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 코트는 비욘드클로젯, 셔츠는 프라그매틱 by 헨즈, 카고 팬츠는 준 지, 신발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내 앨범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영감을 준다면, 그 사람들이 나의 진짜 팬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이크로닷은 왕좌 타이틀 두 개를 거머쥐고 있다. 하나는 ‘낚시왕’이고 또 하나는 ‘긍정왕’이다. 한 번이라도 “이렇게 해볼걸” 혹은 “이렇게 하지 말걸” 후회해본 적 없느냐고 묻자 3초 만에 “없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마이크로닷이 그간의 귀여운 이미지를 내려놓고, 멋있게 찍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니트 의상도 특별히 준비했다.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촬영 장소까지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소소한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운전을 해주던 에이전시 팀장이 두 번이나 길을 잘못 들어설 정도였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25세 인생을 채워온 마이크로닷이 25곡으로 꽉 채운 정규 앨범 〈Prophet〉을 발매한다. 25곡 중에 11곡을 미리 들어봤는데,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밝고, 긍정적이고, 유쾌한 남자. 우리가 아는 모습 그대로다.
형들 때문에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고?
큰 형하고는 9년 차이가 나고, 둘째형 산체스와는 7년 차이가 난다. 내가 초등학교 때 형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다녔는데, 그때 한창 음악 만들면서 마이크 사서 랩을 하고 그랬다. 그렇게 나도 힙합에 맛을 들였는데 형들이 뉴질랜드 언더그라운드 레이블에 들어가게 되면서 나도 ‘곱사리 껴서’ 시작하게 됐지.
볼 통통하던 ‘초딩’ 시절에 도끼와 함께 ‘올 블랙’ 활동도 했었지?
다이나믹 듀오 형들이
올 블랙 활동은 2년 만에 접지 않았나?
그때 내가 만으로 10세였다. 별 생각 없이 활동을 시작했다. 가족이 다 뉴질랜드에 있어서 사장님 집에서 살았는데 시키는 건 다 했지만 친구들 못 보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도끼 형이랑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찍고, 시상식 무대에서 서태지와 아이들도 만나고 그랬다.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갔을 때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나?
나는 원래 대자연에서 낚시하고 축구를 하면서 자랐다. 그래서 무대가 너무 그립거나 몸이 간질간질하진 않았다. 큰형은 음악을 관두고 건축과에 진학했고, 둘째 형 산체스는 음악 한다고 한국에 와서 팬텀의 멤버가 됐다. 나도 16세쯤에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마이크를 사서 혼자 랩을 녹음하고 그랬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그때 만든 노래들이 아직 있다.
한국에는 언제 온 건가?
18세 때 팬텀의 노래 ‘Hide & Chic’에 참여했다. 그때 도끼 형이랑 예전에 알던 형들과 재회했는데 2015년쯤에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산체스가 뉴질랜드 언더에서 활동하던 나에게 음악 할 마음이 있다면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에 한번 나가보라고 했다. 당시 막 시즌3 끝나고 4를 시작하려고 하던 때였다.
올해 시즌6를 또 나가게 된 이유는?
올해는 우승도 우승이지만 영감을 받고 싶었다. 이번 정규 앨범 작업을 준비하면서 거의 40곡 만들었다. 가까운 미래에 기획사를 차리고 싶기도 해서 요즘 활동하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후회는 없다. 내가 원하는 걸 찾았고, 음악 하는 동생들도 만나 영감도 엄청 받았다.
매니악 말고 다른 상대를 골랐다면 더 높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그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3차 때 원래 공연을 두 개 했는데 첫 번째 무대에서 완전히 불태웠다. 그걸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한 건 좀 아쉽다. 그래도 뭐 후회하거나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실패로 인해 더 큰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광고도 찍고 돈도 좀 벌었다.(웃음)
정규 앨범 〈Prophet〉엔 무려 25곡이 들어간다. 싱글 음원이 대세인 요즘 가요계에서 정말 드문 선택 아닌가?
내가 처음 힙합과 사랑에 빠졌을 때 한창 카니예 웨스트 1집 〈The College Dropout〉, 제이 지의 〈The Black Album〉이 나왔다. 그렇게 꽉 찬 앨범을 나도 한번 만들고 싶었다. 내 나이가 25세니까 25곡으로 채우고자 했다. 이 앨범은 완전히 내가 다 투자해서 만든 거다. 타이틀로 내세울 만한 음악도 10곡 정도 있어서, 다들 아깝지 않느냐고 묻는다. 아쉬움은 없고 오히려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돈이 곧 성공이라고 보진 않는다.
이 앨범으로 거둘 수 있는 가장 큰 성공은 뭔가?
내 앨범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영감을 준다면, 그 사람들이 나의 진짜 팬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진짜 팬들을 원한다. 내가 음악적으로 죽을 때까지 20번의 단독 콘서트를 여는 성취를 이룬다면, 예전에 봤던 얼굴들을 계속해서 다시 보고 싶다. 그래서 〈Prophet〉이 언제 들어도 좋은 음악, ‘타임리스’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
줄무늬 수트는 존스 바이 조니 by 헨즈, 슈즈는 닥터마틴 제품.
“인생은 길게 볼 필요가 있다. 더 멀리 보면 늘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요즘엔 사람들이 무조건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더 쉽게 믿고 덜 의심하면서 말이다.”
마이크로닷 음악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 반대로 한국적인 건 뭘까 생각해보면, 멜로디가 강조돼 따라 부르기 쉬운 랩 송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앨범엔 ‘떼창’이라고 하나, 멜로디컬한 노래도 있다. 나에게 음악이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 나도 이랬는데’라는 공감을 하는 거다. 이 앨범을 내기 전까지 사람들이 내 랩을 따라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막 달리는 랩을 할 때도 있고, 천천히 랩을 할 때는 일부러 영어를 더 넣어서 따라 하기 어렵게끔 말이다. 내가 이만큼 잘한다는 걸 막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던 거 같다. 예전엔 정말 직진밖에 몰랐다. 이제는 내 실력이 그때보다 성장했으니까 달라진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좀 더 넓은 시선으로 보게 됐다. 힙합 하는 사람들, 자랑하는 거 좋아하는데 나도 그랬다. 이번 앨범에는 뒤를 돌아보는 가사가 많다. 내가 예전에 한 행동과 음악을 되새겨본다. 이번에 레인지로버를 팔고 작은 자동차를 샀는데 그 이유가 욕심이 생기는 게 싫어서였다. 이번 앨범에 대한 마음가짐이 그만큼 깊다.
요즘 방송 중인 〈도시어부〉도 반응이 좋다. 전에 〈정글의 법칙〉 나오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진짜 출연하게 됐듯이, 출연하고 싶은 방송이 있으면 한번 얘기해볼까?
1년 전에 원래 〈정글의 법칙〉 출연 제안이 들어왔었다. 근데 행사 계약 때문에 ‘출연 불발’이 돼서 너무 아쉬웠는데 어쩌다 더 큰 기회가 왔다. 더 좋은 시기에, 내 본가인 뉴질랜드에서 〈정글의 법칙〉을 찍게 된 거다. 그래서 분량도 엄청 많이 나왔다.(웃음) 또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는데 특히 경규 형님과 같이 〈도시어부〉도 찍게 됐다. 내가 국적이 외국이라 예민한 주제긴 하지만, 〈진짜 사나이〉를 다시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출연해보고 싶다. 그리고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욕심 나는 방송이다. 요즘 음악을 만들어서 팔기도 하는데, 프로듀스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 꿈을 향해 가는 누군가에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자신의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가?
맞다. 나도 뉴질랜드에서 우리 가족만 앉아 있는 무대에서 공연을 해본 적이 있다. 힘든 시절을 지나왔기에 어떻게 하면 덜 헤매고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다. 계약도 2, 3년 정도만 할 거다. 생존하는 방법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하는 거다.
라이언 킹 같은 거네?
그렇지. 무파사와 심바 같은 관계라고 보면 된다.
근데 여자들이 귀엽다는 말 많이 하지 않나?
남자들한테도 많이 들어서 문제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내가 덩치가 큰데 날씬한 애처럼 뛰어다니니까 귀여운가 싶다. 그렇지만 귀엽다는 것에 대해 두 번 생각해본 적은 없다.
여태까지 살면서 후회한 적이 있나? 이걸 해볼걸 혹은 하지 말걸.
후회는, 음, 하나 정도 있는 거 같은데. 아니다, 없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한 거 같다.
멋진데?
나도 지금 말해놓고 새삼 놀랐다. 생각해보니까 기회를 놓친 적은 있지만 더 큰 기회가 온 일이 더 많았던 거 같다. 인생은 길게 볼 필요가 있다. 더 멀리 보면 늘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요즘엔 사람들이 무조건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더 쉽게 믿고 덜 의심하면서 말이다. 성경책에도 그런 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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