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성범수
고대 인도의 철학서 <우파니샤드>에는 ‘우주 안에는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을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이 먹을거리다’라는 말이 나온다. 제인 구달·게리 매커보이·게일 허드슨이 공저한 <희망의 밥상>은 우리가 먹는 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을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을 언급하는 책이다. ‘왜 미국 사람들이 뚱뚱해졌나’ 하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던 문제에 나도 모르게 몰입되는 건 생각지 못한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미국 정부에서 옥수수 농가에 지급한 보조금은 옥수수 대량생산의 기원이 됐다. 기업형 농장에서 재배한 값싼 옥수수는 가축의 사료가 되고, 쇠고기 생산 비용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미국 쇠고기의 가격은 하락하고, 수요는 증가해 사람들은 뚱뚱해졌다. 더 놀라운 건, 사육소뿐만 아니라 모든 육류가 옥수수를 먹고 자란다는 거다. 옥수수를 먹고 자란 동물들의 살엔 포화지방이 더 많다. 비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더구나 옥수수를 키우기 위한 농장들의 무자비한 농약 살포는 환경 파괴에 일익을 담당한다. 산업과 기술의 발달은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을 점차 파괴해버렸다. 어떤 경로로 우리의 식탁이 풍성해지는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환경 파괴, 노동력 착취를 통해 전달된 먹을거리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대가를 요구한다. 하지만 우리는 무심하게 계속 먹기만 한다. 환경의 자연 치유력은 이제 막장에 다다랐다. 심지어 새로운 병들도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이 시대에 우리가 지녀야 할 경각심을 세 명의 저자들은 충실하게 짚어내고 있다. 더 맘에 드는 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는 거다. 사이언스 북스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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