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톤 재킷 김서룡 옴므, 니트 베스트 보테가 베네타, 셔츠 고모라,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너로 입은 셔츠 보테가 베네타, 크리스털 단추 장식 피케 셔츠·재킷·귀고리 모두 지방시, 레이어드한 레인코트 알렉산더 왕×아디다스,
팬츠 3.1 필립 림 by 톰 그레이하운드, 슈즈 닥터마틴, 레깅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왜 음악이었을까, 궁금했다. 그림을 그렸어도 멋졌을 것 같고, 연기를 한다 해도 잘 어울렸을 것 같은데, 왜 음악인가?
열여섯 살부터 스무 살까지, 그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뭘까 찾으면서 나름대로 잘 보낸 것 같다. 당시엔 패션, 영화, 음악 다 좋아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런 것들이 멋있어 보였다. 어떻게 보면 ‘중2병’일 수 있는데 예술이란 것 자체가 좋았다고 할까.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 연기를 해보고 싶기도 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거다. 음악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청춘의 한순간, 젊음의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고, 그게 바로 지금인 것만 같았다.
식상한 질문 하나만 빨리 하고 넘어가겠다. 최근 발표한 데뷔 앨범
당시에 괜히 고집이 생겼다.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앞으로 훨씬 더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YG에서도 이런 경우는 여태까지 없었다고 한다. 무모한 생각이었지만, 일단 친구들과 작업해서 사장님에게 들려드렸더니 좋다고 해주셨다. 앞으로도 자신감 있게 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후회는 없다.
앨범을 들어보면 ‘멜랑콜리’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곡을 만들 당시에 기분이 그랬나 보지?
당시에 작업한 노래가 열 곡 정도 있다. 전부 다 들어보면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 잘 알 수 있을 텐데 딱 두 곡만 발표하게 됐다. 그때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배스킷볼 다이어리> 같은 아슬아슬한 청춘에 꽂혔었다. 실제로도 곡 작업에 대해 많은 압박을 받고 가라앉은 상태이기도 했고. 그래서 억지로 파티를 하자는 신나는 음악이나 ‘내가 최고야’라는 센 음악을 하는 건 싫었다. 데인 드한이나 제임스 맥어보이에서 보듯 소년 같지만 위태로운 어떤 이미지를 많이 떠올렸다. 이걸 말로 하니까 좀 오글거리긴 하는데 무슨 느낌인지 알겠지? 그렇게 구상해서 만든 앨범인데 결과적으로 조금 아쉬움은 남는다.
방금 말한 그런 청춘 영화에 직접 출연해도 좋을 것 같다. 일단 외적으로 손색이 없으니까.
혹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영화를 아나? 그 영화의 유아인 씨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있다. 아니면 영화 <파수꾼>도 좋고. 근데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 좀 더 밝은 소년인 것 같다. 그걸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질적인 두 가지 이미지 다 가져가고 싶다.
대화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되게 생각이 많은 사람 같다.
아, 난 정말 그러고 싶지 않다. 되게 가볍게 살고 싶다. 하하.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일치하는 편인가?
나는 가벼운 관계의 친구들이 없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계산적일 때가 가끔 있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만나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아, 이 시간에 내가 음악 작업을 하면 더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을 텐데.’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싫지만, 어쨌든 그래서 적당한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 나에 대한 평가가 불일치하진 않는다.
방송 활동은 왜 안 하나? 이렇게 잘생겼는데 막 여기저기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방송은 하고 싶다. 내가 예능을 잘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질 것 같다. 나조차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데 나를 왜 좋아해?’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런데 음악 방송은 좀 다르다. 보통 음악 방송을 하면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를 다 쓴다. 앞으로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데, 일단 지금의 나는 그 시간을 다른 작업에 더 투자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회사에서도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하지만 역시 팬들에겐 미안하다. 새 앨범을 냈는데 무대를 한번도 서지 않았으니까. 나도 지난 2년 동안 공연을 한번도 못해서 갈증이 엄청나다. 올해 노래를 더 많이 내서 무대에 꼭 서고 싶다. 나 공연 잘하거든. 장난이다.(웃음)
음원 차트도 들여다보나?
나는 솔직히 신경 안 쓰려고 노력 많이 했다. 사실 이 노래들은 1년 반 전에 만들었던 거고, 난 지금보다 앞으로의 기대가 큰 사람이니까, 뭐든지 후회하고 싶진 않았다. 어제보다 내일을 생각해야 하니까. 그런데 일단 큰 회사에 들어갔고, 나를 위해 함께 움직이는 분들이 많이 있다. 앨범이 나오기까지 같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 결과 곧장 눈으로 보이는 게 차트 아닌가. 내가 앞으로 더 잘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들.(웃음)
레터링 니트 꼼 데 가르송 by 10 꼬르소 꼬모, 이너로 입은 셔츠 돌체&가바나, 이어링 락킹에이지 제품.
“내 주변에 음악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항상 꿈이 높았던 것 같다. 그렇게 채찍질을 했으니까 이렇게 음반도 나오고 활동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다만 지금은 조금 내려놓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다가는 나 스스로 지칠 것 같다.”
이제 스물네 살이지만 ‘원펀치’라는 프로젝트 그룹 활동도 했고 <쇼미더머니>에도 출연한 적 있다. 이전에 활동한 걸 따지면 사회생활 경험이 꽤 된다. 사회생활 힘들지 않나?
일을 하다 보면 불편한 관계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낯선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가만히 앉아만 있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나. 나 역시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끌리는데, 당연한 거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보이고 싶어서 많이 웃는다. 그러다 집에 돌아가면 생각에 잠긴다.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밝은 척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은데’라고. 근데 밝은 척하다 보니 실제로 그렇게 바뀌더라고. 그런 변화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처럼 일 때문에 말을 많이 해야 하면 하루쯤은 쉬어야 하지 않나?
가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럼 사람들이 다가와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본다. 하루 정도는 아무도 마주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혼자만의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 내가 생각보다 누군가의 마음을 많이 신경쓰는 것 같다. 말하기 싫어서 가만히 있다가도 상대방이 내 눈치를 보면 나도 그 사람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런다.
자신을 객관적이다 못해 너무 엄격하게 평가하는 거 같은데?
1백 명이 있는데 그들 모두가 내 음악을 좋다고 해도 정작 나 스스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면 성취감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진짜 마음에 드는 곡은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는다. 괜히 들려줬다가 이런저런 말을 듣는 게 싫어서. 내가 긴가민가할 때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그럼 애초에 내가 확신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상대방이 좋다고 해도 계속 긴가민가다. 하하.
자꾸만 자신을 채찍질하는 거 같다. 아직 이렇게나 젊은데?
내 주변에 음악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항상 꿈이 높았던 것 같다. 그렇게 채찍질을 했으니까 이렇게 음반도 나오고 활동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다만 지금은 조금 내려놓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다가는 나 스스로 지칠 것 같다. 솔직히 남들이 볼 땐 이제 겨우 데뷔 한 달 된 신인인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될 것 같다.(웃음)
꿈이 팝 스타라고?
나는 마니아층만을 위한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정말 멋진 팝 스타가 되겠다는 목표를 항상 가지고 있다. 물론 좋은 음악을 만들면서 말이다. 그 경계와 균형을 잘 지켜나가되 가장 염두에 둔 건 오래가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거다. 그 음악이 나와 어울리면서도 여태까지 한국에 없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앞으로 뭐하고 싶나?
지금 내가 꽂혀있는 건 정말 멋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스물 네 살의 나를 떠올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담고 싶다. 그런 작업들이 쌓여서 누군가 ‘원은 어떤 아티스트지?’라고 물었을 때 명쾌하진 않아도 어떤 답을 떠올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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