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프 레코드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도화2안길 12
영업시간 오후 1시~9시 (매주 월·화요일 휴무)
문의 02-716-7977
카세트테이프의 재탄생
바이닐의 부활은 아날로그 재탄생의 신호탄이었다. 그 흐름에 맞춰 올해 여름, 종적을 감췄던 바이닐 공장 ‘마장뮤직앤픽처스’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번엔 카세트테이프다. 9월 23일, 대량의 카세트테이프와 바이닐, CD, 음반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도프 레코드’가 문을 열었다. 바이닐, CD와는 다른 카세트테이프만의 매력은 뭘까?
카세트테이프는 작다. 담뱃갑 크기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어 휴대하기 좋다. 1979년 소니에서 선보인 최초의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이름이 워크맨(Walkman)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바이닐, CD와 비교해봤을 때 가장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면서 동시에 공테이프에 손쉽게 녹음도 할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편리하다. 상대적으로 음질이 안 좋지만 그 나름의 맛이 있다. 감상할 때는 재생, 멈춤 그리고 되감기와 빨리 감기 기능만 가능해 순차적으로 청취해야 한다. 덕분에 수록곡 전체를 들어 창작자의 앨범 구성을 이해할 수 있다. 1980~90년대에 10대에서 30대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향수가 있기 마련이다. 워크맨 속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오랫동안 곡을 들었던 기억이나 손바닥만 한 카세트테이프 표지에 쓰인 가사를 눈이 빠지도록 보기도 하고. 가끔 테이프가 엉키면 망가질세라 섬세하게 엉킨 부분을 풀어본 적도, 구동형 릴에 연필을 꽂고 테이프를 감아본 경험과 지하철을 타고 레코드점에 가서 구매했을 때의 그 수고스러움과 뿌듯함, 비닐 포장을 뜯어보기 전 설렘까지. 누군가에게는 카세트테이프가 기억을 더듬는 물질적 장치임에 틀림없다.
또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디지털 세대에게는 음악이 담긴 플라스틱 케이스라는 물질성, 간직하고 싶은 ‘굿즈’ 역할을 해내고 있다. 실제로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카세트테이프를 보고 놀라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카세트테이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작게나마 산업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샤이니가 음악을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한 바 있으며,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제이슨 퀄이 듣는 카세트테이프가 실제 한정판으로 판매 중이다.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우리가 다시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찾아 듣고 있다.
도프 레코드
마포역 근처 해골이 그려진 간판이 있다. 그 아래 계단을 내려가면 데이비드 보위, 마돈나, 메탈리카, 더 클래시, 퀸 등 유명 뮤지션의 포스터가 벽면에 가득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삼면이 모두 카세트테이프, CD, 바이닐 그리고 음악 관련 ‘굿즈’로 가득 찬 공간이 나온다. 도프 레코드다. 도프 레코드는 9월 23일에 오픈한 음반 매장이다. 카세트테이프 5만 점, CD 10만 점, 바이닐 5천 장을 보유하고 있다. 장르는 팝과 헤비메탈이 50%, 힙합과 가요가 30%, 기타 20%. 장르 구분 없이 스테디셀러 명반은 기본적으로 거의 다 갖추었다. 재발매 예정이었으나 발매 직전 폐기된 걸로 알려진 외인부대의 2016년 재발매 1집 LP, 너바나 싱글 앨범 중 커트 코베인의 자살로 폐기된 〈Pennyroyal Tea〉, 고가로 중고 거래되는 국카스텐 1집 초반과 2집 미개봉 음반 그리고 넬 1집 CD 등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소성 높은 고가의 음반들도 있다. 또 오아시스, 마이클 잭슨 등의 싱글이나 부트랙까지 포함하면 2백여 명에 달하는 유명 뮤지션들의 전 앨범을 보유 중이다.
이외에도 현재는 폐간되거나 수입이 끊긴 국내외 음악 전문 잡지, 워크맨 중고 및 신제품, CD 플레이어와 음악과 관련된 샴페인, 맥주, 잔, 패치, 배지, 피겨, 의류, 필기류, 카드, 스마트폰 케이스 등 ‘굿즈’도 판매한다. 잡지 종류로는 팝과 록 음악 칼럼 위주였던 국내 매거진 〈핫뮤직〉과 해외 매거진 〈롤링 스톤〉, 브릿 팝 소식이 가득한 〈Q〉나 〈NME〉 〈멜로디 메이커〉 그리고 프로그레시브나 아트 록 팬에게 사랑받았던 〈아트 록〉 등이 있다. 단, 위에 언급된 제품을 구하려면 재빨리 전화 예약을 해야 한다. 록 밴드 백두산이 속했던 도프 엔터테인먼트가 전신인 도프 레코드는 음악 시장에 10년 넘게 몸담은 김윤중 대표의 안목과 정성 그리고 손길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좋은 음반을 위해 거리낌 없이 해외 출장을 감행하는 김윤중 대표에게 대체 이게 뭐라고 그러는 거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은행에서 차압 딱지 붙이러 오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인데, 아는 사람들에게는 재산과 맞바꾸고 싶은 것들이죠.”
도프 레코드 추천
카세트테이프로 듣는 한국 대중음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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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s
배호 〈배호 특선집〉 배호는 1960년대 후반 이미자와 함께 트로트를 부활시킨 대표적인 트로트 가수다. 1950년대까지 이어지던 트로트와는 달리, 중후한 저음과 특유의 바이브레이션 그리고 절정에서 애절한 고음을 구사하는 1960년대식 트로트 창법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29세 어린 나이에 요절했다. 사후에 발매된 <배호 특선집>은 베스트 선곡들로 이뤄져 있어 소장 가치가 높다. 1976년 발매. 가격 2만원.
산울림 〈아니 벌써〉 1970년대 당시 산울림은 드물게 영미 록의 프로그레시브나 사이키델릭 성향과 비슷하면서도 앞 세대 록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1970년대 한국식 개러지 록을 창시한 밴드, 한국 헤비메탈의 시작이라고도 평가되는 등 어떤 음악에도 영향받지 않았지만 후에 한국의 모든 로커에게 영향을 끼친 밴드다. <아니 벌써>는 2007년 <경향신문>과 가슴네트워크가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5위에 뽑혔다. 1977년 발매된 앨범으로 도프 레코드에서는 1980년대 특별 제작 케이스로 재발매한 음반을 판매 중이다. 가격 8만원. -
1980s
김광석 〈김광석1〉 한국에서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는, 설명이 필요 없는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른 즈음에’ 등 수많은 국민 가요를 만들었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노래하는 시인이라고 불린다. 미국에 밥 딜런이 있다면 한국에는 김광석이 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김광석1〉은 1989년에 발매된 그의 첫 번째 앨범. LP는 수십만원에서 미개봉 앨범은 백만원까지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가격 8만원.
들국화 〈들국화 라이브〉 1980년대 한국은 군사정권이었다. 당시 대중가요라고 하면 발라드나 트로트가 전부인 상황. 거칠고 반항적인 가사와 절망과 절규의 목소리로 가득한 한국적 록 밴드가 탄생한다. 바로 들국화다. 미디어가 아닌 라이브 공연과 앨범 자체로 큰 사랑을 받으며 한국 최초로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들국화 라이브〉는 국내 록 음악사에서 사실상 첫 라이브 더블 앨범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1986년에 발매. 가격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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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s
에덴 〈ADAM’S DREAM〉 정통 헤비메탈이나 슬래시 메탈의 영향을 받은 팀들이 하나둘 등장하던 1990년대. 1989년에 발매된 헤비메탈 컴필레이션 앨범 〈Friday Afternoon Ⅱ〉에 참여해 이름을 알린 에덴은 당시 한국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둠 메탈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인다. 블랙 사바스나 킹 다이아몬드류의 블랙 메탈을 한국에 최초로 상봉시킨 밴드다. 〈ADAM’S DREAM〉은 1993년 발매돼 희소성이 높다. 가격 5만원.
듀스 〈DEUX〉 듀스는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흑인 음악을 선보이며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팀이다. 힙합의 요소라 할 수 있는 비보잉, 랩, 비트박스와 DJ, 그라피티를 보여주며 대중과 마니아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더불어 스타일리시한 패션을 선보이는 트렌드세터이기도 했다. 현재까지 듀시스트(DEUXIST)라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몇몇은 이들을 두고 서태지와 아이들보다 앞서갔다고도 평한다. 〈DEUX〉는 1993년에 발매됐다. 가격 2만원. -
2000s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Awesome Mix Vol.2〉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소니 워크맨과 함께 등장하는 앨범으로 설정상 주인공 피터 제이슨 퀄의 어머니가 좋아하던 음악 모음집이다. 주로 1970~80년대 음악이 수록돼 있다. 2017년에 발매된 앨범으로 ‘FYE’ 매장에서만 한정으로 판매되어 반나절 만에 품절됐다. 음악사적 가치보다는 영화 속 등장과 현시대 카세트테이프로 제작 판매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앨범이다. 가격 5만원.
브라운아이즈 〈Reason 4 Breathing?〉 브라운 아이즈는 1집 〈Brown Eyes〉 발매 후 단 한 차례의 방송 출연도 없이 약 70만 장의 앨범 판매 기록을 달성하며 음악성만으로 한국 R&B 음악에 큰 획을 그었다. 2010년 음악 웹진 〈100BEAT〉가 선정한 2000년대 100대 명반에서 40위에 오르기도 했다. 2집 앨범 〈Reason 4 Breathing?〉 발매 후 해체해 나얼과 윤건은 따로 길을 걷다 2008년 3번째 앨범을 발매한다. 이후 정규 앨범 소식은 없다. 가격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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