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다시 봐도 예쁜 보나

우주소녀의 보나를 만났다. 첫 공중파 주연 작품인 <란제리 소녀시대>를 마치고 잠깐 쉬고 있는 그녀를 가로수길의 작은 카페로 불러냈다. 창가에 다소곳이 앉아 조곤조곤 말하는 보나는 눈부셨다.

UpdatedOn December 20, 2017

 

짙은 녹색 수트는 유돈초이, 흰색 셔츠는 듀이듀이, 구두는 레페토 제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는 감정적인 아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흰색 셔츠는 유니클로,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흰색 셔츠는 유니클로,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흰색 셔츠는 유니클로,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낯설었을 것 같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9년 대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당신이 태어나기 한참 전의 시대다.
처음 시놉시스를 읽고 꼭 하고 싶었다. 나는 대구 출신인데, 대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흔치 않아서 좋았다. 또 이정희라는 캐릭터를 맡았는데, 어머니 이름도 정희다. 1979년에 어머니는 18세로 이정희와 같은 나이셨다. 당시 어머니와 동갑으로 동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좋았다. 어머니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기분이었으니까. 내게 친오빠가 있는데, 이정희도 쌍둥이 친오빠가 있다. 비슷한 점이 많다.

대구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은 문제없었겠다.
본래 쓰던 말이니까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배경이 1970년대라서 지금과는 다른 단어들을 사용하더라. 몇몇 단어들을 대구 출신 감독님과 부모님께 여쭤보니 예전에는 자주 쓰는 말이었다고 하시더라.

고증에 충실했다는 건가?
그렇다.

1979년의 이정희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나?
지금 내가 23세다. 사랑의 감정을 모르는 나이는 아니지만 이정희는 18세로 첫사랑을 경험하는 캐릭터다.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사실 나는 첫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다. 정희 덕분에 느껴봤다.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닌 적이 없나? 조금 많이 부럽다.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이정희는 짝사랑하는 오빠를 쫓아다닌다. 나는 그런 적이 없는데, 연기로나마 해보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나는 이정희보다 어린 나이에 연습생을 시작했다. 그래서 친구와의 슬픈 이별이나 첫사랑의 애틋함 등을 경험하기 어려웠다.

전국의 여러 세트장을 돌아다녔다고 들었다.
오늘은 군산에서 촬영하고 내일은 대구에서 촬영하는 식이었다. 매일 잠자리가 달라지니까 적응하기 힘들었다. 사실은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려서 잘 시간이 많지도 않았다.

8부작이라 전개가 빠르고, 또 너무 빨리 끝났다.
배우들도 엄청 아쉬워했다. 12부작이었으면 어땠을까? 만약 16부작이었으면…. 그렇게 하기에는 조금 힘들었을 거다. 스케줄이 너무 빠듯했거든. 하루에 많이 자면 두 시간, 밤샘은 기본이었다. 촬영은 두 달 동안 진행했는데, 마지막 촬영 때는 거의 이틀 밤을 새운 것 같다.

드라마 촬영은 대부분 그런 식인 것 같다. 언제나 스케줄이 빠듯하다.
주연이라 촬영 분량이 많았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강행군이었음에도 몸이 아프지는 않았다.

연기는 무대에서 공연할 때와는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다.
정말 많이 다르다. 음반 활동은 일정 기간 동안 노래와 춤을 완벽하게 익힐 때까지 반복 연습한 뒤 무대에 오르는데, 드라마는 매번 다른 신에서 다른 감정을 보여야 한다. 그 점이 많이 다르다. 무대는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다. 언제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지 정교하게 연습하고 그대로 재현하면 되는 것이다. 연기는 다르다. 신 하나를 깊이 이해해야 하고, 빠져들어야 한다. 내 의지도 중요하지만 대본에 있는 대사를 이해하고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정희라는 캐릭터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라서 촬영 중에는 음악 방송을 안 봤다.

왜 안 봤나? 연기할 때는 우주소녀 보나가 아니라서?
아이돌인 나를 잊으려고 노력했다. 내 사진을 찾아보지 않았고, 다른 아이돌들의 모습도 안 봤다. 무대에서는 끼를 보이는 것이 중요한데, 정희는 눈빛에서 끼가 드러나면 안 되는 아이였다. 처음 이정희를 대본으로 접했을 때는 걱정이 많았다. 나와는 달리 정희는 귀여운 아이니까.

본인도 귀여운 매력이 있지 않나?
하하. 나는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우주소녀가 아닌, 이정희도 아닌 진짜 보나는 어떤 모습인가?
이정희는 연습생이 되기 전 대구 시절의 나와 비슷하다. 대구에서의 나를 잊고 살았는데 사투리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때의 감정이 드러났다. 서울에 와서는 연습생을 하다 보니 감정 표현을 안 하게 됐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표현을 자제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정희를 연기하면서 많은 스태프들 앞에서 울었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서울에서 잃어버린 본래 성격을 되찾은 것인가?
혼자 서울에 살면서 연습생 생활을 하다 보니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감정 표현을 자제하게 됐다. 그런데 첫 촬영부터 많은 제작진들 앞에서 크게 울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때 깨달았다. 감정을 표현하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고.

 

“이정희는 연습생이 되기 전 대구 시절의 나와 비슷하다. 대구에서의 나를 잊고 살았는데 사투리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때의 감정이 드러났다. 서울에 와서는 연습생을 하다 보니 감정 표현을 안 하게 됐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표현을 자제하며 살았다.”

 

체크무늬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블랭크, 검은색 티셔츠는 자라, 귀고리는 먼데이 에디션 제품.

체크무늬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블랭크, 검은색 티셔츠는 자라, 귀고리는 먼데이 에디션 제품.

체크무늬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블랭크, 검은색 티셔츠는 자라, 귀고리는 먼데이 에디션 제품.

사투리 연기가 감정 표현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인가?
신기했다. 평소에 굉장히 이성적인 아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촬영하면서는 감정적인 아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어린 나이에 혼자 낯선 곳에서 경쟁하다 보니 마음이 닫힌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혼자 이겨내자는 마음이 컸다. 슬프거나 힘들거나 스스로 알아서 하자는 생각이었다.

다른 연습생도 그렇게 생각하나?
거의 그렇다. 연기 레슨을 받을 때 소리 내 울어보기가 있었다. 통곡해야 하는데 도저히 못 하겠더라. 선생님이 소리 지르면서 울어본 적 없느냐고 묻는데 정말 없더라. 선생님이 가수 준비하는 연습생은 거의 다 소리 내서 울지 않는다고 하더라. 내가 그동안 감정 표현을 너무 안 하고 살았다.

자극받는 것도 있나?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게 나를 자극하는 것이겠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불안하다. 드라마를 보든지 운동을 하든지 해야만 한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어서 연습도 많이 한다. 연습 안 하면 불안했다. 그렇게 살아와서 이제는 자유로워지려고 노력 중인데, 그래도 일단은 무언가 해야 한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한가?
5년 동안 연습생을 했다. 그때 생긴 버릇이다. 연습생은 연습밖에 할 게 없다. 내가 연습을 안 할 때 누군가는 연습을 할 것이다. 그래서 휴가 때가 아니고는 편하게 쉴 수가 없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한 생각이 내 안으로 파고든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해야만 한다. 차라리 잠을 자면 괜찮다.

시험 기간에 느껴지는 불안함 같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내가 쉬는 동안 남들은 공부할 것 같고, 차라리 잠을 자면 머리가 맑아지니 일찍 자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그런 강박 같다.
맞다. 주위 친구들도 다 그렇다. 나는 조금 단순한 편이라 한 가지를 하면 다른 생각을 못한다. 그래서 활동 기간에는 정신이 맑다. 바쁘면 잡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서 오히려 편안하다. 피곤하고 졸리니 다른 생각을 못하거든. 지금도 계속 시간이 간다. 그것도 불안하다.

불안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것을 했다. 데뷔했고, 음악 방송에 출연했으며, 공중파 드라마 주연도 했다. 그럼에도 조급하다면 욕심이 많아서일까?
그럴 수 있다. 이대로 생각 없이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7년이 지나갈 것 같다.

그래 봤자 서른인데. 취미 생활은 있나?
쇼핑 좋아해서 잡지를 즐겨 본다. 잡지 사서 혼자 카페에서 읽고 가끔은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때울 때도 있다.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를 하고 있으면 아무도 모른다. 멍하니 걸을 때도 있고.

무슨 고민을 하고 있나?
이번 주부터 녹음을 시작해서 멤버들과 컴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음 앨범의 목표는 뭘까?
음악 방송 1위다. 기회가 된다면 ‘로코물’에도 출연하고 싶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정지은
STYLIST 배보영
HAIR 이재황(에이바이봄)
MAKE-UP 이영

2017년 12월호

MOST POPULAR

  • 1
    장 줄리앙과 장 줄리앙들
  • 2
    Smoky Finish
  • 3
    기념하고 싶었어
  • 4
    온전히 나를 위한 후회 없을 소비 6
  • 5
    서울의 밤 그리고 바

RELATED STORIES

  • INTERVIEW

    <아레나> 12월호 커버를 장식한 세븐틴 조슈아

    캐시미어 브랜드 배리와 함께한 조슈아의 <아레나> 12월호 커버 공개!

  • INTERVIEW

    장 줄리앙과 장 줄리앙들

    프랑스 낭트 해변가에서 물감을 가지고 놀던 소년은 오늘날 세계에서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이 됐다. 100만 명 넘는 팔로워가 주목하는 작가, 장 줄리앙이다. 선선한 공기가 내려앉은 초가을. 장 줄리앙이 퍼블릭 가산에서 열리는 새로운 전시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을 위해 서울을 다시 찾았다. 전시 개막 첫날 저녁, 우리는 장 줄리앙을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새하얀 벽 앞에 선 그는 어김없이 붓을 들었고 자신이 그린 또 다른 장 줄리앙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이어지는 대화는 장 줄리앙이 보여주고 들려준 그림 이야기다.

  • INTERVIEW

    무한한 이태구

    배우 이태구가 <끝내주는 해결사>에서 미워할 수 없는 미소를 지었을 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서 비밀을 숨긴 채 정의로운 척 굴던 때도, 이태구의 모든 얼굴이 좋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얼굴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그의 모습이 무궁무진하다.

  • INTERVIEW

    오늘을 사는 김정현

    촬영이 있어도 아침 운동은 꼭 하려고 한다. 여전히 촬영장엔 대본을 가져가지 않는다 . 상대 배역을 잘 뒷받침하는 연기를 지향한다. 숲보다 나무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대본을 더욱 날카롭게 해석하고 싶다 . 그리고 이 순간을 감사하게 여긴다. 배우 김정현의 지금이다.

  • INTERVIEW

    김원중의 쓰임새

    모델왕이라 불리는 남자. 15년 차 베테랑 모델 김원중이 신인 배우로 카메라 앞에 섰다. 모니터 속 김원중은 프로 중의 프로였지만, 그는 여전히 현장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공개를 앞두고 배우 김원중이 들려준 이야기.

MORE FROM ARENA

  • INTERVIEW

    The Unpredictable, 황소윤

    지금의 황소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런 자신을 즐기며.

  • FASHION

    SENSE OF BALANCE

    기묘한 질서에서 찾은 낯설고 모호한 균형.

  • INTERVIEW

    빛나는 청춘의 표상, 뷔 커버 공개

    방탄소년단 뷔의 남다른 존재감 과시하는 <아레나> 9월호 커버 미리보기

  • FASHION

    론즈데일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론즈데일이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패션의 새로운 성지가 되고 있는 홍대의 핫 플레이스가 될 전망이다.

  • REPORTS

    여름 생존 기술

    뜨거운 여름을 살아내게 할 9개의 여름 기술.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