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이클립스 Total Eclipse, 1995 + 압생트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불운의 천재 아르튀르 랭보와 상징주의의 대표 시인인 폴 베를렌의 애증 관계, 창작의 발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스승과 제자로 만난 둘은 애증 관계로 발전하고 방탕한 생활에 빠져 지낸다. 계속되는 방랑 속 그들은 허름한 술집에 앉아 압생트를 마신다.
녹색 요정이라고 불리는 압생트는 향쑥과 아니스와 회향 등을 증류해 만든 리큐어의 일종이다. 고흐가 즐기기도 했던 술로 당시에는 환각 상태를 유발하는 물질이 포함돼 있었지만 현재는 환각 물질을 제거해 만든다.
영화 속 랭보는 압생트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푸른빛 도는 술이 가져다주는 취기야말로 가장 우아하고 하늘하늘한 옷.’ 보통 쓴맛이 강해 스푼 위 각설탕을 올려두고 녹여 마신다.
폭스캐처 Foxcatcher, 2014 + 돔 페리뇽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는 형제 레슬러 데이브 슐츠와 마크 슐츠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금메달리스트인 형 데이브 슐츠에 가려 변변찮은 삶을 살던 마크 슐츠는 재벌 상속자 존 듀폰의 제안으로 폭스캐처 레슬링팀에 합류해 올림픽을 준비한다. 그 와중에 형 데이브 슐츠가 레슬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축하 파티를 연다. 파티에 모인 레슬러들은 돔 페리뇽을 마신다.
승리를 누리기 위한 샴페인. 샴페인의 시작은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이다. 현재는 축하와 기쁨의 상징으로 축배가 필요한 자리의 단골손님이다. 돔 페리뇽은 샴페인의 시초라 불리며 오늘날 많은 축하 자리에 등장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와인이다.
영웅본색 A Better Tomorrow, 1986 + 헤네시 XO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까지 홍콩과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에도 주윤발과 장국영의 팬덤을 형성시킨 홍콩 누아르의 시초 <영웅본색>. 범죄 조직으로 위조지폐 사업을 하는 자호와 소마는 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헤네시 XO를 마신다.
헤네시 XO는 최상급 코냑으로 한때 <영웅본색>뿐만 아니라 홍콩 누아르 영화에 롤렉스와 함께 남성 세계 부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곤 했다. 남자의 세계를 대표했던 갱스터의 술인 셈이다. 시음해보면 말린 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지다가 점차 초콜릿과 후추 향으로 바뀌고 계피, 정향, 생강 향이 어우러진다. 과일과 초콜릿 그리고 계피 맛이 섞이며 입안에 퍼진다. 계피의 무게감과 초콜릿의 달달함 그리고 과일의 은은함까지, 강인한 남자를 닮은 구석이 많은 술이다.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 맥캘란 50년 빈티지
M의 명령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제임스 본드, 달리는 열차 위에서 사투를 벌이다 M의 명령을 받은 이브가 쏜 총에 맞고 추락해 실종된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제임스 본드는 적 실바를 만나 따라 나선다. 그곳에서 바로 맥캘란 50년산 빈티지가 등장한다. 실바는 포박된 여자의 머리 위에 맥캘란 50년산으로 채운 샷을 올려두고 제임스 본드에게 사격을 요구한다. 그가 비켜 맞추자 실바가 정확히 샷 잔을 맞춘다. 그리고 제임스 본드의 명대사 “고급 스카치인데 아깝군.”
맥캘란 50년 빈티지는 1926년과 1928년 사이에 증류해 50년 동안 숙성시킨 술이다. 도수는 자연적 알코올 증발로 인해 38.6도다. 지난 1999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2천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었다. 구경해보기도 어려운 위스키, 사진은 맥캘란 18년산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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