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492년
콜럼버스가 발견하기 전부터 미 대륙에는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 인도 땅으로 착각한 콜럼버스는 원주민을 ‘인디언(Indian)’이라 불렀고, 후에 인도 사람과 구별하기 위해 ‘아메리칸 인디언(American Indian)’이라고 칭했다. 그들은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문화를 형성했다. 동물의 깃털과 원색을 사용한 문양이 그 예다. 이에 영감받은 리카르도 티시는 지방시 남성 컬렉션에서 재미있는 쇼를 선보였다. 어린 시절 보았던 미국 서부에 거주하는 인디언의 이미지를 동시대적으로 해석했다. 원색은 줄무늬, 별 등 다양한 패턴과 어우러졌고, 샤머니즘은 독창적인 얼굴 패턴으로 형상화했다.
2 1970년대
1970년대의 뉴욕은 역동적이었다. 업타운과 다운타운 스타일, 아티스트와 뮤지션이 활개 쳤다. 장 미셸 바스키아, 줄리언 슈나벨, 키스 해링, 앤디 워홀 등 맨해튼을 배경으로 활동한 아티스트들이 대표적이다. 대퍼 댄의 할렘 스타일과 최고 ‘힙스터’들만 모인다는 나이트클럽 ‘스튜디오 54’의 퇴폐적인 스타일이 혼재했다. 루이 비통의 2017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이 시대의 복식을 엿볼 수 있다. ‘스튜디오 54’를 드나들던 사람들은 셔츠 단추를 풀어헤치고 재킷과 코트를 걸치곤 했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연출한, 미완성된 스타일링은 루이 비통의 런웨이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여기에 킴 존스는 와이드 팬츠, 편안한 실루엣을 더해 온전히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
3 1980~90년대
1980년대에는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상징적인 로고를 내세운 기업들의 전성시대였다. 또 컴퓨터에 이어 네트워킹 기술이 발전해 90년대까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같은 다양한 IT 기업들이 주목받았다. 그 당시 일상복이나 다름없던 옷들이 이번 발렌시아가 컬렉션의 원천이 됐다. 90년대 아버지들의 옷차림이 떠오르는 ‘대드 코어(Dad core)’가 그렇다. 반듯하게 다린 셔츠에 면바지를 입은 모델들은 사무실로 출근해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겨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또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섰던 버니 샌더스의 로고를 패러디한 발렌시아가의 로고는 80년대 성행한 대기업들의 로고 플레이와 흡사하다.
4 2001년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대테러가 발생했다. 이후 뉴욕은 슬픔과 상실감에 빠졌다. 당시 애도 방법은 다양했으나 사람들을 감동시킨 건 다름 아닌 ‘I ♥ NY’ 로고였다. 1975년도에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가 만든 로고 말이다. 밀턴 글레이저는 뉴욕 시민을 위로하기 위해 일간지 <데일리 뉴스>를 통해 새로운 로고를 선보였다. ‘I ♥ NY’에 ‘More Than Ever’를 붙여 그 어느 때보다 더 뉴욕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라프 시몬스 역시 이를 활용해 뉴욕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컬렉션을 발표할 당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 정책이 화제였다. 뉴욕 남성 컬렉션을 살릴 구원투수로, 뉴욕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놀라운 사람들과 영감이 넘쳐 나는 뉴욕을 사랑한다. 현재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책에 두려워하지 말고, 대항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컬렉션의 의미를 밝혔다.
5 2010~현재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스타가 더욱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 그들이 입고, 먹고, 누리는 것들이 실시간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현재 그 중심에는 저스틴 비버, 카니예 웨스트, 퍼렐 윌리엄스, 에이셉 라키, 트래비스 스콧 등 미국의 팝 뮤지션들이 있다. 최근 그들은 힙합에서 시작한 스트리트 스타일과 실용적이고 편안한 아메리칸 캐주얼에 꽂혔다. 준야 와타나베는 이번 컬렉션에서 이러한 대세를 적극 반영했다. 노스페이스, 리바이스, 칼하트, 반스, 캉골 등 아메리카 유틸리티를 표방하는 브랜드와 손잡아 다양한 아이템을 쏟아냈다. 청바지에 후디를 뒤집어쓰고, 치노 팬츠에 스타디움 재킷을 걸친 모델은 저스틴 비버와 퍼렐 윌리엄스를 쏙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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