그밤의 강릉에서 춤을 | 8월호
이 친구는 채진이다. 레이샤라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온다. 그녀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려면 유튜브에서 찾으면 된다. 하지만 그녀가 웃을 때 코를 찡긋한다는 것과 말할 때 눈을 동그랗게 뜬다는 것. 영상보다 훨씬 가녀린 사람이라는 것은 검색해도 모른다. 지난여름 강릉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비 내리는 밤에 찍었는데 채진이는 처음 화보를 찍는다며 무척 들떠 있었다. 어찌나 귀여운 소녀였는지. 이 사진을 보면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Editor 조진혁
4 Modern Family | 3월호
창간 기념호였다. 실제 쌍둥이들을 찍는 화보에서 이 형제를 가장 어렵게 섭외했다. 처음엔 일반적인 일란성 쌍둥이에 비해 체격 차이가 너무 나서 놀랐다.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듯 다른 분위기가 더 좋았지만…. 그 묘한 느낌을 살리고 싶어 책에는 얼굴 클로즈업 사진을 실었다. 이 컷은 악동 형제의 전신 버전이다. 전문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표정과 저 다리 각도는 다시 봐도 매력적이다. Editor 이광훈
5 New Hair | 9월호
고백하건대, 나는 사진가 레스와 촬영할 때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노력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디어 충만한 사진가와, 그런 사진가에게 무척이나 관대한 에디터가 만나면 자칫, 굉장히 난해한 화보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 물론 앞서 이야기한 점이 레스의 최고 장점이기도 하다. 9월호에 실린 ‘New Hair’ 화보는 남자가 도전하기에 다소 전위적일 수 있는 헤어스타일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날라리 같은 표정은 뺐다. 너무 과할까 봐. 단지 그 이유다. 사진 위에 빨간 동그라미는 사진가의 A컷이라는 뜻인데, 사실 나도 이 컷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Editor 노지영
6 진영의 시간 | 10월호
늘 그렇듯 정신없는 하루였다. 이 촬영이 끝나면 또 다른 촬영이 이어졌다. 안 그래도 급한 성격은 일을 하면서 더 급하게 단련됐다. 여느 날처럼 ‘빨리’를 되뇌던 그날, 갓세븐 진영을 만났다. 자기만의 속도로 천천히 걷는 청년을 보니 조급증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쏟아지는 가을 햇살 아래, 이런 표정을 짓고 이렇게 움직이는 그를 보고 있자니 더욱 그랬다. Editor 서동현
7 Summer Boys | 6월호
에스팀의 모델 3인과 파리에 갔다. 봄이었지만 한여름 같은 화보를 찍고 싶어서 파리 외곽 에트르타 해변까지 나갔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물은 얼음처럼 차고, 옷은 지나치게 얇아서 모델들에게 특히 미안했다. 하지만 이들은 젊고, 밝고, 빛났다. 웃고 장난치고 떠들던 장면들이 스친다. 힘들어도 즐거웠다. 지난 9월 상상도 못했던 사건이 벌어졌고, 허망하게 이 중 한 청춘이 졌다. 이때의 사진들이 남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모델 이의수를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고. Editor 안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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