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수집
더블유디에이치 (W×D×H) 대표
1 유목(流木). 오랜 세월 물 위에 떠 흘러다니는 나무를 유목이라 한다. 시련을 겪어서인지 작은 흠집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그대로 사용 중이다.
2 한지로 만든 받침대. 손바닥만 한 받침대 위로 주로 작은 디저트를 올린 뒤 조금씩 베어 먹었다.
3 크리스털부터 에메랄드까지, 가공되지 않은 여러 광물을 모으고 있다.
4 물감이며 치약, 핸드크림까지. 무엇이든 이 튜브 링거에 넣고 돌돌 돌리고 본다. 미국의 길 메캐니컬에서는 이처럼 영특한 물건을 1970년대부터 만들어왔다고 한다.
5 죽공예 장인이 만든 바구니 겸 화병. 대나무에 검정 칠을 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6 일본에서 만들어졌지만 시대는 분명치 않다. 접시로 써도 좋지만 그냥 오브제로 두고 본다.
7 이재원 도예 공방에서 만든 합. 뚜껑을 여닫을 때 나는 청량한 소리를 즐긴다.
8 성냥 머리에 불을 붙이면 10분간 연소한다. 연기에선 편백나무 향이 슬쩍 스친다. 전부 연소한 후에도 그대로 두어 깔끔한 잔향을 즐긴다.
9 이후지 마사시. 나무를 정교하게 다루는 일본인 작가로 알고 있다. 그가 만든 원목 합이다. 반짇고리로 사용하고 있다.
10 류현희 작가의 합. 금속의 물성에 대한 연구가 아름답게 표현되었다고 느껴지는 합이다. 말린 식물들을 넣어놓고 가끔 꺼내 본다.
11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물건들에 지칠 때쯤 발견한 일본 작가의 화병이다. 대충 흙을 뭉쳐놓은 듯한 생김새가 좋다.
김한규의 수집
르시뜨피존 파마시 (LE SITE PIGEON PHARMACIE) 대표
1 현존하는 디자이너 중 가장 사랑하는 디자이너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부훌렉 형제라고 대답한다. 밝은 나무를 깎아 만든 새 오브제에는 에르완 부훌렉의 친필이 담겨 있다.
2 이헌전 선생이 이끄는 바다디자인 아틀리에에서 만들었다. 가마 소성으로 얻은 뜻밖의 물빛 색감. 계속 보면 눈에 파란 물이 들 것만 같다.
3 분단 시절 서독에서 만든 펭귄. 손끝으로 툭 건들면 고개를 빠르게 까딱까딱 움직인다.
4 청동의 새 오브제. 2백여 년 전 중국에서 만들었다.
5 사실 린코 가와우치의 사진들에 크게 감흥이 없었지만 최근 출간된 〈halo〉만큼은 달랐다. 주제만큼이나 영롱한 세계관에 아주 빠르게 빠져들었다.
6 다른 건 몰라도 파리에 들르면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세라믹을 구매한다.
7 고운 백색 위로 질박한 푸른 줄무늬가 그어진 잔.
8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다니며 유리잔을 수집한다. 선반에 두었다가 설거지는 귀찮고 컵이 필요할 때 비로소 태그를 뜯어 사용하기 시작한다.
9 울라 프로코프가 디자인한 찻잔. 커피를 마시려 묵직한 잔에 입을 가져다 댈 때 느껴지는 감각을 좋아한다.
10 파리에선 와인 오프너를 고른다. 베를린이나 프라하 등지에선 주로 맥주 오프너를 집었던 것 같다.
11 판출라치 형제의 세라믹을 작년부터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고 있다. 전통적 형태로 디자인했지만, 제작 당시의 포스트 모더니즘을 비롯한 이탈리아의 새로운 태동을 방증하는 것 같다.
12 에르완 부훌렉의 드로잉.
김수랑의 수집
오벌(Oval) 대표
1 다이얼을 돌려 날짜와 요일을 세팅하는 만년 달력이다. 1940년대 영국에서 제작됐다.
2 고래의 눈처럼 크고 깊은 돋보기는 늘 책상 위에 두고 사용한다.
3 붉은 참나무에 부드러운 솔이 달린 빗자루와 둥그스름한 형태의 황동 쓰레받기. 1950년대 독일에서 만들었다.
4 투명한 물방울 안에 또 다른 물방울이 갇힌 듯한 모양의 문진. 유리 공예가 괴란 베르프가 1742년 창업한 스웨덴의 유리 공예 브랜드 코스타 보다를 위해 작업한 작품이다.
5 일본의 목공예가 후쿠다 유타카에게 의뢰해 만든 물건이다. 적갈색이 감도는 오동나무를 썼고, 표면은 옻칠로 마감했다.
6 가고시마현의 도자기 공방 원 킬른 세라믹스가 만든 도자 합에 도쿄의 문구 상점 파피에르 라보가 만든 인주를 넣었다. 인주 옆에 놓인 인감은 쇼우분도우에서 만들었다. 인감은 가급적 가공하지 않은 채, 자연에서 채집한 나뭇가지 형태를 그대로 살려 완성했다.
7 한정용 도예가의 백자 다면 연필꽂이에 평소 즐겨 쓰는 도구를 잔뜩 꽂아 책상 위에 두었다.
8 도예가 이언 맥도널드의 2012년작 화병이다. 기하학적 형태의 소지(도자기의 흙) 두 종류를 접붙여 완성했다. 여기엔 주로 기다란 부들을 꽂아둔다.
9 ‘디테일’ ‘연결’ ‘물성’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포트 스탠다드의 조명. 몸통에 붙은 나사를 돌려 밝기를 조절한다.
10 정갈한 만듦새가 잘 드러나는 일본의 문구 브랜드 포스탈코의 시그너처 수첩.
김희선의 수집
티더블유엘(TWL) 대표
1 도예가 에바 지젤의 화병.
2 1990년 일본에서 개업한 ‘타임 앤드 스타일’의 대표 요시다 류타로가 소장했던 발우. 티더블유엘이 오픈할 당시 마침 서울에 방문한 대표가 전해준 귀한 선물이다.
3 천광요에서 만든 향로. 흙, 유약, 장작불의 반응으로 은은하게 돋아난 붉은빛과 균형 잡힌 기형이 아름답다. 거실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두었다.
4 뚜껑 속 차 거름망까지 도기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본 티포트 중 가장 정교하고 완벽하다. 제작 문제로 생산이 잠정 중단된 모델이라 더욱 아끼고 있다.
5 찻물은 반드시 무쇠 주전자에 끓인다. 적당한 크기와 무게,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게 다듬어진 형태가 더할 나위 없다. 아즈마야에서 만들었다.
6 여름 냉차는 여기에 마신다. 투명한 재질에 섬세하게 가공한 표면의 굴곡 덕에 입속이 금세 청량해진다.
7 타임 앤드 스타일의 테이블웨어 중 가장 좋아하는 미즈노 시리즈다.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가쓰토시 미즈노가 작가 생활을 시작할 초창기,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만들기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오랫동안 컬렉션에 포함해왔으나 작년에 단종되어서 아쉽고 애틋하다.
8 3단 찬합을 보고 한눈에 반해 구입한 지 5년째다. 작년에 들인 2단 찬합과 비교해보면 색이 한층 깊고 짙어진 것을 알 수 있다.
9 가쓰토시 미즈노의 백자 잔이다. 뚜껑에는 앙증맞은 손잡이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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