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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F/W

FASHION REPORTS 14

F/W 시즌 패션 트렌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그리고 이후 판도에 기반이 될 14가지 화두를 꼽았다. 여기에 <아레나> 패션팀과 업계 전문가들의 코멘트도 더했다. 지금부터 소개할 리포트는 현재의 패션 산업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UpdatedOn October 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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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01  PB 브랜드 전성기

패션과 뷰티 시장에서 PB 브랜드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수입 브랜드를 취급하던 편집매장에서 자체 생산 브랜드를 만든 사례들이 많아진 것이 대표적. 아이엠샵의 버스데이수트, 슬로우 스테디 클럽의 네이더스, 서프코드의 위켄드 등 PB 브랜드들은 합리적이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넓은 의미에선 셀러브리티들이 직접 제작에 나선 브랜드도 PB 상표로 볼 수 있다.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 래퍼 도끼의 808 등이 주목을 받았다. EDITOR 안주현

PB 브랜드는 자사 브랜드를 뜻한다. 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상표라는 의미이며 해당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체 브랜드와 차이를 드러낸다. 사실 PB 브랜드가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패션과 뷰티 산업에서 그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건 주목할 만한 변화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걸까? 큰 이유 중 하나는 경제 불황이다. 수입 브랜드를 소개하며 감을 익힌 편집매장들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역시 나쁘지 않다. 성장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브랜드와 정보 사이에서 합리적인 안목을 키운 소비자는 네임 밸류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더 많은, 더 괜찮은 PB 브랜드가 늘어날 거다. WORDS 안주현

유통업계나 셀렉트 숍, 크고 작은 쇼핑몰에서조차 PB 브랜드를 연이어 론칭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 특정 브랜드를 수입해 소개하거나 유통하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 마진이 높고, 이미 유통 채널을 갖추고 있어 곧바로 판매가 가능하다. 이마트의 한편을 비우고 센텐스라는 코즈메틱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올리브영에서 마스크나 클렌저 등 PB 제품을 야금야금 선보이는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또 분더샵의 분더샵 퍼퓸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투영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임으로써 또 다른 브랜딩, 혹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음직한 제조사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보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WORDS 양보람(뷰티 컨설턴트)

PB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건 결국 정책의 방향성 때문이다. 수입업을 하는 업자들의 구조는 속된 말로 굶어 죽기 십상이다. 살아남으려면 유통 마진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인(품질은 다소 낮을 수 있는) 자사 브랜드를 만들 수밖에 없다. 생필품 영역의 자사 브랜드, 이를테면 이마트의 ‘노브랜드’ 같은 건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그 밖의 영역에서는 자사 브랜드의 부작용이 눈에 띈다. 많은 패션(혹은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들이 판매율이 높은 브랜드의 옷을 거의 카피하는 수준으로 디자인해 자사 브랜드로 소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자사 브랜드의 약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진정성 있는 자사 브랜드가 많아졌으면 한다. WORDS 진경모(페니 로얄 디렉터)

어느 매장에 가도 큐레이션이 비슷하다. 소비자는 이미 이것에 식상해 있다. PB 브랜드의 출현은 이러한 일반화를 벗어나고자 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흰색 도화지 같은 PB 브랜드를 통해 나만의 가치를 실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구가 담겨 있는 것이다. 기업은 이러한 트렌드를 이윤 추구와 접목함으로써 PB 브랜드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현대인의 개인 충족과 기업의 목적이 절묘하게 결합된 현상이기에 앞으로 더욱 가속화됨은 물론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WORDS 오윤지(신세계 선진화 MD팀 바이어)

의류 브랜드를 수입하는 일을 한다. 최근 진행하는 브랜드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찾다가 결국엔 내가 만들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수익 구조 때문에 PB 사업에 뛰어들지만 나는 그와는 조금 다른 이유로 일종의 PB를 시작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인플루언서들이나 연예인들이 직접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 결국은 그들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거다. 그런데 유난히 한국에서 이런 현상이 도드라지는 것 같다. 한국은 제조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신사동과 신당동엔 수많은 샘플실이 있고, 뷰티 제품을 만드는 OEM 업체를 찾아가면 누구든 원하는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인플루언서를 비롯한 각 유통업체들의 PB 사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WORDS 박성미(CMWKS 커뮤니케이션즈 디렉터)

최근 PB 브랜드의 대히트작은 ‘노브랜드’다. 광고 속 멘트처럼 ‘이제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고 말하는 기업들. 그 말인즉슨, 이제 사람들이 브랜드 네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패션에서는 좀 재미나게 이 현상이 벌어진다. 한쪽은 브랜드 로고를 대문짝만 하게 강조하고, 또 어느 한쪽에서는 브랜드 네임보다 질을 따진다. 시쳇말로 전자는 예능이고 후자는 다큐다. 패션에서 재미를 좇는 이들은 1990년대식의 브랜드 로고가 강조된 옷을 찾을 거고, 현실적인 이들은 로고보다는 가성비를 강조한 PB 제품을 구입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그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WORDS 김민정(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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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02  돌체&가바나의 런웨이를 채운 인플루언서들

디지털 플랫폼, 더 정확히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 상용화되면서 브랜드는 ‘팔로어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돌체&가바나는 런웨이의 절반을 인플루언서로 채웠다. 백스테이지 곳곳엔 이들이 대기할 때 입고 있을 ‘#BOYCOTT’이 레터링된 티셔츠와 가운, 미니 카메라가 준비되어 있었다. 돌체&가바나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입고, 찍고, 올려라’. EDITOR 노지영

돌체&가바나는 각국 인플루언서들을 런웨이에 세워 ‘우린 아직 건재해‘라는 듯한 메시지를 남겼다. 기성 브랜드에게 더 이상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 않는 관중에게 (옷이 아닌) 새로운 이슈로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특히 중화권 스타들과 그들의 2세를 세운 것은 판매 타깃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말해준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자연스러운’ 노출이 가능하며, ‘좋아요’로 수치화된 직관적인 도달율은 빠른 피드백과 광고 효과를 부른다. 단, 브랜드는 ‘인플루언서가 되고자 하는 인플루언서’를 지양하고,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이들 역시 명확한 자기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똑똑한 소비자는 안다. 이들이 진짜 자기가 개발한 콘텐츠로 유명해진 사람인지, 콘텐츠 없이 ‘유명하기만’ 한 사람인지. WORDS 노지영

SNS, 블로그 같은 개인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인플루언서의 출현은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시선으로 보면서 그들의 존재를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패션 인플루언서의 존재는 SNS와 함께 여전히 파워풀하다. 그러나 이들 자신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자신들이 가진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웬만한 저널리스트보다 정확한 수지 버블의 칼럼, 린드라 메딘의 안목. 이들은 패션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행사해야 하는지 명민하게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패션 인플루언서의 수준과 패션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WORDS 오선희(패션 컨설턴트)

책장 대신 휴대폰 화면을 밀어내며 수많은 정보를 소비하는 시대.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당겨야 하는 세상이다. ‘유명한’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그러나 SNS라는 플랫폼이 생겨나고 ‘팔로어 수가 많은’ 유명인, ‘인플루언서’가 등장했다. 브랜드나 창작자 역시 변화를 맞이했다(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더 괜찮은 옷을, 음악을, 그림을 창작하는 데 힘 쏟는 것보다, 인플루언서와 친해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창작자가 분명 있다. 이 끝에 누가 웃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 내 주변에 창작자의 ‘철학’을 사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WORDS 이윤정(플랫폼 플레이스 PR)

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 지지 하디드의 ‘팔로어’ 숫자가 웬만한 브랜드나 매체의 팔로어 수를 더한 수치를 넘어섰을 때, 인플루언서에게 기성 매체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브랜드는 인플루언서의 가공할 만한 영향력과 젊음을 사고, 인플루언서는 자신들이 쉽게 얻지 못할 유산의 일부가 되어 가치를 끌어올린다. 돌체&가바나는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발 빠르게 이 현상을 반영했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전성시대인 이 시점, 선구자라고 말할 수 있는 패리스 힐튼이 SNS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하다는 건 아이러니일까, 아니면 인플루언서의 수명이 생각보다 짧기 때문일까? WORDS 홍석우(패션 저널리스트)

최근, 내가 소속된 패션 홍보 에이전시에 인플루언서를 담당하는 부서가 생겼다. 브랜드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인플루언서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자에게 연예인보다 이지(easy)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일상에서 볼 법한,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친숙한 그들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들이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따져보면, 이 부서가 생긴 것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물론,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제일이야’라는 식의 마케팅은 지양해야 하겠지만. WORDS 한송희(APR 인플루언서팀)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브랜드의 디지털 플랫폼 개선, 콘텐츠 제작과 함께 디지털 홍보 에이전시의 주 업무이기도 하다. 브랜드 입장에선 빠른 피드백을 기대할 수 있고,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높은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과 비교했을 때 ‘이미지’로 어필하는 연예인의 특성상 인물군이 한정적이었던 반면, 대학생부터 유아, 시니어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한 모델군 또한 이점이다. WORDS 곽승훈(COMO PR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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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03  서울 컬렉션의 변화

서울 컬렉션의 주 무대인 DDP를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오프 쇼’들이 눈에 띈다. 새로운 어필 방법을 모색하는 디자이너들이 늘어난 것이다. 디자이너들에게 ‘서울 패션위크’라는 울타리는 더 이상 이점이 없는 것일까? EDITOR 노지영

사실 ‘오프 쇼’는 예전에도 존재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형태의 쇼가 부쩍 눈에 띄는 이유는 DDP라는 ‘울타리’ 밖에서 그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했기 때문이다. ‘더 시리우스’ ‘윈도우 00’, ‘강혁’이 그랬다. 장외든, 안이든 예쁘면 보고, 멋있으면 산다.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브랜드가 오래간다. 더하자면 그것을 요즘 시대의 플랫폼에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역시 필요하다. 이것이 진리다. 많은 이들이 ‘서울 패션위크’의 침체에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체제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앞선 3명의 ‘신예’ 디자이너들이 가장 명확한 방법으로 방증하고 있지 않은가. WORDS 노지영

신진 디자이너들이 ‘서울 패션위크’를 벗어나 브랜드 가치를 호소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첫째, 그들 다수는 서울 패션위크 참여로 얻는 기회 비용보다 더 절실하게 현실적인 자금 운용이 중요하다. 둘째, 서울 패션위크가 주는 실리 대신 SNS 활용 등과 같은 방법으로 고객층과 더 독립적으로 소통하는 방향에 익숙하다. 물론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모은 브랜드가 아니라면 ‘서울 패션위크’ 장외의 쇼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형태의 쇼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비슷한(혹은 더 적은) 비용으로 물리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 이점이야말로 디자이너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WORDS 홍석우(패션 저널리스트)

젊은 창작자들이 메인스트림이나 기득권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어느 신에서나 일어났던 일이다. 하지만 ‘서울 패션위크’라는 큰 우산 아래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의 퀄리티는 분명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 구성, 진행, 그리고 쇼(프레젠테이션)를 통한 해외 판매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세련되게 관리해줄 컨설턴트나 고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 컬렉션을 통해 또 다른 ‘정치’를 하려는 인물들 말고, 진짜 패션을 좋아하고, 패션을 잘 알고, 패션 디자이너들과 서울시 사이에서 현명하게 대화할 줄 아는 인물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젊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DDP 안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 WORDS 오선희(패션 컨설턴트)

디자이너의 옷이 아닌, 쇼에 참석한 연예인을 보러 온 관중과 이를 취재하는 취재진들. 더 이상 ‘패션쇼’라는 말이 무색하다. 쇼를 위한 쇼가 되어버린 지 오래. DDP 밖의 ‘오프 쇼’가 더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서울 패션위크 시스템만의 문제일까? 패션 브랜드를 홍보, 기획하는 것이 직무인 입장에서, 옷과 콘셉트가 아닌 연예인과 셀럽 이슈에 열을 올리는 디자이너를 보고 있자면 꼭 체제의 문제만이 아님을 느낀다. 디자이너 역시 바뀌어야 한다. 서울 패션위크의 구성이나 진행과 같은 시스템을 탓하기 전에, 자신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WORDS 허소연(나비컴 기획팀)

곧 시작할 2018 S/S 서울 컬렉션을 앞두고, 뉴욕에서 먼저 쇼를 열었다.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비공식적으로 진행한 ‘오프 쇼’였지만 현지의 문화 예술에 관련된 기관의 후원을 받아 진행할 수 있었고, 많은 프레스와 바이어들이 방문했다. 패션 외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관중까지 콘셉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니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쇼들이 전개되고, 적극적인 후원과 협업이 이루어진다.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로서’ 존재하고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하다. 유연한 시스템, 디자이너들의 아이덴티티, 무엇보다 ‘패션’을 대하는 태도.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WORDS 김희진(키미제이 디자이너)

대부분의 고객은 ‘서울 패션위크’에 소속되어 있는가, 아닌가라는 기준으로 브랜드에 접근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닌데)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다양하지 않은 것이 현실. 이러한 이유로 디자이너들이 ‘서울 패션위크’에 참가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한국에서 디자이너가 대외적으로 옷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패션 행사(시스템)이기도 하다. 특히 ‘DDP’라는 장소는 보다 쉽게 바이어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창구다. 물론 쇼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물리적인 제약이 불가피할 때도 있지만, DDP 장외의 쇼에 대한 지원(예를 들면 바이어와 취재진 관리)이 가능해진다면 지금보다 더 풍성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WORDS 강요한(참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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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04  루이 비통과 슈프림 컬렉션의 파급 효과

2017 F/W 컬렉션의 가장 큰 사건은 루이 비통과 슈프림의 협업 컬렉션이었다. 판매가 시작된 7월 7일, 루이 비통 매장은 구입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중엔 사흘 밤을 샌 이들도 있었다. 럭셔리와 스트리트를 대표하는 브랜드의 만남, 파장이 대단했다. EDITOR 안주현

상상도 못했던 조합이라 몹시 놀랐다. 한동안 쇼핑 리스트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루이 비통이 슈프림을 만나 다시 ‘핫’해진 느낌. 말 그대로 ‘광클’이 아니면 사기 어려운 팔라스(Palace)도 럭셔리 하우스 중 어딘가와 협업을 하지 않을까. 사실 하이엔드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의 협업 트렌드가 오랫동안 지속될 거라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얼마만큼 진보적이고 열려 있는지 경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협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WORDS 박성미(CMWKS 커뮤니케이션즈 디렉터)

루이 비통과 슈프림 협업의 성공은 스트리트 문화가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았음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힙합 신이나 스케이트보딩이 쿨함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 하위문화가 럭셔리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명품’이 대중적 인기를 얻는 식의 뒤섞임은 고무적이다. 적어도 서로가 고인 물로 전락할 일은 없으니까. 당분간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 같다. 의문은 이보다 더 신선한 협업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것. 그렇지 않다면 계속해서 루이 비통×슈프림의 아류작처럼 보일 테니. WORDS 안주현

인기의 원인은 스트리트 웨어의 영리한 판매 전략에 있다. 가격은 럭셔리 브랜드에 비해 훨씬 저렴한 편이지만 실제로 판매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제한된 디스트리뷰션과 소량 생산을 유지함으로써 고객의 ‘구매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 근데 이런 전략은 예전의 명품 브랜드가 주로 쓰던 것 아니었던가? 최근 하이엔드 브랜드는 럭셔리 재벌 그룹(LVMH, 케링, 프라다 등)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장 및 신장하면서 어디서든 사고,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희소성은 이미 사라졌고, 오히려 대량 생산으로 그 매력을 잃은 지 오래라는 말이다. 이제는 ‘전통의 럭셔리’였던 루이 비통 같은 브랜드가 이 시대의 새로운 ‘럭셔리’로 떠오른 슈프림의 매력을 빌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WORDS 남호성(10 꼬르소 꼬모 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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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05  패션 디지털의 진화

패션계에서 디지털의 활용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캘빈 클라인, 토즈 등 브랜드의 패션 필름은 기본이고. 루이 비통과 에트로의 3D 영상, 버버리와 프라다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다. 고도로 발전한 디지털이 패션계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일까? EDITOR 김장군

버버리의 2017년 2월 컬렉션 룩북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버버리 홍보팀은 새 컬렉션을 보여주겠다며 사무실에 방문했다. 그들의 손엔 난생처음 보는 장비들만 있었다. VR(가상현실) 체험 기기였다. 기기를 착용하고 보니 컬렉션 옷을 입은 모델들이 눈앞에서 워킹하고 있었다. 이렇게 생생할 줄이야. 요즘은 야구 ‘생중계’를 VR로 보기도 하더라. 이 정도의 발전과 활용도라면, 사무실에서 VR 기기를 착용하고 전 세계 컬렉션을 실시간으로 감상하거나, 패션 필름과 광고, 심지어 잡지까지 VR에 맞춰 촬영하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만약 대중에게 촉감까지 전달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패션계는 또 다른 격변을 맞이할 것이다. WORDS 김장군

디지털은 패션계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 번째는 역설적으로 떠오른 ‘경험’이라는 측면이다. 넘쳐나는 정보에 피로도가 높아질수록 소비자는 ‘진짜’에 갈증을 느낀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도구로 VR과 AR 같은 기술이 떠올랐다. 이를 통해 대중은 브랜드의 제품과 이야기를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리테일 환경에 관한 것이다. 뉴욕 소호의 나이키 매장을 예로 들어보자.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나이키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은 후 AR 속 센트럴 파크를 달리며 제품을 체험한다. 가깝게는 무지의 ‘무지패스포트’나 자라의 ‘인월렛’이 있다. 이 같은 ‘인스토어 테크놀로지’는 패션과 디지털이 결합한 바람직한 미래상이다. WORDS 이의령(마케터)

최근 주목받는 VR이나 3D 같은 신기술은 ‘체험’을 강조한다. 패션은 어느 분야보다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러한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일례가 루이 비통에서 선보인 2017년 가을·겨울 캠페인 영상이다. 모델들을 3D 렌더링한, 지금껏 본 적 없는 비주얼을 제시했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초반, 후세인 샬라얀과 알렉산더 맥퀸이 선보였던 로봇을 이용한 퍼포먼스(리모컨으로 작동하는 드레스와 드레스에 물감을 뿌리는 로봇의 등장)와 같은 맥락이다. 그 당시는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었다. 그 흐름이 이제는 VR과 3D로 넘어온 것이다. 후에 어떤 것이 등장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언제나 그렇듯 패션계는 이를 쿨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WORDS 강인기(포토 & 비디오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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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06  미세 먼지에 맞선 제품들

2017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안타깝게도 미세 먼지. 외출 시 마스크를 찾는 건 아주 익숙한 일이 되었고, 아침마다 그날의 미세 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것도 당연해졌다. 뷰티 업계도 이와 관련한 예방, 관리 제품들을 우수수 선보였다. 결코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다. EDITOR 최태경

미세 먼지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국내 브랜드에서는 이미 수년 전에 미세 먼지를 흡착하는 클렌저나 피부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는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 가까운 미래엔 자외선 차단제처럼 다양한 제형과 기능을 더해 세분화되고 전문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세 먼지 차단 지수를 표기한다거나, 미세 먼지의 정도나 종류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도록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외선 차단제를 여름에만 사용하는 제품으로 여기고 SPF 지수만 신경 썼다가 최근 PA 지수에 내수성, 광안정성까지 따지게 된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거다. WORDS 양보람(뷰티 컨설턴트)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사전에 미세 먼지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철저한 차후 관리. 피부에 침투한 미세 먼지, 그 외 유해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모공 속까지 깊숙한 클렌징이 필요하며, 항산화 성분 등 피부 본연의 힘을 길러주고 회복시켜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리 브랜드에서도 그런 제품들을 제안한다. 딥 클렌징을 위한 프림로즈 페이셜 클렌징 마스크나, 피부 표면의 미세한 각질들을 정리하는 퓨리파잉 페이셜 엑스폴리언트 페이스트 같은 제품들. 아마도 계절이 바뀌면 각종 미세 먼지 케어에 관련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테고, 그런 제품들이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 기본적인 관리에 신경 쓰는 게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WORDS 송현정(이솝 코리아 마케팅)

앞으로 나올 미세 먼지 케어 제품의 기능과 범위는 상상 이상일 거다. 어떤 것들이 나오면 좋을지 상상해봤다. 유분기 짙은 두피를 딥 클렌징하는 헤어 케어 제품군, 헤어 왁스나 스프레이도 끈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옷 구석구석의 미세 먼지를 털어주는 제품이나, 아예 미세 먼지 흡착을 방지해주는 스프레이 타입 미스트도 필요하다. 향을 더해 향수 대용으로 쓸 수 있다면 더 실용적일 거다. 마스크는 얼굴에 더 밀착되면서도 숨 쉬기에 편안한 입체적인 디자인이 좋겠다. 호흡기로 빨려 들어간 미세 먼지들을 체외로 배출하거나, 체내에서 분해해버리는 이너 뷰티 영양제도 기대해본다. 또 남자를 위한 올인원 제품들엔 미세 먼지 방지 기능을 더하는 게 필수. 편의점의 흔한 드링크 코너는 호흡기의 진정 케어를 위한 다양한 제품들로 채워져 있으면 좋겠다. 말하자면 끝도 없다. WORDS 최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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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07  스타필드 하남/고양 오픈

입고, 먹는 것에 이어 즐기고 체험하는,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초대형 복합 쇼핑몰이 탄생했다. 신세계는 이 기세를 몰아 스타필드 고양까지 오픈했다. EDITOR 김장군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살고 있다. 모든 것을 한곳에서, 한 번에 해결하고자 한다. 쇼핑이 대표적인 예다. 하드웨어 기반의 스타필드 같은 쇼핑몰은 현대인의 ‘A to Z’ 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이다.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놀이 콘텐츠를 이식했다. 이 장소를 직접 방문할 때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러한 수요가 끊이지 않아 복합 쇼핑몰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쇼핑과 놀이에 이어 쉼과 휴식 등 ‘자아 실현 욕구’를 이룰 수 있는 또 다른 종류의 복합 쇼핑몰이 등장하지 않을까? WORDS 오윤지(신세계 선진화 MD팀 바이어)

사실 도심 외곽에 대량 주차가 가능한 대형 마트를 건설해 소비자를 끄는 전략은 취향과 다양성을 별로 고려하지 않는 미국식 전략에 가깝다. 그러니까 지금의 스타필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미국식 마트라는 형식에,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한 편집을 우선시 여기는 유럽과 일본의 소규모 편집매장의 정신을 얹히려는 다소 위태로운 줄타기의 결과로 보인다. 이제 우리도 구도심의 골목 등 서울이라는 형식에 걸맞은, 그러면서도 소비자의 취향과 욕구를 지적으로 반영하는 새로운 쇼핑 공간에 대해 보다 더 깊은 고민을 시작할 때다. WORDS 김장군

현대인에게 쇼핑몰은 마치 박물관과도 같다. 커다란 쇼핑몰에서 옷을 보고, 가구를 구경하고, 전자제품을 시연해보는 이 과정이 박물관을 둘러보는 투어족과 다르지 않다. 자극이 필요한데 그 자극을 다양하게 줄 수 있는 곳이 자본주의 사회에선 (대자연이나 박물관이 아니라) 색다른 물건들로 가득 찬 쇼핑몰인 것이다. 열심히 낯선 신제품으로 지적 허기(혹은 호기심)를 채우고 나면, 잘나가는 맛집만 모아놓은 식당가에서 진짜 배의 허기도 채울 수 있다. 물론 지적 허기는 지갑을 열게 하지 못하고 식당가만 매출이 높다는 게 대형 쇼핑몰의 고민이기도 하다. WORDS 김민정(패션 칼럼니스트)







 TREND 08  베트멍의 일반인 룩북 공개

안티 패션 경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화려하게 멋 부리지 않는 것, 가장 익숙하고 일반적인 것들을 오히려 ‘트렌디하다’고 여기고 있다. 2018 S/S 시즌 베트멍의 룩북은 전문적인 모델 대신 옆집 아저씨, 회사 동료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하이 패션 포즈를 흉내 내고 있다. 아주 쿨한 표정으로. EDITOR 최태경

요즘 들어 새삼 뎀나 바잘리아가 대단한 크리에이터라고 느낀다. 약간 촌스러운 것들을 하이 패션에 구겨 넣는 기술과 감각은 세밀하고 매끄럽다. 다 떠나서 일단 그 옷이 사고 싶다. 구질구질한 콘셉트로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낼까? 글쎄, 적어도 내 생각엔 발렌시아가도, 베트멍이 일반인과 함께 찍은 룩북도 결코 ‘안티 패션’은 아니다. 괜히 쿨한 척 으스대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안티 패션’을 표방해 잘 만든 하이 패션일 뿐. 단순히 뎀나의 성향이 그렇고, 일상적인 모든 것들이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현재 패션, 문화 전반에 걸친 유스컬처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그 파급력이 막강한 힘이 된 경우다. 머지않아 안티 패션도, 유스 트렌드도 따분해질 거다. 대신 안티 패션 성향의 1990년대 풍 레트로는 새로운 장르로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WORDS 최태경

이런 현상은 단순히 몇몇 디자이너의 남다른 심미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다. 패션을 비롯하여 그래픽 디자인, 사진, 인테리어, 현대 미술 등 다양한 영역의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은 자신들의 심미적 기준을 ‘보잘것없는 것’ ‘지극히 일상적인 것’으로 영감의 원천을 옮기고 있다. 길거리의 하찮은 것들을 얼마나 잘 발견하여 재해석하는가가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존의 콧대 높은 고루한 것들을 비웃으면서 새로운 세대의 시각적 코드와 문화를 확산하려는 의지로 전통에 대한 거부이자 반항의 표식이다. 한때의 트렌드는 언젠가 지나가겠지만, 그 맥은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지 않을까. WORDS 이근(스튜디오 스와이프 & 파퓰러 사이언스 대표)

개인적으로 나의 스타일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내가 추구하는 건 어디까지나 고급스럽고 단정하고 말끔한 것들. 베트멍식 안티 패션이 주류를 이루는 건 확실한 사실, 인정한다. 지금의 나는 주류를 이루는 청춘에게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지켜보는 입장이다. 안티 패션 경향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이지만 꽤나 파급력 있는 트렌드인 것은 명백하다. 딱 베트멍의 경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겐. 그 안에선 마치 이런 트렌드가 패션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 같겠지만, 그들에게만 그럴 뿐, 내가 서 있는 다른 한편의 패션 업계는 사실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WORDS 박만현(스타일리스트 & 피알라인 대표)

새로운 세대나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기존 틀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 탈패션도 그런 맥락 중 하나라고 본다. 지금은 만들어진 것 말고, 있는 그대로 본질적인 것의 미학을 탐구하는 시대다. 잘생기고 예쁘기만 한 것들은 매력이 없다. 이 흐름 자체가 유행인 동시에 장르로 굳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을 거라 예상한다. 테리 리처드슨, 유르겐 텔러,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들처럼. 어느새 본질에 질려 화려함을 좇고, 치장에 심취하는 트렌드가 돌아오더라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안티 패션, 그리고 유스는 꾸준히 지속될 거다. WORDS 강인기 (포토 & 비디오그래퍼)

베트멍의 방식을 생각하면 뎀나 바잘리아의 영리함에 손뼉을 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방법이 복각과 복고에 충실하다는 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뎀나가 지휘한 발렌시아가가 실시간으로 ‘허물고 있다’는 편견도 있다. 사실 이런 트렌드를 그가 처음 ‘발명’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일반인을 기용한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룩북이 내겐 그렇게 쿨해 보이진 않는다. 애덤 키멜 같은 남성복 디자이너가 6년 전 뉴욕에서 자신의 친구들을 모델로 찍은 룩북이 더 멋져 보이는 건 나뿐인지. 그들은 지금의 베트멍보다 더 담백한 맛도 있다. 베트멍의 혁명적인 위상은 인정하지만, 그들이 ‘쿨’하다고 취하는 태도와 스타일은 조금 떨어져서 보면 오히려 ‘안티 패션의 패셔너블함’을 강조하는 것 같다. 결국 ‘안티 패션’ 스타일이 지금의 트렌드일 뿐이다. 이 또한 곧 지나가겠지. WORDS 홍석우(패션 저널리스트)

이 현상도 인터넷과 SNS(특히 인스타그램)가 가져온 패션계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본다. 이전까지 세상은 하이엔드 컬렉션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그 영향력이 전 세계 각국의 브랜드에 뻗치는 양상이었다. 상황이 바뀌어 지금은 SNS를 통해 유명인이 아닌 멋진 일반인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따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상업적으로 강요하는 트렌드가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동경하는 시대. SNS를 통해 개인적으로 소량 제작, 판매하던 것들이 어느새 브랜드화하는 건 아주 흔한 사례 중 하나다. 연예인, 유명 모델들에게 값비싼 모델료를 주고 마케팅하던 브랜드들도 팔로어가 많은 일반인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그야말로 패션 민주주의 시대. SNS를 통한 소통이 단절되지 않는 한 베트멍의 룩북처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다. 아마도 당분간은 딱 지금 같은 흐름이 지속될 거다. WORDS 남호성(10 꼬르소 꼬모 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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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09  신세계 그룹, 남성을 위한 쇼핑 사이트 ‘하우디’ 론칭

하우디는 패션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세계 인터내셔널에서 운영하는 남성 전문 쇼핑 사이트다. 현시점에서 그들이 당연히 특색 없이 만들진 않았을 테고, 어떤 점이 달랐을까? 가장 큰 차이점은 남자들로 하여금 그곳에 머물게 한다는 거다. 때론 질문하고, 좋은 제품을 콕 집어 제안하기도 하고, 입고 쓰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EDITOR 이광훈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20대는 모를 거다. 이전에 그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오류가 많았는지를. 그리고 현재 거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몇몇 사이트들은 너무 어리다. 반면에 하우디는 30대 초·중반이 반길 만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꼭 뭘 사지 않아도 된다. 놀이터처럼 편하게 놀고, 어떤 이야깃거리 혹은 정보를 얻기 위해 방문할 수도 있다. 온라인 구매가 능숙하지 않은 남자들은 자연스레 하우디를 찾게 된다. 시장에서 30대 초·중반의 남성은 숨은 ‘블루칩’이다. 그들을 이해하고 토닥거려주는 온라인 사이트들이 각광받는 때가 온 것이다. WORDS 이광훈

편집매장이 온라인으로 주 무대를 옮겼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 구성과 스타일이 비슷비슷한 사이트들 일색이다. 편집매장의 본래 목적보다는 단순 판매나 클릭 수에 집착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무대가 바뀌었다고 본질이 달라지진 않는다. 온라인 쇼핑몰도 제 색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내세울 거라곤 ‘무료 배송’과 ‘최저가’가 전부인 사이트들은 결국 대형 쇼핑몰에게 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 세태 속에서 하우디는 귀한 존재다. 명확한 색깔과 콘셉트가 있지 않은가. 새로운 방향성이란 측면에서 좋은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WORDS 신찬호(라이풀 디렉터)

최근 몇 년 동안 자사 브랜드를 한데 묶는 ‘통합 쇼핑몰’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이 발상은 완전히 실패했다. 사람들은 일관성 없이 모여 있는 그곳을 방문할 이유를 아직도 찾지 못한 것 같다. 하우디가 특별해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얼핏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들을 이것저것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룰과 규칙이 있다. 둘러보는 내내 ‘이런 것도 팔아?’ ‘이거 괜찮은데?’란 말이 절로 나온다.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소개한다. 일방적이기만 했던 통합 쇼핑몰들은 앞으로 ‘소집 해제’될 전망이다. WORDS 이자성(솔트페이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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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10  파리 콜레트의 영업 종료

파리의 편집매장 콜레트가 올해 12월 20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수익과 상관없는 결정이긴 하지만 편집매장의 ‘대부’ 같던 콜레트의 영업 종료 소식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오프라인에 기반한 편집매장들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GUEST EDITOR 이상

편집매장들은 왜 위기의 사업이 되어버린 걸까.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일 것이다. 패션쇼는 각종 매체와 쇼에 참석한 이들의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퍼진다. 심지어 상품이 들어오기 6개월 전, 사고 싶은 아이템을 미리 점찍을 수도 있다. 특히 네타포르테, 미스터포터, 루이자비아로마, 센스, 매치스패션 등 온라인 편집매장들의 규모가 거대해지면서 이 현상이 심화됐다. 오프라인 스토어는 구매가 아니라 상품의 사이즈를 체크하러 오는 곳으로 이용되는 지경이다.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결론은 차별성.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 매력적인 독점 상품이 있어야 고객이 방문할 이유가 생긴다. WORDS 남호성(10 꼬르소 꼬모 바이어)

콜레트의 영업 종료가 업계에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편집매장의 트렌드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콜레트의 쇼윈도 디스플레이나 협업 이슈는 전 세계 브랜드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콜레트는 편집매장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처럼 인식되어왔다. 최근 국내외 편집매장들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카테고리 역시 확장했다. 콜레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더라도 세계 최고의 편집매장이었다는 타이틀에 걸맞게 영향력 있는 레퍼런스로 남을 것이다. WORDS 박지원(엘리펀트 디자인 기획실장)

콜레트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9월엔 사카이와 함께 협업을 진행했고, 이어지는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으로는 톰 브라운과 샤넬, 그리고 생 로랑이 대기 중이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의 헛헛한 마음과 달리 이제는 적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지 않나. 10 꼬르소 꼬모나 분더샵, 란스미어 등 국내 하이엔드 편집매장의 셀렉션이나 영업 방식 등에서 콜레트의 면면을 찾을 수는 있지만 어느 곳도 ‘서울의 콜레트’를 자처하진 않는다. 콜레트가 문을 닫는 이유가 매출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한 만큼 청담동에 옹기종기 모인 편집매장들을 비롯해 크고 작은 편집매장들은 각자 위치에서 뚜렷한 콘셉트를 보여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WORDS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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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11  언더 아머의 성공적 안착

전문성을 강조한 스포츠 브랜드 언더 아머가 드디어 국내에 진출했다. 강남역과 가로수길 등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곳에 대형 매장을 열고, 세계적 농구 선수 스테판 커리를 초대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언더 아머의 선전, 스포츠 마켓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EDITOR 안주현

지금껏 스포츠 브랜드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퇴근 후의 삶을 제안했다. 땀 흘리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프로젝트 등을 통해 여가 후 시간을 운동에 쓰는 것, 그로 인해 건강한 삶, 균형 잡힌 삶의 행복을 느끼도록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가장 쿨한 문화가 되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스스로 ‘나이키, 아디다스’라는 양강 구도에서 벗어나 좀 더 힙하고 쿨한 브랜드를 찾아내는 데 시간과 비용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언더 아머나 룰루 레몬 같은 브랜드는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밖에 없었다. 패션으로서의 스포츠 웨어가 아닌 진짜 스포츠 웨어 기능성을 탑재한 브랜드에 대한 니즈가 커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 이제 더 많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등장할 시대가 되었다. 마트 브랜드까지도 스포츠 라인에 집중적인 투자를 시작했고, 유니클로의 모델은 무려 노박 조코비치다. WORDS 연시우(패션 콘텐츠 기획자)

언더 아머는 누가 봐도 명백한 후발 주자다. 하지만 무산소 운동의 트레이닝복부터 농구와 러닝, 축구 등 이미 기성 강자가 존재하는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며, 스포츠 스타와 힙합 슈퍼 스타들을 자신의 우산 아래로 끌어들이고 있다. ‘너무 유행을 좇지도, 너무 운동 자체에 함몰하지 않은’ 균형감이랄까. 모든 스포츠와 아웃도어 브랜드가 여성 고객에게 힘 쏟는 시점에 이토록 (여전히) 남성적인 땀 냄새를 풍기는 몇 안 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시장은 여러모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마케팅과 매체 환경까지 많은 것이 변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품 자체에 더 집중하며, 깔끔하고 견고한 콘셉트를 밀고 나가는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보고 싶다. 영향력 마케팅이 제품의 장기적인 매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아웃도어 시장의 흥망성쇠로 경험하지 않았나. WORDS 홍석우(패션 저널리스트)

언더 아머가 국내 소비자에게 분명히 인식되었는가 생각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러 종목이 다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최근, 언더 아머에겐 다양한 접근 방법을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다. 스포츠와 패션은 이제 그리 먼 관계가 아니다. 글로벌한 패션 브랜드들은 스포티함을 내세우고, 스포츠 브랜드들은 반대로 하이엔드를 표방한다. 이러한 현상은 트렌디한 패션을 소비하기 위한 소비자와 실질적으로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소비자에게 훌륭한 대안을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언더 아머의 가치를 아는 것이 먼저겠지만. WORDS 김재인(디지털 브랜딩 디자이너, 사이클리스트)

언더 아머의 약진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점은 나이키, 아디다스까지 ‘낡은’ 이미지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모든 제품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혁신적이었다. 아직 한국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유럽, 일본보다 미국의 트렌드와 더 밀접한 유대 관계가 있는 한국의 스포츠 시장에서 언더 아머가 큰 부분을 차지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언더 아머가 강력하고 볼드한 이미지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만큼 다른 브랜드들이 ‘로컬라이징’이라는 단어 아래 보여준 이미지를 답습하지 않았으면 한다. 깡마른 모델들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풀메이크업으로 어색한 포즈를 취하는 희석을 보여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루하니까. WORDS 이영표(코카콜라 마케팅팀, PRRC 러닝팀)

요즘 ‘느낌 있게 산다’는 남자들은 백이면 백, 취미로 운동을 한다. 러닝이든 테니스든 농구든 축구든. 스포츠 신에선 ‘멋’의 개념도 다르다. 색다르고 화려한 것보다는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운동복, 더불어 질 좋은 장비를 갖추는 것이 가장 멋지고 쿨한 모습으로 보인다. 언더 아머는 이렇게 좋은 환경이 갖추어진 타이밍에 한국에 들어왔다. 운동이 일종의 트렌디한 문화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전문성을 지닌 언더 아머의 이미지는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세세하고 전문적이며 진정성을 갖춘 스포츠 브랜드가 더 많이 들어올 것이고, 스포츠 시장은 불경기와 상관없이 승승장구할 것이다. WORDS 안주현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아우터는 (고급 코트가 아니고) 고가 패딩이고, 가장 인기 있는 차는 (고급 세단이 아니고) 레인지로버다. 과거와는 ‘고급’의 기준이 달라졌다. 고급에도 실용성이 가미된 것을 대중은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한다. 언더 아머 역시 같은 맥락이다. 디자인과 이름만 내세운 것을 럭셔리라 칭하지 않는다. 언더 아머처럼 전문적인(그리고 가격대가 있는) 제품이 새로운 럭셔리의 기준이 된 것이다. 물론 그런 현명한 소비자임을 자청하는 파워 인플루언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WORDS 김민정(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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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12  전통 워치 브랜드가 만든 스마트워치

태그호이어, 몽블랑에 이어 루이 비통까지.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워치메이킹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것이 미래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EDITOR 김장군

스마트워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 루이 비통이 최근 스마트워치 ‘땅부르 호라이즌’을 출시했지만 같은 LVMH 그룹 내 태그호이어가 이미 2년 전에 선보였던 커넥티드 워치의 연장선일 뿐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롤렉스 등 하이엔드 브랜드 중에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브랜드는 없고, 그들은 또 향후 계획도 일절 없다고 말한다. 스마트워치가 첨단 기술이 담긴 패션 소모품 중 하나라면, 기계식 시계는 전통과 장인 정신이 담긴 예술 작품에 견줄 수 있다. 하이엔드 기계식 시계와 스마트워치는 추구하는 가치부터 다르다. WORDS 이은경(시계 컨설턴트)

요즘 시계는 시간 확인을 위한 수단보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사물로서 의미가 크다. 즉, 시계를 구입할 때 ‘얼마나 정확한가(기능성)’보다 브랜드의 역사와 이미지, 제조 기술력과 장인의 노고 등에 더 가치를 둔다는 뜻. 고가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나 하이 주얼리 워치는 재산 가치도 크기 때문에 시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 면에서 스마트워치가 클래식 시계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대중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용도에 맞게 손목 위 시계를 결정하겠지만. WORDS 조진희(예거 르쿨트로 홍보)

스마트워치는 2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그 무게중심은 시계 회사로 넘어간다. 현재 시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시계를 파는 브랜드는 애플이다. 애플은 애초에 시계 시장을 노렸고, 그 결과는 성공했다 할 만하다. 동시에 시계와 전자업계는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워치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은 시계 회사로 넘어갔다. 일찍이 안드로이드 웨어에 힘을 실은 파슬과 태그호이어를 비롯해 루이 비통도 땅부르 호라이즌을 통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마트워치 시즌 2는 결국 애플에게 한 대 얻어맞은 ‘시계’ 시장의 반격으로 막이 오른다. 기술에서 시작한 이 시장은 이제 브랜드의 실험으로 넘어간다. ‘진료는 의사에게, 시계는 시계 회사에게’랄까? WORDS 최호섭(IT 칼럼니스트)

명품 브랜드와 스위스의 정통 시계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스마트워치는 좋은 물건이라기보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비싼 장난감에 가깝다. 소장 가치, 투자 가치와는 거리가 먼 물건이라는 얘기다. 더군다나 멋진 디자인의 케이스와 스트랩을 사용한다 한들 알맹이(소프트웨어)는 다른 분야에서 대신 만들어줄 뿐, 애플이나 삼성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소비자는 매우 똑똑하다. 돈을 써야 할 곳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현재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명품 브랜드의 대다수가 기계식 시계 제작에 경험이 있고, 정통 워치메이킹의 높은 진입 장벽에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WORDS 이바다(기계식 시계 애호가)

아직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의 보조 역할에 그친다. VR이나 스마트폰처럼 패러다임을 바꾸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명확하다. 몇몇 패션 하우스에서 스마트워치에 손을 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갈 길이 멀고, 스위스 고급 워치들은 팔짱을 낀 채 이를 관망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워치 시장은 축소했다. 스마트워치의 미래는 자생적인 콘텐츠 생산에 달렸다. 결국 스마트워치는 중저가 시장을 노려야 할 것이다. 마크 뉴슨의 디자인에 혹할 밀레니얼 세대 말이다. WORDS 이예지(〈W〉 패션 에디터)

스마트워치를 산다면 워치메이킹 브랜드 중에서 고를 거다. 일단 스마트워치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임을 알기에 기능적인 면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매력을 느낀 점은 해당 브랜드의 시계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도 브랜드의 기계식 시계와 거의 유사하기도 하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마트워치를 산다면’이다. 아직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스마트폰의 부속품이라서 딱히 손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만 보완해, 더 이상 스마트폰이 필요 없고 스마트워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가 온다면 스마트워치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땐 충분히 다른 워치메이킹 브랜드도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그리고 늦게 합류한 걸 후회할지도 모른다. WORDS 김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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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13  커스텀멜로우의 헤라 서울 패션위크 진출

국내 브랜드들의 행보가 남달랐던 한 해였다. 커스텀멜로우는 2017 S/S 시즌부터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장으로만 여겨지던 헤라 서울 패션위크에 진출하면서 컬렉션 라인을 론칭했다. 시스템 옴므는 파리 라파예트에 진출하면서 유럽 시장에까지 확대했다.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는 이런 시도의 다음 단계는 뭘까? GUEST EDITOR 이상

2017년은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전에 없던 행보를 보인 한 해였다. 예로 든 커스텀멜로우와 시스템 옴므, 크리스.크리스티 등 ‘컨템퍼러리 브랜드’라고도 분류되는 국내 브랜드들이 보여준 방향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브랜드가 생겨난 지 10년 남짓 하다는 점. 그리고 각기 다른, 신선한 방식으로 이를 기념했다는 점. 패션 브랜드 리뉴얼의 주기가 10년이라는 헛짚은 일반화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알다시피 이런 브랜드들이 구축해온 소비자층은 공고하다. 단순한 변화는 기존 소비자에게 배신감만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내년 역시 단발성 이슈가 아닌 잘 짜인 브랜드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해봄 직하다. WORDS 이상

국내 브랜드들이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스스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이제야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섬은 시스템 옴므를 유럽 시장에 진출시키기 이전에 이미 편집매장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국내 브랜드가 유럽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2014년 먼저 파리에 진출했던 편집매장 톰그레이 하운드가 그렇다. 마레의 이 귀여운 스토어에서 한섬이 전개하는 여러 브랜드들을 선보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파리 진출에 대한 기본적인 테스트를 마친 셈. 브랜드들의 단편적인 사건은 곧 다음 단계를 위한 기반이 되는 거다. 이들은 이미 ‘잘 팔리는 옷’을 만드는 것보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통해 생산된 디자인이 잘 팔리도록 만드는 시대가 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WORDS 연시우(패션 콘텐츠 기획자)

2009년 F/W 시즌 론칭한 커스텀멜로우는 내년이면 10년 차에 접어들게 된다. 커스텀멜로우가 헤라 서울 패션위크에 진출한 이유는 장기적인 미래를 보고 진행하는 일종의 투자다. 컬렉션 라인인 블랙 라벨 제품들은 커스텀멜로우가 내세우는 시즌 콘셉트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제품들로 기획한다. 제작과 준비 과정, 이후 패션위크 기간에 다양한 국내외 바이어와 접촉하면서 해외 진출에 대비한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기 위함이다. 패션위크 참가로 소비자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의도 역시 있다. 소비자의 반응 또한 호의적이었다. 2018 S/S 시즌은 참가하지 않지만 당분간 이 전략은 유효하다. 컬렉션 라인과는 별개로 유니섹스 캐주얼을 지향하는 블루 라벨은 주요 소비자층을 고려해 오프라인 몰과 온라인 판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WORDS 이원영(커스텀멜로우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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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ND 14  컬럼비아, 라이프스타일 콘셉트 스토어 오픈

컬럼비아가 신사동 가로수길에 직영점을 오픈했다. 이번 매장은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블랙 라벨’ 컬렉션과 ‘PNW(Pacific Northwest)’ 컬렉션을 주력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를 지향하던 컬럼비아가 드디어 라이프스타일로 눈을 돌린 것이다. EDITOR 이광훈

기능성은 이제 더할 게 아니라 빼야 할 요소가 됐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저마다 새로운 기술력을 앞세워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든 생각이다. 솔직히 말해 요즘 아웃도어 의류 중 기능성이 떨어져서 불편한 제품이 있나? 대부분 ‘오버 스펙’이다. 잘 팔리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을 보면 기능성보다는 ‘브랜딩’을 우선시한다. 판세는 이미 뒤집혔다. 더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청바지와 어울리는 제품들을 내놓을 것이다. 기능성은 단지 거들 뿐. 포르쉐를 사면서 추진력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WORDS 이광훈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본격적인 ‘포지션’ 전쟁이 시작됐다. 이때 진로를 잘 정해야 한다. 메뉴를 다양하게 만들어 까다로운 고객의 입맛을 대비할지, 아니면 단일 메뉴로 단골 고객을 사로잡을지를 말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브랜드들은 도태되고 말 거다. 컬럼비아는 메뉴를 늘렸다. 비슷한 선택을 하는 브랜드들도 여럿 생겨날 것이다. 동시에 색이 뚜렷하면서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하는 브랜드가 대우받는 시대가 올 거라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WORDS 신기호(고아웃 디렉터)

컬럼비아의 블랙 라벨 론칭은 예상했던 큰 흐름 중 하나였다. 다소 부진하지만 노스페이스의 퍼플 라벨, 데상트의 블랭크 같은 라인들이 이미 전개되고 있지 않았나. 이런 프리미엄 라벨의 확장은 아웃도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나이키의 랩과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LG전자의 시그니처 등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이들은 하나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특별한 것을 원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숲보다 나무 하나하나를 더 자세히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WORDS 고재욱(홀라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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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안주현, 노지영, 김장군, 최태경, 이광훈
GUEST EDITOR 이상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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