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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추천하는 웹툰

이야기꾼 넷이 추천하는 웹툰. 하나같이 상상력이 기발한 작품이다. 한번 시작하면 며칠 밤을 새야 하는 웹툰 네 편에 대한 이야기꾼들의 감상과 추천.

UpdatedOn September 08, 2017

<덴마> 우주적 세계관을 다룬 작품이다. 8우주에 있는 택배회사 실버퀵과 계약한 주인공 덴마가 우주 택배 업무를 하며 겪는 이야기다. 2010년 1월에 시작했지만 여전히 화요일 웹툰 순위권을 지키는 장수 인기 웹툰.

<덴마> 우주적 세계관을 다룬 작품이다. 8우주에 있는 택배회사 실버퀵과 계약한 주인공 덴마가 우주 택배 업무를 하며 겪는 이야기다. 2010년 1월에 시작했지만 여전히 화요일 웹툰 순위권을 지키는 장수 인기 웹툰.

<덴마> 우주적 세계관을 다룬 작품이다. 8우주에 있는 택배회사 실버퀵과 계약한 주인공 덴마가 우주 택배 업무를 하며 겪는 이야기다. 2010년 1월에 시작했지만 여전히 화요일 웹툰 순위권을 지키는 장수 인기 웹툰.

webtoon 1 <덴마>

글·그림 양영순 | 네이버 만화

나는 지금 <덴마>라는 웹툰을 추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 무시무시하고 어마어마한 작품에 대해 짧게 말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필요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능력이 내게는 없는 것 같다. <덴마>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또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것을 포기하는 마음과 함께 진심이 담긴 다소 노골적인 감상평을 남기고 싶다. 솔직히 <덴마>를 처음 보기로 마음먹었을 땐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다. 흥미를 떨어뜨리는 밋밋한 섬네일의 이미지도 매력적이지 않았고 초반엔 이야기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다른 독자들도 대부분 나 같은 경험을 했거나 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 나가다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방대한 길이의 웹툰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이나 봤다. 이걸 안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덴마>를 처음 읽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텐데.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 혹시 <덴마>를 읽기로 마음먹은 이가 있다면 반드시 기필코 나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재미있다. 그냥 재미있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재미있다. 이야기의 재미에 빠진 자는 이야기꾼이 하는 다음 말의 노예가 되는 법이다. 세헤라자데를 죽이고 싶어 했던 무자비한 샤리아르 왕마저 그녀의 ‘to be continued’의 노예가 되어 날마다 밤마다 다음 이야기를 갈구했다. 나 역시 <덴마>의 작가 양영순의 다음 이야기를 갈구하는 자가 되고 말았다.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조금도 알지 못하지만 그가 행복하길, 건강하길 바란다. 그래야 그가 무사히 <덴마>를 완결할 수 있을 테니까. 양영순이여 오래 사시라!
WORDS 정용준(<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저자)

 

<카산드라> 그리스·로마 신화 속 ‘트로이 전쟁’에 등장하는 여성 카산드라가 주인공이다. 미래를 볼 수 있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아폴론의 저주를 받은 카산드라가 전쟁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다.

<카산드라> 그리스·로마 신화 속 ‘트로이 전쟁’에 등장하는 여성 카산드라가 주인공이다. 미래를 볼 수 있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아폴론의 저주를 받은 카산드라가 전쟁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다.

<카산드라> 그리스·로마 신화 속 ‘트로이 전쟁’에 등장하는 여성 카산드라가 주인공이다. 미래를 볼 수 있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아폴론의 저주를 받은 카산드라가 전쟁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다.

webtoon 2 <카산드라>

글·그림 이하진 | 다음 만화 | 잠정적 휴재

설득력이 없었기에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했던 예언자, 카산드라는 트로이 성 앞에 놓인 거대한 목마가 멸망을 불러오리라 예언했다.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한밤중, 목마에서는 적군들이 쏟아져 나왔다. 트로이는 멸망했다.

이하진의 <카산드라>는 바로 이 유명한 신화를 극화한 웹툰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예언을 했지만, 사실은 끝까지 옳았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 신화의 내용과 다른 건 없다. 파리스는 헬레네와 트로이로 도망치고, 전쟁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 웹툰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가득하다. 저주받은 신녀로만 알려진 카산드라와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만 알려진 헬레네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단지 이것만으로 모든 이야기는 달라진다. 설명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식을 얻을 수 없는 여자는 어떻게 신관이 되는가. 아름다움이 권력이라면, 그것은 무엇을 어디까지 지배할 수 있는가. 설득력이 없는 예언자는 믿음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하진은 틈새를 꼼꼼하고 진지하게 채워 넣는다. 그러자 궁금했던 것들이 드러난다. 그러니까 아폴론은 청혼을 거절한 카산드라에게 왜 굳이 쓸 수 없는 예지력을 준 걸까. 이하진은 말한다. 그건 지식이었다고. 역설적으로 알게 된다. 아폴론은 여자가 지식을 소유할 수 있음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그래서 쓸 수 없게 만들어버린 거라고. 이하진의 카산드라는 굴하지 않고 전쟁 속으로 뛰어든다. 그녀에게 드리운 운명을 거부하고 보란 듯 지식을 펼쳐놓는다. 증명할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것이다! 하긴, 신화의 인간이란 본래 그렇지 않았던가. 내가 운명의 주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눈을 찔러 저주의 현장을 목도하길 거부했던 인간 말이다. 패배의 순간까지도 인간으로 사는 걸 포기하지 않았던 여자. 이하진은 가장 신화적이었던 이 인물을 그려내는 데 성공했고, 여전히 계속되는 중이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어떤 난관이 닥치든, 지속되던 예언처럼.
WORDS 강화길(<괜찮은 사람> 저자)

 

<한번 더 해요> 결혼 8년 차 부부 성대광과 유선영이 서로를 기억한 채 하루아침에 10년 전 과거로 돌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누구나 갖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연 더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잦은 성적 묘사 덕에 계속 보게 된다.

<한번 더 해요> 결혼 8년 차 부부 성대광과 유선영이 서로를 기억한 채 하루아침에 10년 전 과거로 돌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누구나 갖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연 더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잦은 성적 묘사 덕에 계속 보게 된다.

<한번 더 해요> 결혼 8년 차 부부 성대광과 유선영이 서로를 기억한 채 하루아침에 10년 전 과거로 돌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누구나 갖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연 더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잦은 성적 묘사 덕에 계속 보게 된다.

webtoon 3 <한번 더 해요>

글 미티 | 그림 구구 | 네이버 만화

얼마 전부터 타임 슬립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타임 슬립이란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건데 기존의 시간 여행하고는 다르다고 한다. 타임 슬립은 기계 장치를 사용할 수 없고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으로 컨트롤할 수도 없어, 인간의 의지대로 특정 시간대를 선택해 옮겨갈 수 없다. 위키백과에는 타임 슬립이 ‘판타지 및 SF의 클리셰’로 정의되어 있다. 어느새 클리셰가 될 정도로 대중화되었다는 얘기다. 얼마나 인기를 얻고 있는지, 나도 얼마 전 일본의 타임 슬립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영화관에서 봤을 정도다.

미티와 구구의 웹툰 <한번 더 해요>도 마찬가지로 타임 슬립을 작품 속 장치로 가져다 쓴다. 8년 차 부부 성대광과 유선영은 권태기를 지나고 있는데, 한 번 크게 싸우고는 이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떠보니, 각자 10년 전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 있다. 부부 동반 타임 슬립이다. 어떻게, 왜 과거로 돌아왔는지는 그들도 알지 못한다. 당연히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들은 대학생 시절 캠퍼스 커플이었는데 이제 다시 한번 커플이 되어 사랑과 증오의 관계를 반복한다. 둘은 입버릇처럼 “야, 너랑 결혼하는 것보다 나쁜 일이 어딨냐!”고 따지며 인생을 새롭게 꾸리려 한다.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다면, 인간이 과거나 미래로 날아갈 이유가 없다. 현재가 괴롭기 때문에 타임 슬립을 해서라도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증오가 깊은 만큼 사랑도 깊어서 둘은 사랑싸움을 그만두지 못한다. 아직 연재 중이니 이 불행하면서도 행복한 커플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어쨌든 독자로서, 그리고 그리 행복한 현재를 살지 못하는 한 남자로서, 두 사람에게 부디 행복해지시라고 응원을 보낸다.
WORDS 백민석(<죽은 올빼미 농장> 저자)

 

<유미의 세포들> 주인공 유미가 생활하며 느끼는 감정과 욕구, 욕망, 체내 활동 등을 뇌세포를 의인화해 보여준다. 이 재미난 상상력은 일상 속 우리의 모습을 들춰낸다. 높은 공감 지수 덕에 1화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유미의 세포들> 주인공 유미가 생활하며 느끼는 감정과 욕구, 욕망, 체내 활동 등을 뇌세포를 의인화해 보여준다. 이 재미난 상상력은 일상 속 우리의 모습을 들춰낸다. 높은 공감 지수 덕에 1화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유미의 세포들> 주인공 유미가 생활하며 느끼는 감정과 욕구, 욕망, 체내 활동 등을 뇌세포를 의인화해 보여준다. 이 재미난 상상력은 일상 속 우리의 모습을 들춰낸다. 높은 공감 지수 덕에 1화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webtoon 4 <유미의 세포들>

글·그림 이동건 | 네이버 만화

사실 <유미의 세포들>을 본 건 최근이다. 웹툰 보기를 쉬는 동안 작업실 친구들이 간간이 유미며 루비, 웅이라는 이름을 마치 아는 사람 얘기하듯 입에 올리는 걸 보고 호기심이 동했다. 그 결과 나는 꼬박 이틀을 이 작품을 보는 데 써버렸다. 일단 설정이 기발했다. 우리 안에는 수없이 많은 세포들이 살고 있는데(사실이다), 이 세포들에게는 각각 역할이 있어서(사실이다), 이들의 생각이나 행위에 따라 유미의 행동이 결정된다는 거다(사실일까?). 세포들의 세계에도 인간 세계의 그것과 유사한 법칙과 상식이 있고, 이에 따라 때로는 구금되거나 처벌당하는 세포들도 있으며, 대부분 대화와 토론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 장면들에서 나는 감탄했다. 내 안에도 민주주의 원칙을 고수하며 귀엽고 때로는 잔혹한 세포들이 살고 있어서 나를 나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때의 나는 진짜 나일까? 독자적인 개성과 사고방식을 지닌 세포들이 만들어낸 나는 누구일까?

여기까지만 해도 훌륭한 웹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감탄사가 나온 에피소드는 따로 있었다. 내가 잠시 웹툰을 쉰 이유는 댓글 보기가 괴로워서였다. 주인공이 등장하고 이어 다른 성별의 인물이 등장하면 댓글란은 여지없이 둘이 반드시 연애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가득해졌다. 연애 말고 다른 일상은 없나? 왜 이성하고만 연애를 해야 하나? 물론 안 보면 그만이지만 왜 굳이 확인하고 싶어지는지 알 수는 없다. 아무튼 내가 감동한 에피소드는 194화였다. 남자 주인공이라 여긴 구웅과 헤어진 유미에게 ‘남자 주인공은 따로 없어’라고 하는 세포의 말에서 나는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명이거든.’ 그래, 나는 생각했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한 명뿐이니까. 유미의 세포들은 유미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나라면 진짜든 가짜든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내 세포들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WORDS 한유주(<불가능한 동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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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김민수
COOPERATION 네이버, 다음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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